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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사고들, 왜 못 막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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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사고들, 왜 못 막았을까?

[안종주의 안전사회] 끊이지 않은 사고, 우리는 진정 성찰했는가?

올 한 해는 각종 재난과 사고가 유독 잇따랐다. 산재와 화재, 음주운전 사고, 폭염으로 인한 대규모 온열질환 사망 사건, 태풍 콩레이 피해, 집단 식중독 사고 등 연례행사처럼 일어난 사건·사고도 많았지만 특히 아무도 예상치 못한 대형사고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라돈침대 사태와 고양 저유소 폭발 화재, KTX 탈선 사고, KT 통신구 화재로 인한 통신대란, 고양 열수송관 파열 사상자 발생 사고, 강릉펜션 고교생 일산화탄소 중독 집단 사망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날에 올 한 해 동안 일어난 주요 안전 사건·사고를 되짚어보고 교훈을 얻는 것은 새해에는 유사한 사건·사고를 막거나 그 빈도와 규모를 줄이는 계기로 삼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올해 주요 사고의 특성과 원인을 살펴보고 이들 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어떤 반성을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어떤 제도 개선과 대비책을 마련했는지를 살펴본다.

재난·안전 약자와 빈곤층에 가혹했던 2018년 대형 화재

□ 대형 화재=2017년 12월 21일에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인 올 1월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대형 화재 사고가 나 46명이 죽고 109명이 부상했다. 전기합선으로 인한 화재가 1층 응급실에서 시작되었으며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유독 가스가 덮치며 인명 피해가 컸다. 재난·안전 약자들이 많이 입원한 병원이었음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이 피해를 더욱 키웠다. 불법 증개축도 여기에 한몫했다.


10월 7일에는 경기도 고양 저유소에서 화재폭발 사고가 일어나 저유탱크 하나가 전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외국인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에 떨어진 풍등 하나를 날린 것이 인근 저유소 잔디밭에 떨어지면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화재사건이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저유소 외부에 어떠한 감지기도 설치하지 않았으며 발생 뒤 18분 동안 화재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화재 대비는 너무나 소홀했다. 다른 저유탱크에는 불이 확산되지 않아 그나마 피해를 43억 원으로 줄일 수 있었다.


11월 9일에는 서울 종로의 3층짜리 국일고시원에서 거주자가 방에 켜놓은 전기히터로 화재가 일어나 7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대부분 날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저소득층이었다. 이 건물 또한 30여 년 전에 지어져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완강기는 설치되어 있었으나 3층 거주민들은 사용법을 몰라 탈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업 이익이 노동자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어

□ 산재사고=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이던 꽃다운 24살의 비정규직 청년 하청노동자 김용균씨가 석탄 수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지는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노동계와 시민들의 공분을 자아내 서울, 대구, 청주, 울산, 인천, 태안, 수원 등 전국 곳곳에서 김 씨를 추모하고 위험 외주화 금지,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그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국회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산업안전보건법 정부 개정안, 일명 김용균법이 여야의 실랑이와 대치 등 우여곡절을 겪은 뒤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위험작업을 하청 주는 것이 크게 줄어들고 산재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 강도가 높아지게 됐다.


이에 앞서 올해도 건설 현장의 고질병 가운데 하나인 추락사고가 잇따랐다. 대표적인 사고로는 3월에 발생한 포스코건설 해운대 LCT 공사현장 산재사고를 꼽을 수 있다. 55층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딛고 있던 안전작업발판이 200m 아래 지상으로 추락하면서 함께 떨어져 4명이 즉사하고, 다른 4명이 중상을 입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다.

