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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페이스북…이들은 정말 사악해졌나?

<NYT> "극복하기 위해 실패하는 IT 기업 잘못만은 아니다"

지난 14일 구글은 지도서비스 중 일부인 스트리트뷰(streetview) 촬영 차량이 개인 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한 혐의와 관련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2만5000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정보 수집 자체는 현행법에 위배되지 않았지만 FCC의 조사 과정을 방해한 게 벌금의 원인이 됐다. 이와 별개로 구글은 지난 3월부터 자사 서비스의 개인 정보를 통합 관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IT 기업의 행태가 문제가 된 건 구글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변경해 고객정보를 노출시켰다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사과하고 향후 20년간 감사 결과를 제출하라는 FCC의 명령을 받아들였다.

애플 역시 개인정보 수집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을 뿐더러, 그에 더해 자사 하청업체 폭스콘이 수년 간 중국 노동자를 착취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전통적인 글로벌 제조 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IT 기업들이 최근 사회적인 문제를 빚고 있는 이러한 현상이 놀라운 이유는 평소 이들이 '미래의 산업'으로 추앙받으면서 이윤만큼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2004년 구글이 상장을 위해 기업공개를 하면서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이라는 모토를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개인정보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은 IT 대기업들이 미래의 산업이 아닌 미래의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 구글의 '빅브라더' 논란을 꼬집는 포스터.

"새로운 문화 만드는 IT, 사회 윤리의 완벽한 적용 어렵게 해"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는 IT 기업의 사생활 침해 논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소개했다. 특히 신문은 대기업으로 성장한 IT 기업들이 자신들의 힘을 과신하고 오만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들이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회윤리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구글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해 "(의도가) 사악했는지를 알기는 힘들지만 FCC에 2만5000달러의 벌금을 물고 미 의회와 개인정보보호 지지자들로부터 성토를 들을 만큼 충분히 이상했다"고 평했다.

신문은 "사악해지지 말자는 건 과거의 서약"이라며 "구글은 '우리를 믿어라'와 '구글에 좋은 것이 세계에 좋은 것' 사이 어딘가에서 모든 논란을 바라보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악해지지 말자'를 넘어서 '우리는 사악하지 않다'는 입장에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의미다.

신문은 이러한 경향이 IT 업계 전반에 나타난다며 그 예로 지난 2월 아이폰 사용자의 주소록을 수집한 애플리케이션(앱) '패스'(Path)를 만든 개발자 측이 '이러한 수집행위는 업계의 관행'이라고 변명했던 점을 들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실리콘밸리를 지켜본 로저 맥나미라는 투자자는 신문에 "사악해지지 말자는 모토를 표방하는 구글은 자신들이 선을 넘으려고 할 때마다 위선적이라는 비난에 처한다"라고 구글을 감쌌다.

그는 "애플 등에 의해 사업 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구글은 수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수세에 몰리면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나쁜 행동을 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을 제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타 업계에서도 흔한 일이지만, '선함을 표방하는' IT 업계에서 유독 논란이 벌어지면 더욱 큰 비난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맥나미는 또 구글의 모토에는 사회윤리를 완전히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의 모든 주요 IT 기업들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문화를 창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베이는 이론적으로 지구상의 누구도 상인이 되게 하고, 아마존은 모든 이들을 저렴한 슈퍼컴퓨터로 만들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수백만 명을 상대로 출판 행위를 가능케 하고, 구글 번역기능은 오랜 언어 장벽을 초월하게 만든다"라고 덧붙였다.

IT 기업들이 기존의 사회윤리가 딱 들어맞을 수 없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는 주장에 SNS 서비스 '링크드인'(Linkedin)의 설립자 레이드 호프먼도 동의를 표했다. 그는 "당신은 '우리는 세계를 바꾸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세계는 우리 때문에 더 나은 곳이 된다'라고 말하는 기업 문화를 원한다"라며 "이는 단지 '우리가 일자리를 만든다'에 머물지 않는다. 그런 건 담배회사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호프먼은 "IT 기업들은 무료로 제공되는 구글 검색처럼 문화를 변형하는 엄청난 가치의 공공재를 선물로 줬다"며 "(이에 따라 IT 기업들이) '당신이 우리를 규제하려고 한다면, 좋은 점보다 해로운 점이 더 많을 것이고, (따라서 IT 기업에 그런 요구를 하는) 당신은 훌륭한 사회를 구축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그는 "난 이를 지지하지 않지만, 이해한다"라고 덧붙였다.

"실패 두려워않는 IT CEO, 실패 두려워하지 않아"

신문은 또 IT 기업들이 사회적 제약을 종종 넘어서는 원인 중 하나로 각 회사의 CEO들과 일반인의 인식 차이를 들었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IT기업이 가져오는 현재의 변화를 수용하기에도 벅차고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하지만, 변화를 선도하는 CEO들은 그러한 변화가 미치는 부수적인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밀고나가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페이스북은 5년 전까지만 해도 '레이더'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현재는 8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며 "성공은 빨리 오며 수백만에서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안겨 준다. 세계는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자신이 세계를 위해 선택됐다고 여기기 쉬워진다"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IT 기업 CEO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러한 변화의 속도에 혼란스러워한다"며 "자동차는 물론 세상을 바꿨지만 도로와 주요소, 교외 지역이 생기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기술을 개발한 이는 자신들이 하는 일의 여파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면서 현재의 규제당국을 멍청하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그런 CEO들이 모여있는 세계에서 '모든 사람들이 그들처럼 사고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쉽게 잊혀진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모든 이들이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를 공유한다는 (CEO들의) 발상을 편안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통 사람들은 28살의 하버드 중퇴 억만장자(저커버그)보다 (개인정보가 노출됨으로써 발생하는) 위험을 덜 감수하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IT 업계 CEO들의 특징도 개인정보 수집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원인이 된다. 신문은 "관심있는 사업에서 실패를 경험하는 것은 중요한 배움의 기회로 인식된다"며 그 예로 1990년대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뒤 창업한 '넥스트'(NeXT) 등에서 연이은 실패를 했음에도 향후 애플을 1위 기업으로 끌어올린 경영감각을 익힌 것을 들었다.

IT 기술이 개인 정보의 공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주장이 맞다면, CEO들이 현재 개인정보 수집 행위에 쏟아지는 비난에 물러서는 것은 결국 나중에는 자신들의 뜻을 밀어붙이기 위한 '실패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는 (IT 업계) 스스로의 발상이지만 완전히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라며 "기업 밖에 있는 이들에게 그러한 노력은 기업이 끊임없이 경계를 시험하고 뛰어넘으면서 '잡을 수 있다면 잡아봐'라는 식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IT 기업들이 자신들이 만든 기술이 세계를 얼마나 변형시키고 있는지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레이드 호프먼은 "'우린 좋은 사람들이니까 우릴 믿어라'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라며 "개인정보와 관련해 정치가들과 함께 이슈를 논의하는 협의체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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