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앙일보> 1면 상단 기사를 포함해 상당수 신문에서 보도됐던 부안 주민들의 부상의경 폭행은, 현장에 없었던 기자들의 다분히 악의적인 왜곡보도로 확인돼 큰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프레시안 확인결과 중앙일보의 보도 내용과 달리, 대책위를 포함한 병원 관계자와 주민들 상당수는 일부 흥분한 주민들로부터 의경들을 보호하고, 병원에서 치료한 후 경찰 관계자에게 안전하게 인계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일보> 등이 보도한 '실명 위기' 등 의경들의 부상 상태도 찰과상 정도의 경미한 부상으로 확인됐다.
***부안 주민들이 심각한 상황 오히려 막아**
19일 사건 현장에 있었던 성모병원 관계자와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일부 흥분한 주민들로부터 대책위와 주민들 상당수는 부상 의경들을 오히려 '보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내용은 당시 앰뷸런스에 탑승했던 4명의 의경들의 치료 직후 증언을 담은 3분20초 분량의 인터뷰 녹화 내용을 통해 확인됐다.
병원 및 현장에 있었던 주민 등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른 상황은 다음과 같다.
19일 10시30분경 부안읍 수협앞 4거리에서 시위 진압을 하고 있던 광주에서 올라온 박용식(20) 상경은 머리에 찰과상을 입고, 동료 경찰 2명의 부축을 받으며 정동현(30) 경장의 인솔로 성모 병원 응급실로 걸어왔다. 광주에서 진압을 위해 상경한 탓에, 주민들과 경찰들의 대립이 심해진 후 주민들은 성모 병원으로, 전경들은 인근 혜성 병원으로 격리 수용되고 있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 시간 성모병원 응급실에는 전경들의 진압으로 부상을 입고 실려온 주민들과 환자들 1백여명으로 아수라장이었고, 수협4거리에서부터 2백여명의 주민들이 전경들에 밀려 병원 앞에 집결한 상태였다. 또 전경에게 고등학생이 맞아 쓰러진 후, 1시간 전부터 일부에서 "고등학생이 전경에게 맞아 죽었다"는 소문이 퍼져 흉흉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성모 병원으로 오는 박 상경 일행을 본 시위대는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일부 흥분한 주민들이 "저놈들이 여기가 어딘데 감히 오느냐"면서 "부안 주민 다 죽이고 너희들은 무사할 줄 알았느냐"면서 박 상경 일행을 둘러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이 박 상경 일행을 폭행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정 경장의 코뼈에 금이 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돌발적 상황을 지켜본 병원 관계자와 주민들은 곧 박 상경 일행을 폭행하던 주민들로부터 의경들을 격리시키고, 신속히 박 상경 일행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모색하기 위해 주민들 사이로 성모병원 앰뷸런스를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신형식(47) 씨 등 주민들은 일부 성난 주민들과 박 상경 일행을 몸으로 격리하면서, 앰뷸런스에 탑승을 시켰다. 이 때는 대책위 관계자들도 뒤늦게 성모병원 앞으로 와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흥분한 주민들은 "저들을 인질로 데리고 있어야 우리가 안전할 수 있다"면서 앰뷸런스의 이동을 가로막았다. 결국 병원, 대책위 관계자와 주민들은 흥분한 일부 주민들을 설득해 성모병원 응급실 한 쪽으로 의경들을 옮겨 응급처치를 하기로 했다. 응급처치 과정에서도 부상자나 그 가족들로부터 박 상경 일행을 격리하기 위해, 대책위 관계자들과 주민들이 보호막 역할을 했고, 나중에는 직접 경찰 관계자에 연락해 주민들이 귀가 후 안전하게 인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상 의경, "부안 주민들에게 감사해, 이런 갈등 빨리 끝났으면"**
응급실에서 치료 후, 안정을 찾은 의경들은 "대책위 관계자들과 부안 주민들의 보호가 없었으면 큰 일을 당할 뻔했다"면서 "현지 사정을 잘 모르고 투입돼 이 곳에 부상 주민이 많은 줄 몰랐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상 의경들은 "잘 모르지만, 이런 무의미한 갈등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면서 "근무지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당시 주민들과 부상 의경들의 응급처치를 직접 담당한 성모병원 천창석 이사장은 "<중앙일보> 등에서 실명 운운하던데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3명은 경미한 찰과상이었고, 그들을 인솔해온 정 경장은 코뼈에 금이 간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원래 부상을 입었던 박 상경도 이마에 찰과상을 입고 고통을 호소해 데리고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흥분한 일부 주민으로부터 의경들을 보호하기 위한 병원과 부안 주민들의 노력은 보도도 하지 않고 '진료 거부', '주민들의 의료진 폭행' 등을 보도한 언론 보도에 환멸을 느낄 뿐"이라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경찰은 오히려 주민 자극 도발**
19일 현장에서는 오히려 경찰이 주민들을 자극해 상황을 악화시킬 뻔했다. 앰뷸런스에서 주민들의 보호로 응급실로 옮겨진 의경들이 치료를 받는 동안 경찰 5백여명이 성모병원 앞의 주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다가왔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에게 구타당하는 것을 무릅쓰고 주민들을 보호해온 신형식 씨 등은 "경찰이 도발할 경우 주민들을 자극해 더 큰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다"면서 위기감을 느껴 전경들에게 다가가 "잘 치료받고 있으니, 더 다가와 주민들을 자극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런 신형식 씨를 오히려 곤봉으로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는 신형식 씨는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온다"면서 "자꾸 경찰들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 현장의 실체"라고 지적했다.