가스 중독 산재사고도 잇달아 발생했다. 1월에는 포항제철소 냉각탑 충전재 교체작업을 하던 중 포스코의 안전조치 소홀로 인한 질소누출사고가 발생해 비정규직노동자 4명이 한꺼번에 사망했다. 이어 지난 9월 4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3라인 지하 1층 이산화탄소 집합관실 옆 복도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 사고는 경찰 중간 수사 결과 작업자가 소방설비와 연결된 케이블을 절단하는 실수와 함께 20년 된 밸브의 노후·균열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삼성전자 대표 등 사고 관계자 19명을 입건했다. 11월 28일에는 부산 사상구에 있는 한 폐수업체에서 폐수 정화작업 과정에 황산을 투여한 뒤 유독성 가스인 황화수소가 다량 발생해 이를 들이 마신 작업자와 관리자 등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오래된 사회간접자본, 언제 어디서 사고 또 터질지 늘 조마

□ 사회간접자본 사건·사고=올해는 유독 사회간접자본(SOC)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많았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처음 겪는 사고이거나 그동안 잘 발생하지 않던 사고였다. 11월 24일 KT 서울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통신선이 불에 타면서 KT망을 사용하는 휴대폰 등 모든 기기들에서 통신 장애가 발생해 서울 일부 지역과 경기 일부 지역 등의 통신이 한동안 불통되고 상점들이 카드 결제 등을 하지 못하고 은행 현금인출기 등이 작동하지 않는 등 통신대란이 빚어졌다. 화재 감식 결과 소방시설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KT쪽은 KT 회선 이용자에 대해서는 3~6개월 통신 요금을 감면하겠다고 밝혔으나 영업 손실은 보상하지 않겠다고 해 반발을 사고 있다.


12월 4일에는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의 한국지역난방공사 노후 열수송관이 파열되는 사건이 발생해 뜨거운 물이 땅위로 뿜어져 나왔다. 이로 인해 인근을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 한 명이 화상을 입고 숨지고 많은 시민들이 부상을 당하는 등 인명피해가 생겼다. 이 사고로 백석동 전 지역에 온수 공급이 중단됐다. 공사 쪽은 사고 뒤 전

국의 노후 열수송관에 대한 일제 점검을 벌였다.


12월 8일에는 강릉을 출발해 서울로 가던 KTX 열차가 출발 5분 만에 시속 103km로 달리다 객실 2량이 탈선해 15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만약 최고속도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면 엄청난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이날 사고는 신호시스템의 부실공사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올 들어 크고 작은 철도사고가 잇따라 승객들이 불안을 느끼던 차에 터진 대형 사고여서 철도공사 쪽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결국 오영식 공사 사장은 사임하고 말았다.

□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누출 고교생 집단 사망 사고=12월 18일 수능시험을 치른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이 강원도 강릉시 저동 펜션에서 잠자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3명이 사망하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불행 중 다행으로 중태에 빠졌던 학생들은 급히 강릉과 원주에 있는 병원에 후송되어 고압산소치료를 받아 현재 3명은 회복돼 퇴원했고 나머지도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조사 결과 보일러 연통이 어긋나 있어 일산화탄소가 펜션 내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이와 함께 무자격자가 보일러를 시공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농어촌민박 시설로 허가돼 가스 감지기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단군 이래 최대의 식중독 사고 vs. 여전한 음주운전

□ 급식 초코케이크 집단 식중독 사건= 9월 초순 경남과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해 전국에서 풀무원이 제조·공급한 급식 초코케이크를 먹은 학생 가운데 2천여 명이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에 걸려 병원 치료를 받는 등 대형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식중독 사고로는 최대 규모이다. 사고 원인은 케이크에 사용된 계란 때문으로 추정됐다. 초코케이크 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더블유원에프엔비가 만들어 풀무원푸드머스(유통전문판매업체)를 통해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업체는 식품안전관리기준(HACCP; 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 인증 업체여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부실한 해썹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 음주운전 사고=9월 25일 부산 해운대에서 휴가 나온 카튜사 윤창호 장병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끔직한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의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81%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윤창호 군은 병원에 급히 후송되었으나 뇌사 판정을 받고 46일간 치료를 받다 끝내 숨지고 말았다. 윤창호 군의 친구들은 국회의원들을 만나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 달라고 요구해 도로교통법 개정안, 일명 '윤창호법'이 발의돼 지난 11월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 개정법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할 경우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처벌에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시켰다. 애초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발의됐으나 법사위에서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완화됐다. 이에 앞서 8월27일 유명 탤런트이자 뮤지컬 배우인 박해미 씨의 남편 황민 씨가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 농도 0.104%의 만취 상태에서 경기 구리시 강변북로를 과속으로 달리다 갓길에 서 있던 2.5t 화물차 2대를 들이 받아 함께 차량에 탔던 배우 2명을 숨지게 하고 다른 2명을 크게 다치게 하는 음주사고를 내 공분을 산 바 있다.

