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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카'의 능력을 보여주세요…'29만원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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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카'의 능력을 보여주세요…'29만원의 기적'

[프덕프덕] 최저임금으로 살아가기

우리 가카께서 워낙 독실하시잖아요. 다들 알죠. 소망교회 장로,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거. 그래서 성경을 펼쳤어요. 우리 가카를 이해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죠.

그런데 신약성경 마태오복음서 14장 17절에서 손이 딱 멎었어요. 예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이 나오는 대목이죠. 유명한 오병이어 이야기.

가카는 아마 이 대목을 줄줄 외울 거예요. 목사님들이 설교할 때도 자주 인용하는 내용이니까요. 이 대목에서 갑자기 걱정이 들더라고요. 가카가 워낙 독실하시니까요. 그래서 성경 구절을 그대로 실천하려 들면 어떡하나 싶었던 거죠.

쫄쫄 굶는 노숙자 오천 명한테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만 주고는, '이거면 당신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먹고 남은 것은 바구니에 담아서 돌려줘라', 이러면 곤란할 거 아니에요. 설마 그럴 리 있겠느냐고요. 아니에요. 가카가 얼마나 독실하신 분인지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오래 전에 이미, 서울을 하느님께 봉헌한 분이신 걸요.

농담 아니에요. 증거 있냐고요. 거 참, 깐깐하시네. <프레시안> 김봉규 기자가 지난달 28일 쓴 기사를 보죠.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자리에서 오간 이야기를 다룬 기사예요. 경영계가 제시한 생계비 항목을 보면, 한 끼 식사비가 820원, 하루 교통비는 330원이라고 돼 있죠. 한 달 주거비·전기료·수도료를 다 더한 게 14만 원. 교육비는 한 푼도 없고요.

820원으로 끼니를 때우라는 건데, 매일 라면만 먹으라는 이야기죠. 가끔은 단백질, 비타민도 섭취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저임금 기준을 다루는 경영계 측 위원은 답을 아는가 보네요. 기사를 보면,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심지어 한 경영계 위원은 생계비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내 친척이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고 해요. 뭔가 사는 방법이 있다는 거죠.

사실 이 기사를 읽을 때만 해도, '820원으로 끼니를 때우는 친척' 이야기가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반성해요. 제 믿음이 부족한 탓이죠.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만 있으면, 먹는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믿는 분들. 분명히 있다고 봐요. 생계비 전문위원회 회의에 참가한 경영계 위원이 그런 분이겠죠.

그래도 고개를 가로젓는군요. 믿음이 밥 먹여주는 게 아니라고요. 아니에요. 믿음이 밥 먹여 준다니까요. 김 기자가 15일 쓴 기사를 볼까요. "대학생 알바가 봉인가요…37.3% "최저임금도 못 받아"라는 기사죠. 제목 그대로예요.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가운데 37.3퍼센트는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 기준에 못 미친다는 거죠. 이 말은 한 달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도, 한 끼 식사비로 820원 이상을 쓰기 어렵다는 뜻이죠. 물론, 어떤 대학생은 아르바이트를 그저 경험삼아서 할 거에요. 또 고임금 아르바이트와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겠죠. 그런데 부모에게 용돈을 받지도 못하고, 임금이 센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할 처지도 못 되는 학생이라면? 정말, 라면만 먹으며 사는 수밖에요.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느냐고요. 살 수 있어요. 그렇다니까요. 고개를 젓는 당신, 믿음이 부족하군요. '장로 가카'가 있는 한국에서 불가능이란 없답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만으로 오천 명이 먹는 정도는 아니어도, 끼니마다 라면만 먹으며 방학을 나는 '기적'은 충분히 가능하죠. 하긴, 가카도 젊었을 때 워낙 가난하셨죠. 배 쫄쫄 굶으시고 그래서 군대도 면제받으셨다면서요. 요즘 대학생들이 워낙 나약해서 '기적'에 도전하지 못 하는 거라고요. '기적'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강원 춘천시 남산면 남이섬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낀 채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걷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하~. 그래도 못 믿겠다는 표정이네. 뭐라고요. 성경에 나온 오병이어의 기적은, 오천 명이 실제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만으로 식사를 했다는 게 아니라 각자가 갖고 왔던 음식을 바구니에 내놓으면서 생긴 '나눔의 기적'을 가리키는 거라고요. 어떤 신학자들이 그렇게 이야기했다고요.

글쎄요. 그런 어려운 이야기, 잘 모르겠고요. 대신, 더 화끈한 증거를 보여줄 게요. '장로 가카'보다 훨씬 전에 '가카'가 되신 분 이야기에요. 머리가 늘 환하게 빛나는 '장군 가카'죠. 글쎄, 그 분은 전 재산이 고작 29만 원뿐이랍니다. 그럼 이슬만 먹고 사시느냐. 전혀 아니죠. 대형 와이너리에 와인을 쌓아놓고 드신답니다. 전국 곳곳에 땅을 사둔 것은 기본이고요. '장군 가카'의 기적 앞에서, '장로 가카'가 외우고 다니시는 오병이어 이야기는 아무 것도 아니죠. 그까짓 최저임금, 반으로 깎아도 떵떵 거리고 살 수 있다니까요.

'장로 가카', 분발하셔야겠어요.

(어이없어 실소만 나오는 일들을 진지하게 받아쳐야 할 때 우리는 홍길동이 됩니다. 웃긴 걸 웃기다 말하지 못하고 '개념 없음'에 '즐'이라고 외치지 못하는 시대,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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