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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오일'은 틀렸다"

[해외 시각] '석유 시대'가 다시 시작된다면…

영국 일간 <가디언>의 고정 칼럼니스트이자 환경운동가인 조지 몬비오는 논쟁을 유발하는 인물이다. 진보진영에 속해있으면서도 2000년대 들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원자력 에너지의 필요성을 인정하거나, 반세계화 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면서 '신자유주의자들의 모임'이라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환경운동진영 일각에서 변절자라는 비난을 받는 등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는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가 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쓴 칼럼 역시 논쟁을 예고하는 글이다. 그는 이 글에서 20세기 중반 제기돼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받아들여지는 '피크 오일'(peak oil) 가설이 틀렸다고 선언한다.

'피크 오일' 가설은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이 어느 순간 정점에 달한 후 급격히 감소한다는 예측으로 1970년대 미국 내 석유생산량이 이 가설에 부합하는 결과를 보이면서 주목을 받게 됐다. 학자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21세기 전반기에 피크 오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이는 곧 화석연료에 의존해 성장한 산업 문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몬비오는 과감하게 '피크 오일'이 틀렸다고 진단한다. '피크 오일'은 지질학적 현상이 아니라, 저유가를 고유가로 끌어올려 추출이 어려운 원유를 퍼내는 개술 개발 투자를 받으려는 석유 진영의 의도적 생산 제한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피크 오일'을 반박하는 근거로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ENI의 수석부회장 레오나르도 마우게리의 보고서를 들었는데, 마우게리는 <당신이 몰랐으면 하는 석유의 진실>(최준화 옮김, 가람기획 펴냄) 등의 저서를 통해 '석유 위기는 없다'라는 석유진영의 이해를 대변한 인물이다. 몬비오 역시 이를 의식한 듯 해당 보고서가 미국 명문 하버드대에 의해 발간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
마우게리의 보고서 보기)

'피크 오일'은 공식에 의해 예측되는 게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를 보고 사후 평가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어서 현재로선 완벽한 증명이 쉽지 않다. 또한 석유 추출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에는 채굴이 불가능했던 매장층의 개발이 가능해졌는데, 최근 업계에서 '에너지 혁명'으로 각광받는 셰일 가스(shale gas)의 경우 인류가 최대 200년 가까이 쓸 수 있을 만큼 많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피크 오일' 논쟁 자체가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몬비오가 '피크 오일'을 문제삼은 것은 환경운동진영 일각애서 석유 시대의 종말을 전제로 산업 문명의 전환을 기대하는 수동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지적하고자 함이다. 그는 자신이 화석연료 사용을 실질적으로 줄일 방법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후대를 위해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구를 위해 석유 사용을 줄이자는 도덕적 권유도, 석유 시대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경제적 압박도 먹혀들어가지 않는 상황에서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원문 보기)

ⓒ로이터=뉴시스

'피크 오일'는 틀렸다


사실관계가 바뀌었고, 이제 우리 또한 변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지질학자, 석유시추업자, 은행가, 군사전략가과 환경운동가라는 어색한 연합체는 '피크 오일'(전 세계 (석유) 공급의 감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경고해왔다. 그럴만한 몇 가지 강력한 근거가 있었다. 생산은 둔화됐고, 유가는 급격히 상승했다. 석유 고갈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났고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규모 자원부족 사태의 시작이 도래한 것 같았다.

환경운동가 진영에서는 원하든 원치 않던 이 문제(가 초래할 결과)는 명확하지 않았다. 세계가 경제적 전환기를 맞아 미래의 재앙을 피할 가능성도 있었고, 아니면 바이오 연료 개발이나 석탄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것처럼 파괴적인 기술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해 스스로 재앙을 부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만 '피크 오일'은 강력한 압력을 가할 수단이었다. 화석연료 사용 감축이라는 도덕적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부, 기업, 그리고 유권자들이 경제적 차원에서는 반응할 것이라 희망했다.

