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라크 추가파병지 '아르빌 현지 보고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라크 추가파병지 '아르빌 현지 보고서'

<화제의 신간> "쿠르드 자치지역, 일촉즉발의 뇌관"

우리나라의 추가 파병 예정지 아르빌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이다. 그러나 쿠르드 족이 4천만명이나 되면서도 나라가 없는 최대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또한 쿠르드 자치지역이 치안유지가 잘 돼 있는 곳이라는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종족갈등으로 인해 우리가 추가파병될 경우 분쟁에 휘말릴 우려가 끊임 없이 제기되는 자세한 이유에 대해서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쿠르드 자치지역은 일촉즉발의 뇌관**

<굿바이 바그다드>(하영식 지음.홍익출판사 간)의 저자 하영식은 지난해 9월 아시아 언론인 최초로 이라크 북부 쿠르드 게릴라 기지를 직접 방문해 헤럴드 트리뷴 등 세계유수 언론에 기고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온 탐사보도 전문가다.그는 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92년 한국을 떠난 뒤 이라크와 발칸반도 등 세계 주요 분쟁지역에서 10여년간 현장을 누비며 미국 등 강대국의 탐욕이 빚어내는 비극을 생생히 전달해 왔다.

특히 이 책은 특히 쿠르드족이 미국과 터키 등에 의해 탄압받는 배경에 석유 등 천연자원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라크 파병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연결시키고 현실적으로는 쿠르드 자치지역의 안전성에 심각한 경고를 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4천만의 쿠르드 민족 중 절반이 2천5백만명이 터키에 집중되어 있고, 6백만명이 이란에, 5백만명이 이라크에, 3백만명이 시리아에 살고 있으며, 나머지 3백만 정도가 유럽에 흩어져 살고 있다.

쿠르드 민족의 터키에 대한 저항은 압둘라 오잘란이 이끄는 쿠르드 사회주의 노동당(PKK)의 게릴라 활동으로 유명하며, 이라크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쿠르드 무슬림 지도자 바르자니와 탈리바니의 활동도 최근 이 지역이 우리나라의 추가 파병지로 거론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더불어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들의 주로 거주하는 지역 일대가 유전지대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석유매장량의 6%가 키르쿠크와 모술에 매장돼 있다는 것이다.

***촘스키 “터키는 미국의 지역경찰”**

이 책은 현존하는 최고의 양심적 지식인으로 불리는 노암 촘스키 교수의 서문으로 시작한다. 촘스키 교수는 “중동지역은 오래전부터 생존을 위해 외세의 지원에 의존하는 취약하고 부패한 정부에 의해 운영되어 왔는데, 그러한 부패정권 뒤에는 언제나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이 도사리고 있었다”면서 미국과 영국을 싸잡아 비난한다.

“미국은 영국이라는 이름이 ‘공격용 개’(ATTCK DOG)를 갖게 되었는데, 오늘날의 영국은 독립적인 것처럼 보엿던 소련 지배체제의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와 그 처지가 비슷하다. 영국의 주된 역할은 미국의 목적을 위해 언제든지 수세기 동안의 경험을 통해 훈련된 서비스를 수행하는 것이다. 주인인 미국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나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다른 나라들을 일컫는 말인 세계공동체를 위해 움직여야 할 때, 실제로 영국은 항상 충직하고 공격적인 개가 되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촘스키 교수는 이어 터키와 미국과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더욱 가공할 사실은, 미국이 이 모델을 한결 모양세 좋게 개선했다. 미국은 보통 수준의 주변 국가들, 요컨대 전투 중인 지역경찰에 비유될 만한 국가들을 이 시스템에 보중했다. 지역경찰들은 미국의 원조를 제공받는 국가들로 경찰의 중앙본부는 워싱턴에 두고 있다. 터키는 그 첫 번째 국가로 손꼽힌다. 터키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비호를 받는 정권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적인 여러 소수민족으로부터 정부를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지역경찰이다.”

***촘스키“터키 남동부는 훗날 물 분쟁 지역”**

촘스키는 터키가 오늘날 보다 더 중요한 지역경찰이 되고 있는 배경을 추가했다.

“석유는 중동에 관심이 쏠리게 하는 첫 번째 요인이다. 그런데 오늘날 상당히 중요한 두 번째 요인이 등장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물인데, 이는 중동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자원으로 훗날 수자원이 바닥나는 상황이 오면 석유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터키의 역할이 한층 중요하게 부각되는데, 특히 터키 남동 지역은 중동의 주요한 수자원 공급지이다. 물에 대한 통제를 통해, 50년 전 미국이 석유를 통제하면서 이름 붙였던 ‘비토력’(Veto Power)이 또다시 창출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촘스키 교수는 “이제까지 중동 지역에서 벌어진 최악의 대규모 학살은 미국의 엄청난 지원 하에서 이뤄졌다. 쿠르드 족에 대한 터키의 만행이 그것으로, 터키가 중동 지역에서 제공하는 대미 서비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만약 터키가 급진적인 민족주의자들인 쿠르드족의 독립 요구에 굴복해 버리면, 터키 또한 같은 운명으로 고통 당할 게 번하다”

