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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와 폭력으로 죽어가는 아이들, 진짜 해법은?"

[복지국가SOCIETY] 학교 폭력에 대한 근본 대책은 복지국가다

"대구 중학생 자살, 가해자 2명 구속, 광주 중학생 사망, 폭행 학생 수사, '빵 셔틀' 학교 폭력 처벌" 2012년 1월 2일, 어느 신문의 지면을 장식한 기사의 제목들이다. 대망의 새해가 시작되었다고 하는 새해 첫 날의 신문 기사를 보면서, 대한민국은 참 살기 어려운 곳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실감난다.

잘 알려진 대로, OECD 기준으로 표준화한 우리나라의 자살률(2009년 기준)은 28.4명이다. 이는 회원국 평균 11.2명의 3배에 가까운 수치로 수년간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 10대의 자살률은 전년 대비 40.7%나 증가하여 한 해 평균 145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청소년 자살이 심각한 수준이다. 10대 부터 30대까지는 아예 사망원인 1순위가 자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은 혹시 우리 아이가 가해자나 피해자는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주어서 고맙다'고 자녀들에게 감사하는 일 외에는 별로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학교 폭력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폭력예방센터에 의하면, 요즘 학생들은 '왕따(집단 괴롭힘)' 당하지 않으려고 주위의 학생을 '왕따' 하기에 집단적으로 나선다고 한다. 나도 언제 공격의 대상(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남을 학대하는 쪽에 서게 되고, 이것이 상시화 되면서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언제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으로 바뀔지 알 수 없고, 실제로 가해자의 70%는 이전에 피해자로서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이미 우리의 학교 사회는 구조적으로 폭력에 멍들고 있으며, 가해자 만들기를 조장하는 시스템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학교 현장은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는 시스템도 매우 취약하다. 학교 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학교 당국과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교사와 학교는 근무 평점, 학교 이미지 악화 등을 우려해 교내 폭력을 덮거나 축소하는 데에만 급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0년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은 동급생들 사이에서 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보아도 10명 중 6명은 모른 척 한다고 답했고, 말린다는 응답은 이전에 57.2%에서 31%로 급속하게 감소하였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개입되면 발생할 번거로움과 후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방관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는 데 구조적인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담임교사나 상담교사, 그리고 보직교사 등의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으며, 외부에서 투입된 학교 보안관 제도 등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곽노현 교육감이 구속된 후 서울시 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반대하며, 서울시 의회에 재심의를 요청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학교 내부 시스템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 가동 중인 사회 시스템도 구조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 학생의 부모가 쇠파이프를 들고 피해 학생의 집으로 찾아와 "폭로하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 넘치는 각종 게임이나 유해 폭력물들과 성(性)과 관련 동영상 등도 큰 문제이다. 어른들의 지나친 상업주의가 자신의 자녀들을 피해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양각색의 대안들이 제출되고 있다. 경찰은 문제 해결을 위해 퇴직 경찰들로 구성된 학교 보안관 제도를 강화하자고 제안하면서, 경찰관 1만 2천 명이 학교를 순찰하도록 하고, 형사적 처벌 대상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치 학생 전체를 범죄자들로 보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선포하는 듯하다.

한국교총에서는 교사의 권한을 강화하고, 남성 교원의 부족으로 학교 폭력에 잘 대처하지 못하여 생기는 문제이므로 군 가산점 제도의 부활이나 남성 할당제 등을 도입하여 남성 교원의 수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글학회에서는 학생들 간에도 '높인 말 쓰기' 운동을 전개하여, 상호 존경심과 존중감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으로 청소년 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고, 사회복지사협회는 상담 교사의 수를 2014년까지 1만 4천 명까지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모두 필요한 일들이고 타당한 주장들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방법으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구조적이고 제도적으로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까?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학교 폭력과 왕따, 그리고 청소년 자살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우리나라를 '복지국가'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학교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은 일단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학교폭력, 왕따,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아이들이 숨도 못 쉬게 만드는 과도한 경쟁 시스템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등수와 대학 입시에 목숨을 걸게 하는 교육 시스템은 결국 우리나라의 왜곡된 산업구조와 고용시스템 때문에 파생된 체제이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그리고 일부 수출 대기업에 국부가 집중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고용의 88%는 '나쁜 일자리'일 수밖에 없다. 좋은 일자리 자체가 지나치게 적은 상태에서 정규직의 좋은 일자리로 취직하려면 우선 좋은 대학을 나와서 화려한 스펙을 쌓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시기부터 경쟁에서 남을 이기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정신의학적으로 본다면,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무한경쟁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학교 성적과 명문대 입시라는 목표 앞에 던져지고 있는 상태이다. 과도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보다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성인들의 경우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대항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작동하는 자아 방어기제(self-defence mechanism)가 바깥으로 표출되면 폭행과 살인으로 나타나는 것과 같이,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이것이 바깥으로 표출되면 왕따와 동료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들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안으로 표출되면 자살로 이어진다. 즉, 이들 문제의 원인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사회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이지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문제인 것만은 아닌 것이다.