<신형식 씨 사진>
***<중앙일보> 군청 직원 사칭해 취재, 정정보도 요청도 무시**
한편 성모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군청 직원을 사칭해 취재를 한 후, 신분을 나중에 밝힌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측은 또 <중앙일보> 등이 "정정보도 요청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병원측이 진료거부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 주민들이 경찰들을 보호해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점, 부상 의경들의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는 점, 부상 의경들이 치료 후 주민들과 병원측에 고마워했다는 사실 등을 다 자세하게 알려줬다"면서 "더 이상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상 의경들의 동의를 얻어 그들을 인터뷰한 당시 병원 자원봉사자 주민 김영국(44) 씨도, "어제 <미디어오늘>과 <뉴시스> 기자에게 <연합뉴스>와 <중앙일보> 등의 악의적인 작문을 지적해 줄 것을 기대하면서 비디오 테이프를 보여줬다"면서 "언론이 부안 주민을 폭도로 모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성난 주민들이 의경을 폭행한 것은 분명히 잘못했다"면서 "하지만 분노를 삭이면서 이성적으로 처리한 것도 바로 부안 주민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정이야 그냥 의경들을 두고 싶었지만 우리 부안 주민은 경찰과 똑같이 대응하지 않는다"면서 "그 때 경찰은 뭘 하고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부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1차적 원인은 바로 정부와 경찰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문제의 21일자 중앙일보 기사 및 당일 중앙일보 사설 전문이다.
***원전센터 반대 시위 … 부안은 지금 무정부상태**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원전센터) 유치 반대 시위를 하던 전북 부안 군민들이 중상을 입은 의경을 후송하려던 앰뷸런스를 쇠파이프 등으로 부수고 진료까지 방해한 사건이 발생, 반인륜적 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지난 18일 시위문화 4대 원칙을 발표하면서 "폭력시위 주체와는 진행 중이던 협상도 중지하라"고 지시했지만 부안의 시위 양태는 과격으로 치닫고 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0시30분쯤 전북 부안군 부안수협 앞 네거리에서 시위 진압을 하던 박용식(21)상경이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의 유리 조각에 눈을 다쳐 실명 위기에 놓였다.
朴상경은 동료 경찰의 부축을 받으며 인근 성모병원에 도착했으나 병원 측에서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진료를 거부했다.
이에 朴상경 등 일행 4명은 앰뷸런스로 인근 병원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2백여명의 시위대가 몰려 와 쇠파이프로 앰뷸런스 유리창을 깨고, 타이어를 펑크 내는 등 난동을 부렸다.
시위대는 이어 앰뷸런스에서 朴상경 등을 끌어내 집단 폭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동현(30)경장이 코뼈에 금이 가는 등 중상을 입었다.
시위대 중 60여명은 병원 안까지 몰려 들어가 "경찰관을 치료해 주면 불을 지르겠다"는 등 폭언을 하며 병원 직원 4∼5명에게 주먹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폭력을 가했다.
朴상경은 이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한 뒤 오전 3시쯤에야 김제 중앙병원으로 후송돼 진료를 받았다.
부안보건소 한 관계자는 "전쟁터에서도 부상병을 치료하는 의료시설이나 의료진을 공격하지 않는 게 도리인데, 앰뷸런스를 부수고 의료진을 폭행한 것은 패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핵 대책위 관계자는 "주민들은 성모병원에서, 경찰은 혜성병원에서 치료받기로 약속했는데 경찰들이 병원을 잘못 찾는 바람에 흥분한 일부 주민이 폭력을 행사했다"며 "인도주의 차원에서 군민들이 폭행을 하려는 일부 군민을 막아 치료를 받도록 했다 "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부안지역 시위는 용인할 수준을 벗어나 국법 질서 확립과 치안 확보를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위 주동자를 검거해 법적 책임을 묻고, 공공시설 방화 등 폭력 사태가 계속되면 그에 상응하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북 부안경찰서는 폭력 시위 현장에서 연행한 적극 가담자 20여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으며, 부안성당에서 농성 중인 주동자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하기로 했다.
***扶安 '무정부 상태' 방치할 건가**
원전수거물 관리시설(방폐장)건립에 반대하는 전북 부안 주민들이 화염병과 가스통·삼지창·낫·염산병을 동원해 곳곳에서 폭력을 휘두르며 고속도로까지 점거했다.심지어 시위대가 앰뷸런스를 공격해 부상당한 전경을 끌어내려 린치를 가하고, 의료시설에 화염병을 던지기까지 했다. 이런 행태는 전시(戰時)의 적군에게도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인 범죄행위에 속한다. 이처럼 특정지역 전체가 무정부상태에 돌입한 상황인데도 정부가 이렇다할 수습책은커녕 치안확보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명백한 직무유기가 아닌가.
공권력이 이렇게 힘없이 밀리기만 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불법 폭력시위 4대 대응원칙과도 어긋난다. 盧대통령은 "향후 불법 폭력시위로는 어떤 성과도 얻기 힘들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불법폭력시위의 주체와는 진행중이던 협상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경찰이 이런 불법적인 폭력사태를 수수방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니까 도처에서 폭력시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부안 주민들과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는 당장 이성을 회복하고 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주민들의 뜻을 관철해야 한다 하더라도 폭력적 방법으로는 그것을 해결할 수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도 없다. 전경에게 밥을 판 식당 주인을 폭행하고, 화장실을 이용하게 한 공공건물의 직원을 위협하는 현재의 공포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부안 주민만 전국적 여론에서 고립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를 힘으로 압박하는 부안 주민의 폭력시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
정부도 단호하게 대응해 치안을 확보해야 한다. 폭력 시위를 용인하고, 이를 부추기는 세력과 적당히 타협하려 한다면 국가의 기강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지금까지의 안이하고 무책임했던 대처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점을 반성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 치밀하고 성실하게 주민을 설득하고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