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원위원회가 2003년 '부안 사태' 당시 경찰이 과잉 진압한 사실을 인정하고 부상한 피해자에 대해 경찰이 치료비 등 손해배상을 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가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인권위, "부안 사태 때 경찰 과잉 진압으로 주민 인권 침해"**
인권위는 22일 '핵폐기장 백지화ㆍ핵발전소 추방 범부안 군민 대책위원회' 김인경 공동대표 등 3인이 '2003년 부안 핵폐기물처리장 반대 집회에서 경찰로부터 '신체의 자유' 등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제기한 진정 사건에 대해서 경찰의 과잉진압을 인정했다.
인권위는 "전북경찰청은 부안 사태 과정에서 시위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과잉 진압, 일방적인 채증 활동 등 인권 침해 행위가 있었고, 경찰력 투입에 의한 물리적 진압에만 의존함으로써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사태를 조기 수습하지 못했다"며 "이것은 기관장 개인의 책임일 뿐만 아니라 현장 경찰 조직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경찰청 역시 핵폐기물처리장 관련 집회와 시위가 2003년 7월22일부터 12월10일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했는데도 전북경찰청 차원에서만 대처하게 해 사태를 조기 수습하지 못하고 악화시킨 책임이 있다"며 "이 역시 경찰청장 개인의 책임일 뿐만 아니라 경찰청이 제 기능을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장관에게 경찰청에 대해 기관 경고할 것, 경찰청장에게는 전북경찰청을 기관 경고할 것을 요청했다. 인권위는 이밖에도 경찰청장과 전북경찰청장에게 과잉 진압ㆍ폭력 행위ㆍ불법 압수 수색ㆍ채증조 등을 담당한 경찰관과 지휘 책임자를 자체적으로 조사해 사실을 규명해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과잉 진압 피해자에게 치료비 등 손해 배상하라"**
특히 인권위는 과잉 진압 과정에서 있었던 피해자에 대해서 치료비 등의 손해를 배상할 것을 전북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폭력 시위에 가담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시위 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여 치료 등을 받은 피해자에 대해서 치료비 등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대한변호사협회는 문규현 신부 등 38명의 피해자에 대해서 법률 구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구체적으로 열거한 38명의 피해자는 진압 과정에서 폭행을 당해 뇌진탕, 골절, 안면부 열상 등의 진단을 받고 짧게는 이틀, 길게는 서너 달에 걸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인권위는 김인경 공동대표 등이 제기한 진정 내용 중에서 일부 경찰이 음주를 한 후 진압에 참가한 사실, 현수막을 부당 철거한 사실, 진압 과정에서 성희롱 등 인격권 침해 부분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김종규 부안군수를 보호하기 위해 내소사에 경찰력을 투입한 것에 대해서는 국가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라는 이유로 각각 기각했다.
***사면복권ㆍ손해배상 요구 급물살-김종규 군수도 "주민 사면복권 요청"**
이런 인권위의 결정에 따라 한때 일부 보수 언론 등을 중심으로 '폭도'로까지 불렸던 부안 주민들의 명예가 회복됨과 동시에 당시 부안 사태를 악화시킨 것에 대한 경찰과 정부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지난 11월9일에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핵폐기물처리장 추진 과정에서 부안 주민이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판단했었다.
특히 부안 주민들은 인권위 결정을 계기로 사면 복권과 손해 배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경찰청과 전북경찰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부안 사태 당시 시위 도중 부상당한 주민은 3백여명이며, 경찰은 집회 및 시위와 관련해 44명을 구속하고 71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95명을 즉심에 회부했었다.
한편 인권위 결정에 맞춰 부안 사태를 초래한 당사자인 김종규 부안군수가 시위 과정에서 사법처리된 피해자에 대한 사면복권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청와대, 국회, 법무부, 정치권 등에 보낸 것으로 확인돼 빈축을 사고 있다.
김 군수는 건의서에서 "정부의 정책 혼선이 갈등을 키운 만큼 핵폐기물처리장 유치 여부와 상관 없이 주민의 아픔을 치유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시위 과정에서 부상당한 주민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검토해 달라"고 사면복권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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