우리 중 몇몇은 애매모호한 예측을 했고, 그 나머지는 보다 구체적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경우에서 우리는 틀렸다.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셸'에서 일하면서 미국 석유 생산량 감소를 예측했던 지구과학자 M. 킹 허버트는 전 세계 석유 공급이 1995년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1997년 석유 지질학자 콜린 캠벨은 2010년 전에 피크 오일이 닥칠 것이라고 계산했다. 2003년 지구 물리학자 케네스 드페이스는 피크 오일이 2004년 벌어질 것임을 "99%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2004년 텍사스의 석유 거물 T. 분 피킨스는 액체 연료를 하루 8200만 배럴 이상 뽑아 올리는 날은 결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2012년 5월 평균 일일 공급량은 9100만 배럴이다). 2005년 투자은행가 매튜 시몬스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실질적으로 석유 생산량을 늘리지 못한다"라고 주장했다(그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출량은 하루 90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로 올랐고 150만 배럴의 증산 여력을 갖췄다).

피크 오일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하버드대가 발간한 (석유기업 경영자) 레오나르도 마우게리의 보고서는 새로운 석유 붐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다. 지난 10년 간 석유 공급 통제는 지질학적 이유가 아니라 돈을 더 벌어들이기 위한 측면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이전의 저유가는 채굴이 힘든 지역을 개발하는데 있어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었다. 지난 수년 간의 고유가가 이를 바꿨다.

마우게리는 23개 국가에서 벌어지는 사업을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석유 공급은 2020년까지 하루 1700만 배럴 순증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수치가 "1980년대 이후 전 세계 석유 공급 능력에서 가장 큰 잠재적 증가치"라고 말했다. 이러한 붐을 일으키는데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유가가 장기적으로 배럴당 70달러 수준이 되어야 한다. 브렌트유의 현재 가격은 배럴당 95달러다. 돈은 현재 새로운 석유로 흐르고 있다. 지난 2년간 1조 달러가 쓰였는데, 2012년에는 6000억 달러가 투입돼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석유 생산이 가장 크게 늘어날 것 같은 나라는 이라크다. 다국적 기업들이 현재 돈을 쏟아부어 땅을 파고 있다. 그러나 더 놀랄만한 일은 또 다른 석유 붐이 미국에서 벌어질 것 같다는 점이다. 미국산 석유의 증가와 감소를 종(鐘) 모양의 그래프로 나타낸 '허버트 피크'는 '허버트 롤러코스터'가 될 예정이다.

미국에서의 투자는 색다른 석유, 특히 셰일 오일(혼란스럽지만 오일 셰일과는 다르다)에 집중될 것이다. 셰일 오일은 자연스럽게 흐르지 못하고 바위 안에 고인 고급 원유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듯 미국에는 막대한 원유 매장층이 있다. 한 계산결과에 따르면 노스 다코타주(州)의 바켄 셰일에는 거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준의 원유가 있다고 한다(추출할 수 있는 원유는 그보다 적지만). 그리고 바켄 셰일은 미국 내 있는 20개의 매장층 중 하나에 불과하다. 셰일 오일을 추출하려면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 및 파쇄작업이 요구된다. 많은 비용과 높은 수준의 기술 개선이 결합되어야 셰일 오일 추출이 채산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이미 노스 다코타에서의 생산은 2005년 하루 10만 배럴에서 지난 1월 55만 배럴로 늘었다.

이게 현 상황이다. 환경론자들이 예상하는 자동 교정(자원 결핍을 유발하는 매커니즘을 자원 결핍 자체가 끝내는)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석유가 너무 적다는 게 아니라,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우리는 살아있는 지구에 대한 위협과 산업 문명에 대한 위협을 혼동했다. 먼저, 그 둘은 같은 게 아니다. 풍부한 석유 공급으로 추동되는 산업과 소비 자본주의는 그 자신이 위협하고 있는 많은 자연 시스템보다 회복력이 강하다. 과거의 다양한 생명들이 인화성 탄소의 형태로 화석화돼 이제 현세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

우리 중 상당수를 튀길(deep-fry) 수 있을 만큼 땅 속에는 충분한 석유가 있다. 그리고 정부와 산업계가 그 석유를 땅속에 계속 놔두도록 설득할 확실한 수단은 없다. 도덕적 설득을 통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했던 20년의 세월은 지난달 리우데자네이루에 열린 다자회의의 붕괴로 실패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는 다시 석유 국가가 되고 있고, 그 나라의 북쪽 이웃국가(캐나다)의 정치적 변화를 봤을 때 결과는 좋지 않을 것이다.

인류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명작 <판의 미로>의 주인공 소녀와 같다. 그 소녀는 자신 앞에 놓인 음식을 먹는다면 자신 또한 잡아먹힐 것을 알지만 참아내지 못한다. 필자는 답을 알 수 없을 때 문제제기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내 아이의 눈을 어떻게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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