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2.텍사스 레인저스) 선수가 '왕년의 홈런왕' 이만수(47)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코치에게 공개적으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박찬호의 한양대 대선배로 박찬호가 어려울 때마다 조언과 위로를 계속해왔던 이만수 코치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박찬호 "이만수 선배님 뵙고 제 자신이 무척 부끄러웠습니다"**
박찬호는 19일(현지시간) 자신의 홈페이지(chanhopark61.com)에 올린 '오래 전 우리들의 홈런왕...'이라는 글을 통해 지난 17일 시카고 원정 때 상대팀 코치임에도 자신을 집에 초대해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은 이만수 코치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17일 이날은 박찬호가 이만수가 불펜코치를 맞고 있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 1회에 만루홈런을 맞고 고전한 날이었다.
박찬호는 "경기를 마치고 늦은 밤 저를 집에 데리고 가서 저녁상을 푸짐하게 차려주신 선배님과 형수님 그리고 제게 아쉬웠던 경기를 잊게 하고 기쁨과 즐거움을 준 두 아드님께도 감사를 드린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박찬호 글에서 정작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찬호가 큰 감명을 받은 이만수 코치의 검박하면서도 성실한 삶에 대한 존경의 염이다.
박찬호는 "나는 그날 이만수선배님의 생활하시는 공간과 모습을 보고 깊은 생각을 했다"며 "어릴 적 우리들에게는 홈런왕 이만수 선배님이 힘들고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니 큰집에서 좋은 차를 타고 유명세를 누비며 사는 저는 무척 부끄러운 마음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박찬호는 또 "타국에서 야구공부를 하시는 선배님은 제게 사는 게 늘 즐겁다고 하셨다"며 "밤늦게 돌아와도 화목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피곤해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하시고 사랑하는 아내와 늘 차한잔 하는 시간의 평화로움...그리고 일찍 야구장에 가셔서 체력운동을 하시는 노력...팀의 좋은 성적을 위해 선수들의 준비와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는 일... 이런 시간들이 너무 즐겁다고 하시더군요. 힘들고 부족한 건 절대로 부끄럽지 않다는 걸 제게 깨우쳐 주셨다"고 밝혔다.
박찬호는 이어 "아주 오래되고 비좁은 집에서 사시고, 야구장까지 매일 1시간이 넘도록 운전을 하시며 다니시고,그리고 아들들의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 내일 모래면 50이 다 되시는 연세가 거짓처럼 보이듯 몸관리를 잘 하신 모습, 그 나이에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받아내기는 그리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다"고 재차 자신이 받은 충격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박찬호는 팬들에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많이 한국야구발전을 위하며 대한민국을 알리는데 한몫 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걸 여러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며 "저와 같은 후배가 있어서 늘 자랑스럽고 든든하다고 하시는 이만수코치님...선배님이 계셔서 더 자랑스럽고 늘 든든해하는 우리들이 있다. 홈런왕 이만수선배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는 감사의 말을 글을 끝맺었다.
***이만수 "박찬호를 만나면 늘 등을 두들겨주고 싶다"**
박찬호에게 큰 감명을 준 이만수 코치는 지금 시카고에서 특유의 성실함과 친화력으로 팀내에서 깊은 신뢰를 얻으며, 감독수업을 충실히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코치는 지난 8일에는 자신이 소속돼 있는 화이트삭스 홈페이지 팬게시판(chicago.whitesox.mlb.com)에 'wsox4ever'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네티즌으로부터 '미스터 이만수가 멋진 매너를 선사했다'는 제목의 감사편지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네티즌은 8일 화이트삭스와 경기를 가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열성팬이어서 특히 화제가 됐다.
편지글에 따르면, 이 네티즌은 지난 8일 가족과 함께 토론토-화이트삭스 전을 관전하러 로저스센터를 찾았다. 그는 "경기 시작 직전 3살 난 딸이 손을 흔들자 이 코치가 풍선껌을 던져 줬다. 이 코치는 이닝이 끝날 때마다 우리 가족 좌석으로 와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고 밝혔다.
이 코치는 또 9회말 토론토 유격수 러스 애덤스가 친 홈런 타구가 로저스센터 불펜 안으로 떨어지자, 이 공을 주었다가 경기가 끝난 뒤 토론토 팬인 이 네티즌에게 '이만수'라고 사인한 애덤스의 홈런 볼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 네티즌은 "이 코치는 매우 예의바른 사람이었다. 이 코치 덕에 온 가족이 최고의 날을 보낼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네티즌은 경기가 끝난 뒤 이 코치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였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그는 "'이만수'라는 이름을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한국의 베이브루스'였다"며 "대스타들은 오만할 것이라 생각해 왔는데, 이 코치 때문에 편견을 깰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홈 팀 토론토가 졌지만 우리 가족에겐 최고의 경기였다. 모든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이 코치같이 예의바르고 친절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감사편지를 마무리했다.