살인적인 경쟁체제가 아니라도 복지국가를 이루고, 보육, 교육, 일자리, 노후 소득보장의 걱정이 없는 선진국을 이룬 사례들이 많다. 북유럽의 보편적 복지국가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누리면서도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향유하고 있다. 우리 보다 더 개방적이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스웨덴이 학교 교육에서 자유경쟁이 적어 성장 동력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하였다. 학생들이 과도한 스트레스와 학업 부담에 시달리지 않아도 세계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고,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창의성으로 세계 경제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 행복하게 공부하도록 하면서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면, 우리가 복지국가의 길을 거부할 명분은 없다. 만약 우리의 경제성장이 살인적인 경쟁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히 해당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가의 운영 시스템을 '보편주의 복지국가'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청소년들의 폭력과 왕따 문제를 막는 근본 대책인 것이다.

둘째, 왕따와 학교폭력, 자살에 대한 학교의 적극적인 대응도 복지국가에서 가능하다.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은 교사들의 역할을 지식의 전달자로서만 기능하게 만들며, 학교를 입시학원으로 왜곡시킨다. 현재의 학급 당 평균 학생 수 35명도 예전에 비해서는 적다고 할 수 있으나,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학급 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추고, 한 교실에 두 분의 선생님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다면 학생들에 대한 맞춤형 지도가 가능해진다.

중ㆍ고등학교도 대학과 같이 교과별 선택 수업이 가능해지고, 자신의 목표와 능력에 맞도록 개인별 학습계좌제도와 이력관리도 가능해진다. 현재 40.4만 명의 교사가 두 배로 늘어 80.8만 명이 된다면, 그리고 이들 선생님들이 입시 교육이 아니고, 개인의 자질에 맞추어 능력을 최대한 개발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왕따와 학교 폭력도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왕따와 학교폭력, 자살에 대한 올바른 사후 대응 역시 복지국가 시스템을 통해서 가능하다. 한국의 가정은 '애정 공동체'가 아닌 '입시 공동체'이다. 가정이 자녀들의 대학입시를 위한 준비 기구로 전락하여 가족 전체가 자녀의 성적에 매달리고, 공부라는 말을 빼놓고는 부모 자식 간에 다른 말은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성적 빼고는 관심을 가지는 것도 없고 어떤 대화나 소통도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에 시달리면서도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목숨 걸고 일을 해야 하니, 자녀들과 대화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고 취직에 유리한 스펙을 만들어 주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투자하고, 졸업하고 취직하면 결혼시키고 집 사주고 손자까지 길러주어야 하는 부담에 시달린다.

젊은 부부는 맞벌이가 아니면 경제적으로 살아가기도 힘들지만, 아이 기르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차라리 출산을 포기하고 만다. 이러한 가족들로 구성된 가정에서는 왕따나 학교 폭력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다. 자녀와 대화의 시간도, 편안한 휴식의 여유도, 삶을 즐길 시간도 없는 가정에서 자신의 문제에 대한 고민의 공유나 친구에 대한 상담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아이들은 조그만 일로도 충분히 행복해한다. 엄마가 해준 맛있는 밥을 먹을 때, 친구와 축구할 때, 놀이공원에 가족과 놀러갔을 때, 친구와 게임을 할 때, 그리고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 피자를 먹을 때, 금붕어를 키울 때, 음악을 들을 때도 그렇다. 그러나 가족 모두가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시간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여유도 없다면 우리 아이들은 계속 소외받고, 힘든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보육, 교육, 의료, 주거, 일자리, 노후소득 등 일상적인 국민의 기본적 삶을 국가가 보장해 주는 보편적 복지국가에서는 가정은 더 이상 입시 준비의 기본 단위가 아니어도 된다. 가정이 노동을 위한 재충전의 기능뿐만 아니라, 편안한 휴식의 공간, 가족들이 대화하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되도록 하는 것은 우리 국가의 시스템을 복지국가 방식으로 바꾸는 것뿐이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다.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면,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어른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고, 남을 밟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그대로 보고 배운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왕따와 학교 폭력에 시달리고, 자살의 위험에서 겨우 살아남은 세대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다.

교육의 근본적인 역할과 사회적 기능을 되찾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고, 장래에 그들이 살아갈 희망찬 세상을 보여주는 유일한 길은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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