라돈 침대 사태, 제대로 해결된 것 거의 없어

□ 라돈 침대 파동=한 시민이 올초 우연히 침대의 방사선 농도를 측정하다 엄청나게 높은 라돈 수치가 나오자 이를 방송사에 제보해 지난 5월 뉴스로 크게 다루어짐으로써 이른바 라돈침대 파동이 시작됐다. 음이온 방출로 쾌적한 수면을 보장해준다는 대진침대 쪽의 허위 선전에 속은 10만 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라돈 침대를 길게는 10년 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파문이 컸다. 방사선 라돈이 나오는 침대를 판매한 것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이어 정말 황당한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터진 것이다. 그 배경에는 음이온이 몸에 좋다는 가짜 과학에 대한 맹신이 자리하고 있다. 라돈침대뿐만 아니라 라돈라텍스 매트리스, 베개, 남성 팬티, 여성 속옷, 팔찌, 귀걸이, 목걸이 등 라돈을 방출하는 방사성 광물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각종 생활용품과 의료용품 등이 너무나 많아 최근까지도 그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방사성 광물인 토르말린 등과 게르마늄 등을 사용한 제품들도 문제가 되고 있으나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라돈 발생 제품들이 버젓이 팔리는데도 안전 관리를 전혀 하지 못한 데는 거의 전적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무관심과 무능력이 자리하고 있다. 원안위는 라돈 침대 수거와 폐기 처리에서도 무능력을 드러내 천안과 당진 주민들이 오랫동안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사회 갈등이 증폭되는데도 이를 제때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또 라돈 방사선 관리 기준을 최고 15배 이상 웃도는 방사선에 수년 씩 노출된 소비자들이 피해보상과 함께 건강 피해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도 여전히 나몰라 하고 있다. 다른 사건·사고와 달리 라돈 침대 파동은 앞으로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두고두고 소비자들의 정부 불신과 갈등을 심각하게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회는 28일 제2의 라돈 침대 사태를 막기 위해 △신체에 착용하거나 장시간 신체에 밀착되는 제품에는 방사성 원료물질 첨가 금지 △방사성 원료물질 등을 사용해 가공제품을 제조하거나 수출입하려는 제조업자의 등록 의무화 △방사성 광물을 다루는 종사자에 대한 건강진단 실시 및 원안위 보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 개정안, 일명 '라돈침대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새해에는 허망하게 생명 스러지는 일 없는 안전 한국 기대

앞에서 살펴본 것들은 대체적으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거나 새로운 위험으로 대두한 것, 그리고 사회적 의미가 큰 것들을 중심으로 추린 사례들이다. 우리에게는 왜 이러한 사건·사고가 생겼으며 왜 이를 미리 막지 못했는지, 또 조기에 해결하거나 위험 확산을 막지 못했는지 묻고 따지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이와 함께 앞으로 이와 유사한 재난이나 사고를 막거나 제때 대처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과 조직 개선, 예산 배정 등은 하였는지도 무척 중요하다.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한 안전 관리 정책과 이 정책을 효과적으로 펴기 위한 전략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관료,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시민들의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안전과 생명을 우선으로 하는 사회로 나아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새해에는 안전 사건·사고로 허망하게 생명이 스러져가는 일이 없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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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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