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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집단 로비에 좌초된 '실거래가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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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집단 로비에 좌초된 '실거래가 확보'

[기고] 이헌재 '땅 투기' 파문의 근원을 생각하자

지난달부터 시작된 행정 사법 입법부의 공직자재산등록 신고내용이 발표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2월25일 국회에서 행한 취임 2주년 국정연설내용인 "부동산문제만은 투기와의 전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안정시킬 것"이라는 말과 더불어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부동산투기 의혹이 어우러져 언론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이헌재 부총리 의혹의 골자는 토지 소재지인 경기도 광주시가 토지투기지역으로 2004년 5월 지정되었는데 이를 미리 알았는가 하는 부당 내부정보이용 의혹, 지난해 2월10일 부총리 취임이후에는 부동산거래가 1건도 없었다는 해명의 신뢰성 문제, 실거래가를 숨김으로써 양도소득세를 줄이고 허위 재산신고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 등이다.

또한 취임이후 공공아파트 분양원가공개 반대, 1가구3주택의 다가구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 반대, 골프장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 공공공사 최저가낙찰제의 유보 등 투기심리를 이용하는 부동산경기 진작만이 모든 경제정책인 것처럼 비추었던 이 부총리였던만큼, 과연 그가 노대통령이 선언한 '투기와의 전쟁' 사령탑으로서 적임자냐는 의문이 강하게 일고 있다.

***'거짓 신고-세금납부' 가능케 하는 현행 소득세법**

재경부는 이 부총리의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과 관련, "해당 토지는 매각 당시 아직 토지투기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법상 실거래가가 아닌 기준시가로 과세된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거래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고자 한다.

현행 양도소득세관련 소득세법 제96조①항은 "양도가액은 당해 자산의 양도당시의 기준시가에 의한다"고 돼 있다. 또한 제99조①항1호은 "토지의 기준시가 산정은 개별공시지가"(실거래가의 약20∼40%)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이 제도는 실제 1억원에 사고팔았어도 2∼3천만원에 사고팔았다고 국민들이 '거짓' 신고와 세금납부를 해도 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제96조①항5호 "허위계약서의 작성, 주민등록의 허위이전 등 부정한 방법으로 부동산을 취득 또는 양도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나, 또는 "투기지역"으로 지정할 경우에는 실거래가로 과세하도록 돼 있다.

한마디로 말해, 현행 소득세법은 앞뒤 모순되고 빠져나갈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엉터리법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헌재 부총리 같이 문제가 돼도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 "재수없이 걸렸다"는 식의 항변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변호사-법무사 로비에 좌절**

정부도 이러한 법제도의 잘못을 인정, 실거래가격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8월2일 중개업자에게만 '거래계약내용의 통지 의무'를 주요골자로 하는 부동산중개업법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요컨대 앞으로 중개업자는 실거래가를 신고해야 한다는 요지의 법안이었다.

그러나 중개업계가 강력반발하자, 국회 건교위는 5건의 의원입법발의안과 통합심의하여 '직거래당사자·중개업자의 거래신고 의무'와 '공인중개사에게 경공매 입찰대리허용'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부동산중개및거래신고에관한법률'로 대체입법을 제정해 법사위로 넘겼다. 요컨대 실거래 신고를 의무화하되, 경공매 입찰대리를 할 수 있는 당근도 함께 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변호사·법무사 등 관련이익집단이 "공인중개사 입찰대리 반대" 로비를 맹렬히 전개한 결과, "중요하고 시급한 안건이니 제발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달라"는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법사위는 2월28일 이를 보류시켰다.

이 법안은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거래의 투명화에 대단히 중요한 실거래가 확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통과됐어야 할 법이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변호사나 법무사의 기득권 고수로 인해 보류되었다.

시장경제를 채택하는 국가에서 물건을 팔고자하는데 사려고하는 사람이 많다면 물건값은 높아지는 것이 명약관화하다. 실제 사고파는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공인중개사들이 경매에 많이 참여한다면 물건값이 올라가서 채권자에게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경매에 집 등을 잡힌 채무자에게도 이익이 돌아간다. 더불어 경매브로커가 활개치는 경매시장에서 공인중개사의 참여가 이뤄진다면 경매낙찰자의 수수료문제가 제도적으로 확립되어 지금과 달리 국민들에게도 큰 이익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집단의 반대로,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 부총리 의혹처럼 재수없는(?) 사람이 걸리는 근본원인을 치료할 수 있고 실거래가를 확보할 수 있는 중차대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1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토지정의시민연대(토정연)나 언론은 그들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부총리의 토지투기의혹에 대해 목소리만 높혔지, 이같은 의혹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률이 이익집단의 기득권 때문에 저지된 현실은 모르는듯 해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쓰게 됐다. 4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이 법이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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