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에버랜드 편법증여 마침내 기소

3년5개월만에, 이건희 회장 소환 가능성도 점쳐져

검찰이 고발된 지 3년5개월이 지나 형법상 배임혐의 공소시효(7년) 하루를 앞두고 마침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의혹사건 관련자들을 기소해, 에버랜드 사건이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 에버랜드 저 평가 증여 근거 확보**

서울지검 특수2부는 1일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과 관련, 당시 에버랜드 사장인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과 박모 상무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허사장 등은 지난 96년 11월께 99억원 상당의 CB를 발행하면서 이 가운데 실권한 96억원 어치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씨(삼성전자 상무)와 세 딸 등 4자녀에게 주당 7천7백원에 배정, 회사에 9백70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에 대한 평가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그동안 가장 큰 쟁점이었으나, 검찰은 그동안 수사를 통해 다른 계열사들이 삼성 에버랜드 주식에 대해 주당 8만9천~23만원에 평가한 근거를 확보했으며, 실제로 에버랜드 주식이 이러한 평가를 근거로 주당 8만5천원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평가가 가능한 최소치의 가격인 8만5천원을 적용하더라도 1백25만4천여주를 이재용씨 등에게 배정한 것을 감안하면 최소 9백70억원의 배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허사장 등에 대한 배임혐의가 인정되면 이건희 회장과 재용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다. 이들은 배임행위에 대한 교사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동안 고발인과 에버랜드 실무진 등 모두 50여명을 소환하고 관련사 서류와 자료를 입수분석한 결과, 최근 SK그룹 주식맞교환 사건에 대해 법원이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사례를 감안, 전격 기소를 결정했다.

***참여연대, "당시 에버랜드 이사였던 이건희 회장도 배임혐의 적용돼야"**

이건희 회장 및 이재용 상무의 공모 여부에 대해 에버랜드 관계자들은 독자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앞으로 추가 수사과정에 에버랜드가 주장하는 자금 조달의 필요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주장의 사실 여부 및 윗선의 공공모 여부 등을 가려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저가발행 실무를 담당했던 허 사장 등을 불구속 기소한 뒤 구조조정본부 간부 1~2명을 조만간 추가로 더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이같은 검찰의 기소에 대해 "에버랜드 CB와 관련해 어떤 불법행위도 없었으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 무죄판결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당시 이건희 삼성회장도 삼성에버랜드 이사였던만큼 이 회장에 대해서도 배임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허사장 등은 삼성에버랜드 경영진은 CB발행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조본 등 삼성그룹 최고위층의 지시는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CB 저가발행건은 지난 2000년 6월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등 법학교수 43명이 "이건희 회장 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저가에 발행해, 장남인 재용씨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편법증여했다" 며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이사진 등을 배임혐의로 고발하면서 불거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