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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사고, '한국형 원전'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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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사고, '한국형 원전' 안전한가

영광 이어 울진 원전도 원자로 내부부품 이탈

영광 원자력발전소 5, 6호기에 이어 울진 원전 5호기에서도 원자로 내부 부품인 열전달완충판이 떨어져나가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영광 5, 6호기와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울진 5호기는 모두 소위 '한국형 원전'이어서, '한국형 원전'의 설계 결함과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울진 5호기도 열전달완충판 이탈**

과학기술부는 3일 시운전중인 울진 5호기의 열전달완충판 4개 가운데 1개가 이탈된 것으로 추정돼 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 4명을 현장에 파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9일 시운전 중인 울진 5호기의 안전주입배관 열전달완충판에 대한 비파괴검사 및 내시경 검사를 한 결과, 열전달완충판 4개 중 1개가 이탈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지했다.

과기부는 앞으로 핵연료를 들어내고 육안검사를 실시해 정확한 이탈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최종 이탈 여부는 2주 후에나 확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열전달완충판은 원자로가 녹는 최악의 사고를 막기 위해 냉각수를 뜨거운 원자로에 주입할 때 생기는 온도차(300℃와 50℃)로 인한 열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직경 30㎝, 길이 55㎝, 무게 20㎏의 원통형 부품이다.

***'한국형 원전' 안전성 시비 재점화**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해 4월과 11월 확인된 영광 5, 6호기의 열전달완충판 이탈 사고와 동일한 사고로 추정돼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사고가 일어난 원전은 모두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설계한 소위 '한국형 원전'이며 모두 상업 가동에 들어가기 전인 시운전 상태였다.

영광 5호기의 경우 열전달완충판 4개중 3개가 이탈한 사실이 지난해 4월 확인됐으며, 영광 6호기의 경우 열전달완충판 4개 모두가 이탈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특히 영광 5, 6호기의 경우에는 이탈된 열전달완충판이 냉각수를 타고 원자로 용기로 흘러들어와 핵연료봉을 싸고 있는 피복재와 모재(5호기)를 손상시킨 사실도 밝혀졌다. 현재 영광 5, 6호기는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울진 5호기를 포함한 열전달완충판이 이탈한 원전이 모두 '한국형 원전'이라는 데 있다. '한국형 원전'에 심각한 설계·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돼 그 안전성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현재 '한국형 원전'은 울진 3, 4, 5, 6호기와 영광 5, 6호기 등 총 6개이며 국내 건설은 물론 해외 수출도 고려하고 있다.

반핵국민행동은 3일 성명서를 내 "영광 원전에 이은 울진 5호기의 부품 이탈 사고는 한국형 핵발전소 설계가 근본적인 결함을 갖고 있음을 확인시켰다"면서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영광 5, 6호기의 재가동과 울진 5, 6호기의 상업 가동을 중단하고 신고리 1, 2호기, 신월성 1, 2호기의 신규 건설도 모두 보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역 주민들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1월4일 울진 5호기의 주급수 펌프 출구밸브가 비정상적으로 닫히는 등 2002년부터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울진 원전 주변 주민들은 이번 사고로 더욱 불안이 심해진 상태다. 울진반핵연대도 3일 성명을 내고 "영광, 울진 원전의 빈번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안전하다는 말만 강변하고 있다"면서 "한국형 원전의 총체적 결함과 부실이 드러난 이상, 울진 원전 5, 6호기를 폐쇄하고 노후화한 울진 원전 1, 2, 3, 4호기에 대한 안전 진단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규제기관, "안전성 문제 없다"**

이런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작 과기부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업자인 한수원과 마찬가지로 "안전하다"는 주장만 강변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원자로계통분과는 최근 영광 5, 6호기의 열전달완충판 이탈 사고를 검토하고 "안전여유도가 16% 포인트 감소하나 원자로 수명기간 동안 안전운전에는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연전달완충판이 이탈되면 냉각수 유입을 견디는 횟수가 10회 정도(60회에서 50회로) 감소하나, 원자로 수명기간 동안 안전운전에는 영향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의 판단은 과기부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보고서를 바탕을 두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영광 5, 6호기의 열전달완충판 이탈 원인도 "설계상의 결함이 아니라, 시공 과정에서 밀착 상태가 불량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해 사실상 '한국형 원전'의 설계 결함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주장에 대해서 반핵국민행동의 양이원영 사무국장은 "합격 기준을 만족시켰는데도 밀착 상태가 불량이었다는 식의 주장은 합격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이탈된 열전달완충판 개수로 판단해볼 때 근본적인 설계 결함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면서 "안전여유도를 확보하기 위해 설치한 열전달완충판이 애초 불필요하다는 식의 접근도 그 근거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4일 다시 성명을 내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실질적인 책임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관리자로서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반성을 하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고 한수원을 비롯한 이익집단들의 대변인 노릇만 하고 있다"면서 "원자력안전기술원에 계속 규제를 맡겨야 할지 회의가 든다"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국장은 "이탈 사고의 원인 분석과 근본적인 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 모든 '한국형 원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한국형 핵발전소 안전성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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