이처럼 상대방 팀의 열성팬에게서까지 감사를 받을 정도로 성실한 생활을 하고 있는 이만수 코치는 평소 자신의 홈페이지(leemansoo.co.kr)에 쓰는 '헐크 칼럼'이란 글을 통해 자신의 이국생활을 국내팬들에게 알리고 있기도 하다.
특히 그는 박찬호선수가 감사편지를 쓰기 며칠전인 지난 13일 올린 글에서 자신이 미국 야구계에서 느끼는 동-서양의 문화차이를 소개하며, "나는 이런 일을 지켜볼 때마다 이곳에서 버티어나가는 후배들이 참으로 기특하게 여겨진다. 아무리 야구라는 공통분모가 있어도,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 쉽지만 않은 일인데...... 이런 모든 것을 다 딛고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매김을 한 박찬호 후배를 만나면 늘 등을 두드려주고 싶다"고 박찬호를 격려하기도 했다.
"어릴 적 우리들의 홈런왕 이만수 선배님께서 빨리 공부를 마치시고 우리나라 야구 발전에 큰 나무가 되어주시길 바랄 뿐"이라는 박찬호의 마음은 '헐크'를 기억하는 모든이들의 염원이기도 할 것이다.
다음은 박찬호 선수와 이만수 코치가 쓴 글 전문이다.
***오래전 우리들의 홈런왕...(2005.5.19)**
안녕하세요..여러분..
오늘은 게임이 없어서 하루 휴식을 했습니다.
모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외식도 하고 쇼핑도 하고 집에 돌아온 제 마음이 편안합니다.
부모님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과 노력이 평생을 해도 그 분들의 은혜에 반이라도 값아질런지...
지난번 전 원정에 시카고에 계신 이만수 코치님을 만났습니다.
자주 제게 전화를 주시면서 용기와 격려를 주시는 선배님을 만나서 저녁식사도 하고
좋은 말씀 많이 얻었습니다.
게임전부터 전화주셔서 상대로 맞서지만
그래도 저의 호투를 빌어주셨던 이만수 선배님이 무척 고마웠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늦은 밤에 절 대리고 집에까지 데려다 저녁상을 푸짐하게 차려 주신 선배님과 형수님
그리고 제게 아쉬웠던 경기를 잊게 하고 기쁨과 즐거움을 준 두 아드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전 그날 이만수선배님의 생활하시는 공간과 모습을 보고 깊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릴적 우리들에게는 홈런왕 이만수 선배님이 힘들고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니
큰집에서 좋은 차를 타고 유명세를 누비며 사는 저는 무척 부끄러운 마음을 느꼈습니다.
타국에서 야구공부를 하시는 선배님은 제게 사는게 늘 즐겁다고 하셨습니다.
밤늦게 돌아와도 화목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피곤해도 아침 일찍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하시고 사랑하는 아내와 늘 차한잔 하는 시간의 평화로움...
그리고 일찍 야구장에 가셔서 체력운동을 하시는 노력...
팀의 좋은 성적을 위해 선수들의 준비와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는 일...
팀이 승리할 땐 더욱 큰 보람을 느끼시겠죠....이런 시간들이 너무 즐겁다고 하시더군요.
힘들고 부족한 건 절대 부끄럽지 않다는 걸 제게 깨우쳐 주셨습니다.
아주 오래되고 비좁은 집에서 사시고
야구장까지 매일 1시간이 넘도록 운전을 하시며 다니시고
그리고 아들들의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
내일 모래면 50이 다 되시는 연세가 거짓처럼 보이듯 몸관리를 잘 하신 모습..
그 나이에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받아내기는 그리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 하십니다.
늦은밤 선배님가족과 함께한 시간은 어쩌면 저의 하루의 가장 축복받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 다음에 제가 선수생활을 마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좋은 길을 주셨습니다.
어릴 적 우리들의 홈런왕 이만수 선배님께서 빨리 공부를 마치시고
우리나라 야구 발전에 큰 나무가 되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언젠가 한국야구장에 관중들이 꽉꽉차고...
메이저리그와도 대결하는 날이 오고...
많은 한국선수들도 메이저리그 기록들을 갖게 되고 하는 날이 온다면 ......
그땐 분명 이만수선배님 같은 큰 야구나무가 함께 있을거라 믿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많이 한국야구발전을 위하며 대한민국을 알리는데 한몫 하시는 분들도 있다는걸
여러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저와 같은 후배가 있어서 늘 자랑스럽고 든든하다고 하시는 이만수코치님...
