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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10분마다 집에 가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사라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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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10분마다 집에 가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사라졌죠"

[기고] 자본 맞서 민주노조 깃발 든 톨게이트지부 콜센터지회

"다 같이 잘 사는 게 아니라, 서로를 더 힘들게 할 뿐이에요. 그런데도 돈으로 떨어지니까 콜 수 경쟁을 포기하지 않는 노동자가 많죠. 성과수당을 안 받고 싶다는 노동자에게도 강제로 배분하고요."(박민경 민주노총 톨게이트지부 콜센터지회장)

학교를 졸업하면 성적대로 줄 서는 일은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줄 세우기에 그치지 않고 성과대로 임금까지 매긴다. 성과평가제 때문이다. 등급에 따라 달라지는 액수만큼이나 앞에 있는 '경쟁자'를 끌어내리기 위한 아귀힘도 커진다. 자본은 성과평가제로 노동자를 더 쥐어짜면서도 갈라치기까지 한다. 노동자들은 이미 갈라질 대로 갈라져 누가 회사에 비죽이기라도 하면 눈살부터 찌푸린다.

이런 성과평가제가 부당하다고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콜센터지회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한국도로공사가 2019년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피해가기 위해 만든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소속으로 3개 사업(수납업무, 교통방송 업무, 콜센터 상담 업무) 중 콜센터 상담 업무를 맡고 있다.

콜센터 번호는 1588-2504 하나로, 상담원들은 각종 문의를 가리지 않고 모두 떠안는다. 대기자 수는 늘 계속 올라가고, 상담은 '원 콜' 한 번의 통화로 오류 없이 종결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과거에는 단순 문의가 많았지만, 지금은 업무의 난도와 양이 모두 크게 늘었다. 그럼에도 상담원들은 하루 평균 80콜 안팎을 소화한다.

공사 시스템에 오류라도 나면 전화는 폭주하고, 그 부담과 책임은 고스란히 상담원들에게 전가된다. 그러나 이들은 도로공사가 아니라 자회사 소속이다. 고용이 유지되려면 도로공사가 자회사와 매년 용역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계약이 끊기면 조직은 언제든 공중분해될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다. 임금도 최저임금 수준이다.

상담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것은 이러한 저임금 불안한 노동조건에, 성과평가제라는 족쇄까지 차고서 끊임없는 콜 수 경쟁과 감시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성과평가제에 노동자들의 일상은 모조리 수치로 환산된다. 화장실 이용 시간은 물론, 하루에 몇 분을 쉬었는지까지 데이터로 기록된다. 그리고 그 모든 수치는 곧바로 '성과'로 전환된다.

콜 수가 적어도, 직무시험 성적이 낮아도, 심지어 병가를 사용해도 불이익이다. 매달 등급이 매겨지고, 연말에는 그 등급에 따라 임금이 차등 배분된다. 상대평가 방식이기에 누구든 일렬로 세워지고, 그 순위에 따라 보상이 갈린다. 100콜을 처리하고도 D등급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최하위 E등급을 받으면 성과수당은 '0원'이 된다. 그럼에도 매달 10~20명가량이 E등급에 포함된다. 과거에는 아무리 등급이 낮아도 8만 원은 지급됐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사라졌다. 더구나 노동자에게는 상대평가를 적용하면서 관리자에게는 절대평가를 적용한다. 같은 조직 안에서 평가 기준이 이중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회사는 성과평가제를 도입하면서 효율성을 내세웠지만, 정말 고객에게라도 도움이 될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더 많은 콜 수를 채우기 위해 어물쩍 상담을 종료해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은 추가 상담을 위해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하고 다른 노동자가 이 부담을 떠안게 되는 꼴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고객이나 노동자 모두를 위해서는 성과평가제 개선이 불가피하다며, E등급 평가기준 원상 복구, 잔여 재원의 보편적 복지 사용, E등급과 관련한 센터장·관리자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박민경 톨게이트지부 콜센터지회 지회장과 조합원들ⓒ빵과장미

이렇게 성과평가제가 후퇴한 데에는 공공운수노조에도 책임이 있다. 공공운수노조가 새노조라는 이름의 제1 노조였던 시절, 개정 성과평가제가 불이익 변경 금지 위반이 되어 노조 동의가 필요했는데, 그걸 노조가 동의해줬기 때문이다.

"노조가 동의했다는 사실이 이상해 E등급 받은 동료들의 위임을 받고 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에 직접 알아보다가 공공운수노조가 동의 서명을 해줬다는 사실을 알 게 됐죠. 너무 화가 났어요. 근로감독관을 만나서 2시간 동안 얘기했는데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죠. 되돌릴 수 없는 일이거든요. 아무리 못해도 8만원을 줬었는데, 퇴직금까지 흔들어놓은 거예요."(박민경 지회장)

더구나 상담 노동자들은 고객에 의한 비하나 성희롱에도 시달린다. 그나마 괴롭힘을 참아야 하는 횟수가 3번에서 2번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체계적인 보호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노조 설립을 주도한 노동자도 고객의 괴롭힘에 대응했던 노동자들이었다. 처음에는 박민경 지회장이 시작했다. 2021년경 박 지회장은 고객의 괴롭힘에 시달려 회사에 대책을 호소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하자 직접 증거를 모아 고소해 승소했다. 당시에도 노조에서 도움을 받기는 어려웠다.