터키, 이라크와 미국이 쿠르드 민족의 독립국가 수립을 강력하게 막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에 따르면 터키 정부가 무엇보다 두려워 하는 것은 쿠르드 민족을 대표하는 독립정부의 수립이다. 특히 이라크 전쟁 이후에는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 이후의 혼란기를 틈타 이라크 북부에 있는 쿠르드 지역의 대표세력인 KDP(쿠르드 민주당)과 PUK(쿠르드 애국동맹)가 PKK와 연합해 쿠르드 자치정부를 수립하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터키 정부도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하기 위해 안달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르빌, 복잡한 종족 분쟁 가능성 항존 **

이 책에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중 우리나라의 추가파병지로 결정된 아르빌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저자에 따르면 아르빌은 1차 대전으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멸망하면서 터키와 영국의 지배 하에 있다가 이들 세력이 물러나면서 이라크 영토로 귀속되었다. 이라크에 편입된 후, 사담 후세인 정권은 이 지역에 사는 쿠르드족을 아랍 민족과 동화시키기 위해 가혹한 박해정책을 집요하게 펼쳐왔다.

사담 후세인의 만행은 이란-이라크 전쟁 말기인 1988년 이 지역에 독가스를 살포해 수만 명의 쿠르드 인을 학살하면서 극에 달했다.

이에 대한 쿠르드 인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아 항상 분쟁이 끊이지 않았는데, 1996년에는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한 거사를 세웠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2003년 3월 미국이 마침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오랜 세월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박해를 받아 온 쿠르드족은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쿠르드족을 이용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듯이 약속했기 때문으로, 쿠르드족은 사담 후세인 축출이라는 결정적인 계기를 이용해 독립정부의 꿈을 반드시 이루려고 했다.

저자는 “최근 들어 저항세력의 반격이 격화되면서 이라크는 전쟁 이상의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지는 것이 미국과 쿠르드족 간의 미묘한 긴장관계”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라크 전쟁 초기에 모술을 비롯한 이라크 북부지역은 그런대로 치안이 잘 유지되는 듯이 보였다”면서 “그러나 이는 단지 전란에 휩싸인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이곳에 완전한 평화가 보장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르빌은 사담 후세인 정권 때부터 분쟁의 중심에 있었으며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 잠시나마 평화의 분위기가 흘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2003년 9월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정보기관에 다이너마이트를 가득 실은 자동차가 돌진하는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하여 3명이 죽고 10여명이 부상당했는가 하면 2004년 2월에는 또다른 자살 폭탄테러로 무려 1백10명이 죽고 2백50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건 직후 한 이슬람 과격단체가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라크 과격단체들은 ‘적의 친구는 적’이라는 전쟁의 등식으로 쿠르드족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분쟁 소용돌이 발생시, 한국군의 대책은 있는가”**

저자는 “따라서 이라크 저항세력과 미군의 갈등, 여기다 미군에 동조하는 세력과의 분쟁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자는 “한국군의 파병 명분은 이라크 재건 사업”이라면서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선전을 해도 이들에게 한국군은 단지 미군의 동맹군으로만 인식될 뿐이기 때문에, 즉 ‘적의 친구는 적’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에 공격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더구나 한국군 파병 예정지인 쿠르드 지역은 쿠르드인들과 이라크인들의 오랜 갈등관계를 감안한다면 지금의 외면적인 평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 같은 곳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쿠르드 자치지역 내부의 갈등도 언급한다. 바르자니를 지도자로 하는 아르빌의 KDP와 탈리바니를 수반으로 하는 술라이마니아의 PUK의 분쟁이다. 이들 두 당은 같은 쿠르드족이지만 1996년에는 사담 후세인의 지원 하에 KDP가 PUK와 전쟁을 벌인 적도 있을 만큼 언제 물리적인 충돌을 빚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 각각은 군사조직을 만들어 놓고 자체적으로 치안 유지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군이 이곳에 주둔하면서 협조체계에 이상이 생길 경우 충돌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말한다.

물론 터키의 움직임도 긴장을 조성하는 요소다. 터키는 현재 이라크-터키의 국경 부근에 병력을 집중 배치해 놓고 있는데, 터키 정부는 아르빌이나 술라이마니아 측에서 독립국가 건설을 선포할 경우 당장 전쟁을 개시하여 이 지역을 점령해 버리겠다고 드러내 놓고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저자는 “한국군의 파병 예정지인 쿠르드 지역은 이처럼 복잡한 구도로 얽혀 있어 만약 그곳에서 민족 간의 분쟁이나 이라크 과격단체의 무자비한 테러 공격이 발생했을 겨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한국군은 돌이키기 힘든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