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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언론들 '한국경제 비관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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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외국언론들 '한국경제 비관론' 확산

블룸버그-FT 등 "한국, 특단의 대책 시급", 국내서는 '네탓 타령'만

국내에서 청와대와 언론사이에 '경기비관 보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의 주요 경제전문언론들이 잇따라 한국경제가 심각한 위기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가 시급히 요구된다는 보도를 하고 있어 주목된다.

***블룸버그 "통화절상과 금리인하라는 '특단의 대책' 시급"**

월가에 영향력이 큰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11일(현지시간) 최근의 국제유가 폭등 사태와 관련,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가급등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며, 유가급등에 따른 인플레 압력을 최소화하고 국내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선 '원화환율 절상'과 '금리 인하'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리터당 1달러34센트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대만-중국의 휘발유 소비자가격 30~66센트 및 미국의 50센트 이하 등과 비교할 때 살인적으로 높다. 아시아에서 한국보다 휘발유값이 비싼 나라로는 홍콩(1달러60센트)이 있으나, 한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홍콩의 절반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고유가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다.

블룸버그는 이에 따라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한국이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자국통화 절하를 통해 수출을 부양하는 아시아식 전략을 중단해야 한다"며, 일정부분 수출감소를 감수하면서라도 원화 평가절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요컨대 "아시아식 통화절하 전략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끌어올려야 하고 국내 수출기업들이 중국에서의 고용을 늘리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부적절한 전략"인 반면, "원화가치 절상은 석유수입가격 상승을 억제해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한은에 금리인하의 여지를 넓혀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는 이같은 원화 평가절상과 동시에 현재 사상최저수준인 금리도 대폭인하하는 대대적 부양책을 펴야할 것이라고 한국은행에 주문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아시아지역에서 최저수준인 5%로 전망되는 한국으로서는 금리인상은 선택사항이 될 수 없다"며, 메릴린치의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T.J.본드의 말을 빌어 대대적 금리인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한국의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것임을 경고했다.

T.J.본드는 "저금리에 힘입어 국내소비가 가속화되고 있는 다른 아시아지역 국가들과 달리 한국의 소비자들은 지난해 신용카드 거품 붕괴이후 빚을 갚느라 고전하고 있고, 한국기업들 또한 수출급증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의 고용을 주저하고 있으며, 그 결과 지난 2월이후 29만5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한국경제의 심각성을 전하며 "한국은 세계적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심각한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 3월이전에 한국은행이 현재 사상최저수준인 3.75%의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의 조언은 한마디로 현재 여야간에 논란을 빚고 있는 재정확대냐 감세냐 식의 '미봉적 접근' 대신에, 통화와 금리라는 정공법의 정책수단을 통한 특단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그만큼 한국경제가 지금 심각한 위기국면에 직면해 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FT "대규모 감세-재정지출 확대-가계부채 탕감 필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에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간) '경제문제로 마비된듯 보이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에서 투자를 하거나 낙관론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며 "올해와 내년 GDP성장률이 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외견상으로는 경제지표가 나빠 보이지 않으나, 이러한 전망은 (실상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FT는 그 이유로 "한국의 경제성장은 전적으로 순수출에 기인한 것으로 국내경제는 고통스러운 침체상태에 빠져 있으며, 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미국-일본경제가 둔화되면서 아시아의 수출호황도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FT는 또 "가계부문이 불과 4~5분기만에 신용카드부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었다"고 정부의 낙관론을 꼬집은 뒤 "수출호조에 따른 이익의 대부분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부문에게서도 큰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FT는 이어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6일 스테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가능성을 일축하며 내년도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지만, 그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6위의 석유소비국인 한국이 고유가로 경제성장이 억제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국의 경제침체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애널리스트들은 '수출이 활력을 잃기 시작하기 전에 내수가 회복되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통화-금리 부양책을 제시한 블룸버그통신과는 달리 대대적 감세-재정지출 확대-가계부채 탕감 등을 제시했다.

FT는 "한국의 재정은 대체로 균형상태이고 세율은 선진국들 가운데 최저수준이며 정부부채도 낮은 수준인만큼 공격적인 소득세 인하와 대규모 공공지출 프로그램, 심지어는 부채에 시달리는 가계부문의 구제까지도 가능하다"며 "한국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으로 재정을 운용해 왔으며 고령화사회 진입에 따른 건강 및 연금보험에 소요될 재정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으나, 지금처럼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재정운용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비즈니스위크, 로이터통신 등 주요외국언론들도 한결같이 한국경제가 지금 심각한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는 경고음을 발하는 등, 한국을 바라보고 있는 국제경제계의 시선은 차갑다.

***국내의 '네탓 타령'**

이같은 외국경제언론들의 잇따른 한국경제 위기 경고는 이미 한국경제가 단순한 '심리적 위기'의 차원을 넘어선 '총제적 구조위기'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한 증거로 해석가능하다. 여기에다가 외신들이 간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 파열' 위기 및 투기의 부산물인 '부의 집중' 및 '부의 양극화' 현상까지 고려한다면, 지금 한국경제가 직면한 위기는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외신들의 경우는 이같은 위기타파책으로 환율-금리-재정 등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할 것을 주문하고 있으나, 이같은 정책수단은 순기능 못지않게 심각한 역기능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경제위기 타개의 1차적 정공법은 경제주체들의 '위기인식 공유'다. 위기인식의 공유가 선행될 때에만 경제주체 각자가 머리를 맞대고 상호절제와 희생에 기초한 위기돌파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상황은 위기의 발생책임을 둘러싼 네탓 공방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한 예로 현 내수경제 붕괴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는 부동산투기 문제와 관련, 정부와 다수언론은 그동안 부동산투기를 방치하고 심지어는 건설업계를 옹호하는 공동전선을 펴왔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의 책임을 상대방으로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또한 재계는 국민들의 반(反)기업정서의 일차적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부와 교육계 등으로 전가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위기의 가장 큰 희생자는 대다수 생활일선의 국민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이 있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면 될수록 민심은 격양되며 '분노의 대상'을 찾기 마련이다. 이는 작금의 경제위기가 심각한 정치위기로 발전할 수 있음을, 정치가 더이상 경제로 인해 존속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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