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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어떻게 13년 장기불황서 빠져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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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어떻게 13년 장기불황서 빠져나왔나

한은, "제조업 부활.일본식 노사문화가 원동력"

우리나라는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이어, 일본이 13년(1991~2003년)의 장기복합불황에서 빠져나온 원인을 분석한 한국은행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일본, 제조업 부활로 수출.내수 동반 성장**

13일 한국은행은 ‘일본 경제 장기불황 탈출 요인과 시사점―제조업의 부활을 중심으로’라는 조사연구 보고서에서 최근 수출은 호황인데도 내수가 부진한 경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수출과 내수의 동반 성장으로 장기불황에서 탈피한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올해 1.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6.1%(연율 기준)를 기록하면서 8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소비심리 회복과 함께 설비투자도 4분기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일본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 4월 종전 2.5%에서 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5월 종전 1.8%에서 3.0%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일본의 이번 경기회복은 1992년 8월 거품경제 붕괴 이후 세번째로, 지난 6월까지 29개월째 회복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과거 두차례 경기회복이 일본 정부의 대규모 공공투자를 중심으로 한 재정지출과 미국 기업이 주도한 정보기술(IT) 혁명에 의한 것이지만 이번 경기회복은 일본 제조업이 이끌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일본 경제의 선순환 회복은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고기능 신제품 개발이 소비.수출을 견인하고 제조업 부활이 경기회복에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과잉부채.과잉고용.과잉설비 해소**

보고서는 이같은 경기회복을 가능케 한 일본 제조업 부활의 핵심 요인으로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꼽았다. 일본 기업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지목됐던 "3대 과잉(과잉부채.과잉고용.과잉설비)"을 해소한 게 제조업 경쟁력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중 과잉고용 문제 해결에는 틈새산업의 고용창출 아웃소싱 확대 및 비영리조직을 통한 고용증대 전략이 주효했으며,과잉설비 문제는 설비 매각에 대한 세제 지원과 기업의 통합.합병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해결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

또 투철한 장인정신과 기술인력 우대 풍토 등에 힘입은 기업들의 활발한 기술개발 노력과 일본의 문화적 특성에 맞는 경영혁신 등도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 키는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일본 기업들은 향후 10년동안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다수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아울러 PDP-TV 디지털카메라 DVD레코더 등 이른바 "신(新)3종 신기(神器)"의 등장과 중국의 소비열풍 등 외부 여건도 일본 제조업 부활에 크게 기여 했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일본 경제는 과거와 달리 수출신장과 내수회복이 균형을 이루면서 소비 확대가 다시 생산과 투자를 증가시키는 선순환 구조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후식 한은 아주경제팀 차장은 "한국도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세제 및 금융지원 강화와 기술인력을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 등을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을 독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식 고용.임금보장 주효**

또한 정 차장은 보고서에서 과잉고용 해결에서 일본식 고용과 임금안정 보장이라는 일본 노사문화가 주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일본식 경영은 주주, 사원, 고객, 협력업체, 금융기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 전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것”이라며 “도요타자동차가 고용 안정을 보장하고 직원 교육에 주력하면서 종업원들이 보수나 승진보다는 능력 향상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 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도요타 자동차는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종업원들이 보수보다는 능력향상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 자발적인 업무개선에 힘쓴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현대차의 6.8배인 9천4백46억엔(약 9조5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당시 도요타 근로자들은 임금동결을 선언했고 회사는 고용안정을 약속하면서 순이익의 7%를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일본경제신문이 지난 5월 도요타,미쯔비시중공업 등 초우량 기업 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용안정을 추구한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역시 지속성 있는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 구조조정=인건비 절감=종업원 해고라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신뢰와 협력을 중시하는 노사관행을 확립,임금 및 고용의 동시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계약제.연봉제 등 성과주의 문화 확산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직원 윤리의식 약화 등의 부작용 해소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차장은 “미국의 경우 해고가 되더라도 전직이 가능한 사회기반이 있지만 우리와 일본 등 동양사회의 경우 그대로 실업자로 전락해 고용시장이 불안해진다”면서 “직원을 오래 고용할수록 기술축적이 높아져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영미식 성과주의 기업 문화를 무조건 도입하는 것은 노사간 신뢰 저하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일본의 경험으로 볼 때 영미식 경영을 단순 도입하기보다는 전통적인 사회 풍토와 문화 의식에 적합한 경영 방식을 재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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