"3명의 변호사에게 유료 상담을 받았는데 그 중 1명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경찰은 안 된다고 했고. 그래도 넣었는데, 다른 경찰이 저 들으라고, '이런 걸 왜 받아 주냐'라고 화를 내더라고요. 회사는 도움은 주지 않더니 어디 경찰서에 넣었는지, 그런 것들은 궁금해 했죠. 사건을 해결하는 데 5개월 걸렸어요. 익명으로 신고를 했는데, 보호를 받는 것도 너무 복잡하더라고요. 가해자 고객이 제 이름이 뭐냐고 계속 물어봤다고 해요."(박민경 지회장)

이 고객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형사처벌됐다. 상담사 개인이 고객의 괴롭힘에 대응한 건 박 지회장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나래 선전부장도 고객의 성적 괴롭힘에 대응해 승리했다. 녹취 듣고, 기록하고, 고소장 쓰고. 괴롭힘 당한 기록을 다시 또 들어서 가능했다.

여성 노동자들이 고객에게 성희롱을 당했던 날, 회사는 휴식 시간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들이 직접 싸워 이기자 회사가 바뀌기 시작했다. 문제 고객을 차단하는 욕설 버튼, 성희롱 버튼이 따로 생겼다. 몇 년 전 카카오톡 채팅 상담 중 다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때는 회사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공사 전산을 쓰기 때문에 바로 바로 대응이 안 된다. 또 성희롱 발언을 들어도 바로 전화를 끊으면 안 되고, 스크립트대로 상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

▲성과평과제 개선 등 노조의 요구사항이 적힌 피켓들ⓒ빵과장미

한국도로공사서비스 1노조는 한국노총이다. 콜센터 상담노동자 90명 중 콜센터지회 조합원은 12명이다. 원래는 수도권지회였다가 부지회로 승격된 뒤 아예 콜센터지회로 개편됐다.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노조에 가입해야 하는 유니온샵이어서 조합원들은 처음에는 한국노총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해결되는 것이 없어 공공운수노조 새노조로 갔지만, E등급 문제가 불거질 만큼 조합원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했다.

"한국노총에서 너희는 너무 시끄럽다고 하더라고요. 한창 힘든 상황이었는데 저희를 오히려 공격을 해 왔죠. 또 업무 시간에 노조 활동을 하면 안 된다는 걸 몰랐고 잠깐만 했던 것뿐인데, 트집을 잡기 시작하고. 그런데 선을 넘기 시작한다는 느낌도 들고, 저희끼리 얘기가 많이 되면서 이럴 거면 한 번 제대로 해보자고 했어요. 노조를 이끌 수 있는 지부장도 계시고. 신났죠."(김경환 부지회장)

"엄마가 아프셔서 제가 병실에 상주하면서 간병을 하다가 저도 몸이 아파서 병가를 쓴 적이 있는데 회사 어떤 상사가 제가 진료 받은 병원에 확인하려고 전화까지를 했더라고요. 이렇게까지 잔인할 필요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노조 활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이나래 선전부장)

그만큼 조합원들의 열의는 뜨겁다. 사실 한국도로공사서비스에서 투쟁이 시작되기는 처음이다. 피켓도 콜센터지회 조합원들이 처음 만들었고, 선전전도 처음했다. 그러나 4000 조합원의 거대 노조인 한국노총은 콜센터 조합원을 배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영업소나 교통방송과 같은 다른 업무에 비해 콜센터는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이유로 다른 업무와는 다르게 수당까지 0원이다. 맨 밑바닥인 셈이다. 그런데도 콜센터 관리직은 수당을 받는다.

노조 활동은 대부분 퇴근 후에 이뤄진다. 구호를 연습하고, 피켓 문구를 고민하며, 8박자 구호도 맞춰본다. 대부분 박순향 지부장에게 영상을 보내 조언을 받는다. 조합 활동 얘기가 나오면 조합원들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돈다.

"선전 활동이 너무 재밌어요. 예전엔 10분마다 집에 가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사라졌죠."(이나래 선전부장)

조합원들은 민주적 의사결정도 배웠다고 한다. 단순한 다수결이 아니라, 서로의 요구를 존중하며 조율하는 과정 말이다. 평등수칙을 만들고, 선전물 작성 교육도 받으며,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다.

성과평가제로 갈라진 일터에서, 줄 세우기에 맞선 톨게이트지부 콜센터지회의 싸움은 단지 성과급 몇만 원의 문제가 아니라, 일터의 기준,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싸움이 되고 있다. 민주노조의 깃발을 맞잡은 조합원들의 발걸음은 오늘도 힘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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