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선택한 일은 열심히 하고 책임지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자신이 선택하지 않고 남이 선택해준 일은
열심히 하려고도, 책임지려고도 하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가 뭔가를 재미있게 열심히 해주기를 바란다면
자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직 철 들지 않았고 생각도 짧아서
올바르지 않은 판단과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선택권 줘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선택한 일은 책임감 가지고 열심히 하기 때문이고
선택 과정에서 사고력 추리력 상상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며
자존감 자신감 책임감 키워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대며 아이들 못 미더워하면서
자녀들에게 선택의 기회 주지 않음은
자녀를 위하는 일 아닌 바보 만드는 일일 뿐이다.
도와주고 간섭하는 일은 성장을 방해하는 못난 행위임을 알아
간섭하지 말고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절제 능력 없기 때문에, 실수 가능성 크기 때문에
자유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소심한 부모의 자기 합리화이자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제주도에 내려가 생활한 바 있는 가수 이효리 씨가
"참 신통하다. 애달프게 키우려고 할 땐
아무 것도 자라지 않더니
잊은 채 내버려두니 저 혼자 잘 자랐다."
라고 말했다는데, 이 말
음미하고 또 음미하면서 무릎 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내가 존경하는 유치원 원장님께서는
줄서기 지도를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얼마동안은 어수선하고 새치기하는 아이들 때문에 힘이 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 가는 것
자주 확인하였기 때문이라 하였다.
사소한 다툼 일어날지라도 교사들에게 지도하도록 하지 않고
가능한 자기들끼리 해결하도록 기다려주라 하고
현장학습을 계획한 날 눈비가 올지라도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지 않아
눈비 맞으면서 행사 진행한 경우도 많단다.
예정된 행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약속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 심어주지 않기 위함이고
어려움 만나면 포기해도 괜찮다는 생각 심어주지 않기 위해서란다.
예닐곱 살 꼬맹이들에게
감자나 고구마 등을 캐도록 하는 노작교육을 하고
연탄 나르는 봉사활동도 하게 하는데
'그 어린 꼬맹이들이 어떻게'
라는 우려와 달리 꼬마아이들은 신나고 재미있게
거뜬히 그 일들을 잘 해 내곤 한단다.
그러고 보니 옛날 아이들은
어른들 간섭이나 도움 없이 자기들끼리 놀면서 규칙 정하고
질서 잡아가며 맡은 바 역할을 잘 해내곤 하였었다.
형들이 썰매, 연, 팽이 만드는 모습을 곁눈질한 이후에
이리저리 생각하여 혼자서 만들어냈고,
언니들의 뜨개질, 나물 캐기, 고무줄놀이 구경한 다음에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해봄으로써 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우리들의 일반적인 모습은 어떠한가?
첫째도 공부요 둘째도 공부다. 그리고 안전이다.
아이 손에 흙 묻히고 이마에 땀 흘리게 하는 일은
공부 방해하고 안전 위협하는 몹쓸 짓이라며 손사래 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처럼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아이들을 연약하게만 키우려 한다.
영어 외우고 수학 정답 찾아내는 방법만 가치 있는 일로 여길 뿐
일하고 운동하고 여행하고 쉬는 일은 시간 낭비라며 무시한다.
다양한 경험 쌓을 기회 주어야 하고
자신의 특기와 적성 알아낼 기회 주어야 하며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시간과 기회 주어야 한다.
노동의 신성함과 어려움을 경험하도록 하는 일도 필요하다.
삶에서 필요한 것이 사람에 대한 이해인데
사람에 대한 이해는
그 사람이 하는 일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어렸을 때 농사일을 도왔던 경험은
농촌과 농민에 대한 이해를 확실하게 만들고
배고팠던 경험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깊게 만든다.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 하지 못할 일들을
학창 시절에 다양하게 경험하도록 도와주는 일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어른의 책무다.
또, 다양한 체험은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건전한 인격 함양과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 주며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여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그 과정에서 깨달음의 기쁨 맛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인간에게는 무한 능력이 있음을 인정해야 하고
다양한 경험이 올바른 인격 만드는 필요조건임을 알아야 하며
아이에게는 상상 이상의 능력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체육대회, 축제 등을
자기들끼리 기획하고 진행하는 학생들이 대견하고,
믿고 맡겨주는 선생님들도 자랑스럽다.
자기들끼리 심판 보아도 경기 무난하게 마무리되고,
기획에서 연출까지 아이들 스스로 치르도록 하여도
축제는 멋지고 아름답게 마무리 된다.
인간은 믿음에 보답하는 존재임을 아이들을 통해 확인하곤 한다.
아이의 능력이 부족하리라고 걱정하기 전에
지나친 간섭으로 아이의 성장 방해하지 않았는지 뒤돌아보아야 한다.
자기가 결정하지 않는 일에서는
성취감 느끼기 어렵고 보람 느끼기도 어려우며
자신감 키우기도 어려움을 알아야 한다.
부모 역할은 자녀를 믿어주고
자녀가 스스로 할 기회 주고, 맡겨주고, 기다려주는 일이다.
자신의 일을 누군가 결정하고 참견하고 대신해 주었을 때
분노했던 경험 있을 것이다.
자기는 자신의 일,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고 싶어 하면서,
자기는 자신의 일, 남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 화를 내면서,
자녀 의견 무시하고 간섭하고 결정하려 덤비는 모순,
모순도 모순이지만 자녀 바보 만들기 작업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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