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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은 지금 1980년 5월 광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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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은 지금 1980년 5월 광주다"

[현지 르포] '경찰 계엄' 이틀째, 盧ㆍ정부 향한 적개심 가득

정부의 부안에 대한 '경찰 계엄'이 21일 이틀째를 맞았다.

20일에 이어 21일에도 경찰은 1천여명의 전경이 부안읍 수협앞 광장의 촛불집회를 이틀째 원천봉쇄하는 등 '경찰 계엄'의 강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1백일이 넘게 밤마다 노란색 물결이 넘쳐났던 수협앞 광장은 곤봉과 방패로 중무장한 검은색 전경들과 그들이 내는 고함 소리와 방패 찍는 소리로 가득하다. 하루 종일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불안한 눈빛으로 적막한 거리를 보면서, 정부에 대한 분노를 공유했다.

***문규현 신부 안경 박살내고 사진 찍는 기자 폭행**

21일 오후 7시부터 수협앞 광장으로 통하는 4거리를 포함한 모든 길목을 1백여명으로 이루어진 1개 중대 2~3겹으로 원천봉쇄한 전경은, 부안 주민들이 광장으로 가는 것 자체를 막고 있다. 수협 근처에 살거나, 일상적인 볼일이 있는 주민 여러명이 전경들에게 항의하거나, 길이 막혀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이 수차례 목격되었다.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정에도 곤봉과 방패를 든 전경들은 묵묵부답이다.

오후 7시40분경에는 수협앞 광장 인도에 설치된 단식 9일째를 맞은 문규현 신부의 단식 천막을 1백여명의 전경들이 에워쌓다. 문규현 신부, 김경인 교무, 이강실 목사 등 성직자를 비롯한 교인들 20여명이 촛불집회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전경들은 즉각 문규현 신부 등에 대한 제재에 들어갔고, 교인들은 강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전경들은 문규현 신부의 안경을 박살내고, 사진을 찍는 기자들을 폭행했다.

그 후 1시간이 지난 뒤, 전경들은 다시 교인들을 대상으로 진압을 시도했다. 3분 성직자를 남겨두고 전경 3~4명이 1명씩 맡아서, 교인들을 광장밖으로 강제로 쫓아냈다.

전경들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진 기자들을 몸으로 둘러싸 방해했고, 일부 여성 교인들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전경들의 진압에 강하게 항의했다. 항의에도 불구하고, 지휘부는 "옮기다가 폭행을 시도하려고 하면 무조건 검거해버려"를 외칠 뿐이다.

문 신부를 비롯한 성직자들은 진압 후에도 전경에게 둘러싸여 2시간 이상 촛불을 계속 밝혔다. 그 옆을 문규현 신부의 형 문정현 신부가 지켰다.

***"기자만 사라지면 방패로 찍으면서 달려들어"**

이같은 경찰의 차단에도 불구하고 부안 주민들은 50여명, 1백여명씩 모여 '싸움의 상징'인 촛불집회를 지켜내기 위해 부안읍 곳곳에서 산발 시위를 벌였다. 특히 수협앞 광장을 막은 4면에서 전경들과 2시간 이상 대치했다.

부안 주민들은 몸을 뒤로 해, 전경들의 방패에 맞섰고 계속 "핵폐기장 반대한다", "부안군수는 물러가라","대통령은 물러가라"를 외치면서 정부에 대한 배신감을 구호로 토로했다.

한번도 촛불집회에 안 빠졌다는 이모(43)씨는 "너희들이 이럴수록 우리의 분노와 단결만 더 키우는 꼴"이라며서 "언제까지 너희들이 이렇게 우리를 유린할 수 있는지 보자"고 절규했다.

이런 부안 주민들의 평화 시위 노력과 절규에도 불구하고, 전경 지휘부는 연신 확성기로 "야간 시위는 불법"이라면서 "모조리 다 검거하기 전에 빨리 귀가하라"고 위협했다. 주민들이 계속 전경들에게 저항하면 지휘부는 다시 "검거 태세로 들어가라"면서 "욕설을 하거나, 저항하는 사람은 모조리 다 검거하라"고 엄포를 놓곤 했다.

압도적인 경찰들의 숫자에 불안한 주민들은 기자들에게 "기자들만 사라지면 바로 방패로 찍으면서 달려들기 시작한다"면서 "집회가 끝날 때까지 취재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1백19일째 촛불집회를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산발 시위는 사실상 '경찰 계엄'하 경찰들의 주민 유린이었다.

***"총 쏘아 죽여버리고 싶다"**

주민들의 노 대통령과 정부, 경찰에 대한 적개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경찰에게 계속 밀리던 박모(45)씨는 기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총 쏘아 죽여버리고 싶다"면서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그는 "19일에도 노인 한 분이 방패에 찍혀 병원에 실려가는 것을 옆에서 봤다"면서 "부안은 현재 1980년 5월 광주와 같다"고 주장했다.

현재 부안에서 '1980년 5월 광주'를 상기하는 사람은 박모씨 뿐이 아니다. 자영업을 하는 이모(55)씨도 "외지에서 온 전경들이 아버지, 어머니뻘 되는 주민들을 방패로 찍는 것을 보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면서 "바로 부안이 1980년 광주"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총 쏘아 죽여버리고 싶은" 노 대통령이 바로 부안 주민들 손으로 당선시킨 대통령이란 사실이다. 집회를 전후해 만난 10여명의 부안 주민들은 연령, 성별을 불문하고 지난 대선때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이다. 그 중에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찍겠다는 이웃들에게 선거 전 사흘 밤낮을 찾아다녔던 김모(33)씨도 끼어 있다. 김모씨는 "내 손을 잘라서 청와대에 보내고 싶다"면서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 가닥 기대 저버리면 "결사 항전뿐"**

부안 주민들은 여전히 노 대통령과 고건 총리가 "정신을 차리고", 부안 주민들의 절규를 들어주기를 바라는 한 가닥 기대를 내비쳤다. 이모씨는 "정부가 1월 정도에 주민투표를 한다고 제안한다면 우리는 들어줄 수도 있다"면서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박모씨는 "모진 놈보다 질긴 놈이 이기는 법"이라면서 "부안 군민을 우습게 본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결사 항전"의 의지를 밝혔다. 전경들의 방패를 향해 등을 들이미는 박모씨에게 정면으로 올해 첫 한파와 함께 찾아온 강한 먼지 바람이 불어왔다. 박모씨는 꿋꿋이 등에 힘만 더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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