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에서 연이어 방사능 물질 누출 사고가 일어나 원자력 발전소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또 한 번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월성 원전 3호기에서 일어난 사고는 용접 부위에서 결함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돼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월성 원전 3호기 한 달 동안 방사능 물질 누출…원인 규명 못해**
13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4일 원자로를 정지시키는 사고가 일어난 경주시 양북면 월성 원전 3호기에서는 이미 사고 한 달 전부터 방사능을 띤 중수가 용접 결함 부분을 통해 누출돼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월성 원전 3호기에서는 이미 2월 26일부터 원자로 건물 안의 삼중수소 농도가 정상보다 2배 가량 높게 검출돼 발전소 측이 원인 파악에 나섰다. 이렇게 원인 파악에 나선 지 한 달이 넘도록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다 지난 4일 새벽 3시께 방사능 농도가 급격히 상승해 정상의 40배 수준에 이르자 결국 원자로를 수동으로 정지시켰던 것.
이렇게 방사능 농도가 계속 증가했던 것은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수가 흐르는 정지냉각계통 격리 밸브의 용접 부위의 결함 탓이었다. 결함이 생긴 부분에서 방사능을 띤 중수가 조금씩 새어나오다 결함 부위가 4.6㎝ 길이로 커지면서 지난 4일 새벽에는 다량이 뿜어져 나온 것이다. 이 사고로 평상시보다 2~4배 많은 방사능 물질이 배출됐다.
한편 이번 사고는 원전 안전 관리의 치명적인 허점을 또 한번 노출시켰다. 냉각수가 새는 것을 계속 방치해 뒀을 경우 핵분열 과정에서 달궈진 원자로를 식히지 못해 핵연료가 녹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함이 발생한 용접 부위의 경우 건설 당시 비파괴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더욱더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월성원전은 7일 오후부터 다시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롯카쇼무라 핵연료 재처리 시설에서도 방사능 물질 누출 사고**
방사능 물질 누출 사고는 일본에서도 있었다. 지난 3월 31일 오후 3시부터 전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일본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의 핵연료 재처리 시설에서도 최근 플루토늄을 함유한 물이 새는 사고가 발생했다.
핵연료 재처리 시설 안에 있는 한 건물에서 플루토늄 등의 방사능 물질을 포함한 물 40ℓ가 샌 사실을 사업 주체인 일본원자력연료 측이 12일 공식 확인했다. 이 사고는 11일 오전 3시40분께 '사용후 핵연료'를 절단·용해했을 때 나오는 폐기물을 씻기 위한 수조에서 나오는 세정수를 저장용 수조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세정수에는 플루토늄 약 1g과 우라늄 260g이 포함돼 있었다.
가동을 시작한 지 12일 만에 발생된 사고에도 불구하고 이 핵연료 재처리 시설은 계속 가동될 전망이다. 일본원자력연료 측은 "이번 사고는 원격 조작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에 불과하며 방사능 물질도 외부로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핵연료 재처리 시설은 2년 내에 530개 이상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어 국내외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 "언제까지 '원전 안전 신화'에 우리 운명 맡길 건가"**
이런 한국과 일본의 연이은 방사능 물질 누출 사고와 관련해 환경단체는 '원전 안전 신화'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운동연합은 "냉각수가 한 달이 넘도록 새고 있었는데도 그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월성 원전 3호기의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현실에서 정부나 원자력 산업계가 주장하는 '100% 안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어떤 핵 관련 시설이든 사고의 가능성은 존재하고, 이 사고는 항상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우선 환경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것처럼 과학기술부에서 원자력 연구개발과 안전규제를 동시에 맡는 현재의 체계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투명하고 독립적인 원자력 안전규제 기구가 신설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더 나아가 원자력에 더 깊이 의존할지 아니면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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