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한 경북 울진 근처에서 29일 리히터 규모 5.2의 강진이 일어난 데 이어, 하루 뒤인 30일 새벽과 밤에도 규모 2.0의 지진이 두 차례 더 발생했다. 특히 마지막 지진은 내륙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돼,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확산될 전망이다.
***규모 5.2의 '강한 지진', 공식 기록으로는 최대 규모 강진**
29일 오후 7시14분께 경상북도 울진 동쪽 약 80㎞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5.2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1978년 지진 계기관측을 시작한 이래 국내에서 발생한 최대규모의 지진으로, 지난 1978년 9월 충북 속리산 부근에서 발생한 지진(5.2 규모)과 비슷한 강도다.
하루 뒤인 30일에도 새벽 4시45분께 울진군 남동쪽 약 70㎞ 해역에서 규모 2.0의 지진이, 밤 9시45분께 울진군 내륙에서 규모 2.2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30일에 발생한 두 차례의 지진은 강진이 발생한 뒤 이어진 작은 규모의 여진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29일 발생한 강진은 진앙지가 해상이어서 큰 피해는 없었으나, 그 규모가 커서 울진ㆍ포항ㆍ대구ㆍ영덕 지역의 집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서울에서도 그 진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번에 발생한 규모 5.2의 지진이 내륙에서 일어나면 가구가 흔들리고 벽에 균열이 발생하는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 지반이 약한 노후화된 아파트의 경우에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한반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원전 안전성도 의구심**
이번에 발생한 강진으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일부 학계의 주장이 더욱더 힘을 받게 됨은 물론 울진 지역에 위치한 원전 등의 안정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될 전망이다. 특히 울진 지역은 6기의 원전에 더해 4기의 원전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인 데다, 근남면, 기성면에서 핵폐기물처리장까지 유치한 상태여서 안전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 동안 한반도는 일본, 대만과 달리 대규모 지진과 무관하다는 게 지질학계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국내외 지질학계의 주장이 제기됐고 이에 대한 학계의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독일 포츠담 지구물리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최승찬 박사는 지난 5월 초에 열린 '한반도의 대륙 충돌대 위치 추정' 지진 세미나에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큰 반향을 얻었다.
이런 주장은 최근 지진 발생 횟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기상청의 지진자료(1978~2000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지진발생 건수는 약 20회로 90년대 중반 이후 그 횟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1978년 이후 한 차례도 없던 규모 5.0 이상의 지진도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조사돼 학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관측 장비가 정밀해져 미세 지진이 빈도에 포함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강진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향후 더 큰 규모의 강진이 발생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기부는 "지진 발생해도 안전하다" 주장만**
특히 울진 지역은 원전 지역이라 더욱더 큰 불안감을 안겨 주고 있다.
이번 지진의 경우에는 내부 9개 지진계가 진도 1 이하 미미한 진동만을 감지하는 등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과학기술부는 국내 원전들이 이번에 발생한 지진의 약 30배의 규모에 해당하는 규모 6.5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돼 있어서, 원전 바로 밑에서 이번 지진의 "30배의 지진이 발생해도 문제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기부의 주장은 말 그대로 '희망사항'일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규모 6.0 이상의 대규모 지진이 실제로 발생했을 경우, 내진 설계를 했다는 원전이 제대로 버텨줄지도 의문이거니와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지진이 규모 6.5 이하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일본에서도 미처 예측하지 못한 규모 7.3의 대지진이 1995년 오사카ㆍ고베에서 발생해 큰 피해를 입은 후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중이다.
***원전 내진설계 등 총체적인 안전성 점검 필요해**
환경운동연합은 29일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라는 논평을 내고,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인식되던 시기에 지어진 핵발전소가 완벽한 내진설계로 건설됐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핵산업계 내부에서도 드물 것"이라며 "만약에 지진이 핵발전소 부지와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다면 대규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과기부의 주장과 달리 울진 남쪽의 월성 원전 지역은 최근 들어 우려할 만한 활성단층이 발견되는 등 지질 안정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최근 잦은 지진은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지도 모를 대재앙을 미리 예방하는 경고와 같다"고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내진설계와 지진에 대한 총체적인 안전성 점검에 들어가야 한다"며 "지질학계가 우려하고 있는 신규 건설의 경우에도 철저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간 국내에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원전 등의 내진설계 기준을 제대로 점검하고, 지진에 대비한 주민대피 훈련 등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관련 기관들의 논의는 제자리 상태에 머물러 왔다. 관계 기관들이 이번 강진으로 '피해가 없었다'는 것에 놀란 가슴만 쓸어내린다면 더 큰 재앙이 닥쳤을 때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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