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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과 실종된 'UN 글로벌 콤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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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경련과 실종된 'UN 글로벌 콤팩트'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6〉 재벌들 UN 글로벌 콤팩트 가입해야

재계의 UN 글로벌 콤팩트 가입 규정한 '투명사회협약'
  
  지난 28일 3000억 원대의 배임에다 12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됐다 불과 2개월 만에 풀려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모습은 재벌이 존재하는 한국 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또 한 번 깨닫게 해준 모습이었다. 그런데 정 회장이 풀려나는 모습에 1년여 전의 한 풍경이 겹쳐 씁쓸했다.
  
  2005년 2월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UNDP(국제연합개발계획)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국제 기준 가운데 하나인 'UN 글로벌 콤팩트'를 전략적으로 추진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2005년 3월 10일 투명사회협약도 체결했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한 이 협약 제21조에는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4개 영역에 대한 10대 원칙에 근거한 UN 글로벌 콤팩트에 적극 참여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전경련이 UNDP와 MOU까지 맺어 적극 추진키로 했고, 대통령까지 참석한 가운데 체결한 협약에서도 적극 참여키로 한 UN 글로벌 콤팩트에 가입한 한국의 재벌은 아직 없다(세계적으로 3100여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한국전력, 남동발전, 한국토지공사, 우리은행, 에코프론티어 등 5개사만 가입해 있다). 특히 전경련의 주축을 이루는 삼성, 현대, LG, SK, 두산 같은 국내 굴지의 재벌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UN 글로벌 콤팩트는 1999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증진하기 위해 제안한 협약이다. UN 인권선언, ILO 핵심노동기준,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에 근거하여 인권, 노동권, 환경, 반부패 4개 영역에서 영업 활동의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나이키, 셸, 유니레버, 바이엘, 다이믈러크라이슬러 등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과 국제상공회의소(ICC)가 협약에 동참하고 있다.
  
  뇌물제공, 조세포탈, 비자금조성에 열성이었던 재벌들
  
  전경련이 UN 글로벌 콤팩트에 가입하기로 국제기구와 MOU를 체결하고, 전경련의 실질적인 리더인 이건희 삼성 회장, 박용성 두산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이 참여한 가운데 투명사회협약을 맺었음에도 국내 굴지의 재벌들이 1년이 훨씬 지나도록 UN 글로벌 콤팩트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전경련이 UN 글로벌 콤팩트를 추진키로 결정한 2005년 이후 재벌총수들이 불법행위에 연루된 사건들을 보면 저절로 이해가 된다. 삼성, 두산, 현대자동차 같은 국내 굴지의 재벌임원들이 기소되어 법정에 섰는데, 그 대부분이 뇌물제공이나 조세포탈, 비자금 조성 등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라면 수십 년의 징역형과 천문학적인 벌금형에 처해지는) 파렴치한 부패 때문이었다.
  
  UNDP와의 MOU에 서명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체결한 협약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줄줄이 부패행위에 연루된 재벌총수들의 모습이야 말로 전경련이 UN 글로벌 콤팩트를 적극 추진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훨씬 지나도록 침묵하고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재벌들, UN 글로벌 콤팩트의 노동 관련 원칙에 반발?
  
  하지만 필자는 조세포탈, 뇌물제공, 비자금조성 같은 한국 재벌들의 불법행위는 이승만 정권시절부터 계속된 관행인데, 이것 때문에 전경련이 UN 글로벌 콤팩트 추진을 사실상 손놓고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대기업들이 저질러 온 오래된 잘못과 불법행위들을 청산하자는 게 UN 글로벌 콤팩트의 정신이자 투명사회협약의 취지라면 2005년 2월과 3월 이전에 이뤄졌던 현대, 삼성, 두산 등의 불법행위가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법처리는 사법처리대로 진행하되, UN 글로벌 콤팩트에 가입함으로써 앞으로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국내외에 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왜 전경련의 UN 글로벌 콤팩트 가입 사업이 유명무실해졌는가라는 필자의 의문에 해답을 주는 기사가 <한겨레> 5월 7일자에 실렸다. "사회책임펀드 뜨고 싶어도 태울 기업 적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진철 기자는 "지난해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글로벌 콤팩트 가입을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 (콤팩트의) 원칙이 국내 1위 재벌그룹인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상충되는 탓"이라고 썼다.
  
  UN 글로벌 콤팩트의 3번 원칙은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6번 원칙은 "기업은 고용과 직업에서의 차별을 철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無)노조 정책을 고수하면서 노동조합운동에 적대적인 삼성의 행태를 볼 때, 글로벌 콤팩트의 노동 관련 원칙들이 "눈에 가시처럼" 비쳐졌을 것이다.
  
  전경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관심 없나?
  
  UN 글로벌 콤팩트의 핵심 철학은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인권, 노동권, 환경, 반부패와 관련하여 국제 사회가 마련한 기준을 지지하고 준수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래야 세계화된 경제를 지속가능하고 통합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에 대해정부, 노조, 시민사회, 지역사회가 협력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게 글로벌 콤팩트의 근본 취지다.
  
  최근 UN의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인권과 다국적기업에 관한 특별대표'를 임명하여 UN 글로벌 콤팩트를 비롯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ㆍCSR)에 관련된 국제 기준들을 통합하려 애쓰고 있다. UN 글로벌 콤팩트는 이러한 국제 사회의 노력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한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대변한다는 전경련이 한 회원사의 반(反) 노조 정책이 부담 되어 국제기구 및 국민들과 맺은 좋은 약속을 내팽개치고 거짓말쟁이로 전락해서야 되겠는가. 전경련의 분발을 기대한다.
  
UN 글로벌 콤팩트의 10대 원칙
  
  Global Compact의 원칙은 다음의 국제적인 합의를 기초로 한다.
  
  - 세계인권선언
  - 국제노동기구(ILO) '근로상의 기본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
  - 환경과 개발에 관한 Rio선언
  - UN 반부패협약
  
  Global Compact는 기업들이 인권, 노동 기준, 환경, 반부패 등의 4개 영역에 대한 핵심가치를 지지하고 채택하며 법령화할 것을 요청한다.
  
  1. 인권
  
  원칙 1: 기업은 국제적으로 공표된 인권의 보호를 지지하고 존중한다.
  원칙 2: 기업은 인권 학대에 연루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한다.
  
  2. 노동 기준
  
  원칙 3: 기업은 실질적인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을 인정한다.
  원칙 4: 기업은 모든 형태의 강제 노동을 철폐한다.
  원칙 5: 기업은 아동 노동을 실질적으로 철폐한다.
  원칙 6: 기업은 고용과 직업에서의 차별을 철폐한다.
  
  3. 환경
  
  원칙 7: 기업은 환경 문제에 대한 사전주의적인 접근법을 지지한다.
  원칙 8: 기업은 보다 큰 환경적 책임을 장려하는 조치를 수행한다.
  원칙 9: 기업은 환경 친화적인 기술의 개발과 확산을 촉진한다.
  
  4. 반부패
  
  원칙 10:기업은 금품 강요 및 뇌물수수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부패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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