선배님이 계셔서 더 자랑스럽고 늘 든든해하는 우리들이 있습니다.
홈런왕 이만수선배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신은 우리들에게 축복과 고통을 같이 주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들은 누구나 축복받고 고통도 받는거죠.
하지만 행복한 사람은 남보다 가진게 많아서가 아니라 고통스러울 때도
작은 축복에 감사를 위해 기도한답니다.
언제나 축복받고 있다는 자신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야구하고픈 녀석으로부터...
***I am sorry.......(2005.5.13)**
5월10일 플로리다 템파에서 어웨이 경기를 마치고 호텔에 들어가는데 아지 기옌 감독과 3루코치 조이 코라가 잠깐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내용인즉 " 오늘 경기에서 굿바이 홈런을 맞은 신고 투수가 모든 것이 자기 잘못인양 너무 기가 죽어있는데다 계속 I'm sorry 를 연발하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 라는 것이다.
나는 그런 태도가 동양스타일 이라고 설명했지만, 동양선수를 접해 보지 못했던 감독은 당황스러운 것 같았다.
9회말 6 : 6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온 우리팀 구원투수 신고는 첫타자를 삼진아웃 시킨후 다음타자인 9번 Jorge Cantu 에게 실투로 굿바이 홈런을 맞고 말았다. 경기후 감독은 신고투수를 위로해 주려고 갔는데 기가 죽어 앉아있길래 감독실에 데려가서 " 괜찮다 " 고 이야기하자 계속 신고가 " I'm sorry " 라고 이야기해서 통역하는 사람을 불러 왜 신고가 sorry 한지 이유를 말해보라고 하니 자기 때문에 경기를 졌기 때문에 " 너무 미안하다 " 고 했단다. 아지 기옌 감독은 " 너 때문에 이긴 경기가 얼마나 많은데 그러냐 " 며 계속 위로 했지만 신고는 계속 " I'm sorry " 만 연발하고...............
당황한 아지 감독은 분위기를 바꾸려고 맥주 한 캔을 건네자 신고투수는 미안해서 못 먹는다고 또 사양하니 감독이 정색을 하고 " 이 맥주를 다 마셔야 마음이 풀린 것으로 알겠다 " 고 하자 마지못해 맥주 한 캔을 먹었다고 한다.
신고투수와 2년 같이 생활하면서 느낀 점은 말과 행동이 같으며 참 착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나름대로 스타였던 신고투수가 늦은 나이에 ( 35살 )에 최고의 타자들이 즐비한 메이저 리그의 문을 두드린 용기와 배짱이 무색할 만큼 점잖고, 착하며, 예의도 바르다.
2004년 6승 4패 19세이브 방어율 2.31로 우리팀 투수진에서 중요한 몫을 해냈던 신고투수가 올봄 스프링 트레이닝 때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처럼 깔끔한 피칭으로 3자 범퇴를 시키지 못하고 사구가 많아졌다.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던지다 보니 신고투수의 주무기인 느린 커브와 체인지 업이 전혀 힘을 못쓰고 있다.2년차 징크스인지.......게다가 성격이 내성적인 신고투수는 늘 통역을 대동하고 다니니 선수들과 친하게 지낼 기회가 좀처럼 없다. 그나마 같은 동양권인 나에게는 친근히 대하며 한국음식을 참 좋아한다.
나의 현역시절도 돌아보면 나 때문에 경기가 날아간 날 ( ? )은 숨도 못 쉬었던 기억이 난다. 코칭스텦에게나 동료들에게 " 모든것이 제 탓입니다 " 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천하에 뻔뻔한 인간이 되는 그런 분위기가 초창기에는 늘 있었다.
나에게는 신고의 그런 태도가 당연하게 보이는데 감독에게는 아주 신기한 모양이다.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러 놓고 얄미울 만큼 아무렇지도 않는 이곳 선수들을 마주치면서 처음에는 나도 그들이 신기했었으니까..... 이런 것이 문화의 벽이고 정서의 차이인가 보다.
나는 이런 일을 지켜볼 때마다 이곳에서 버티어나가는 후배들이 참으로 기특하게 여겨진다. 아무리 야구라는 공통분모가 있어도,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 쉽지만 않은 일인데......이런 모든 것을 다 딛고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매김을 한 박찬호 후배를 만나면 늘 등을 두드려주고 싶다.
나에게는 너무 당연해 보이는 신고의 " I'm sorry " 가 감독에게는 당황스러움이 되는것이 동 , 서양의 차이이다.
시카고에서 이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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