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박빙'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원내 1당'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며, 통합진보당은 의회 진출 확대, 즉 원내 교섭단체 확보를 향해 뛰고 있다.
공천 과정을 통과하며 어느새 선거 '중반전'에 접어들었다. 각 당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하면 어떨까. 새누리당은 '박근혜 오너십'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민주통합당이 지지부진한 사이 '실점'을 면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민주통합당은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누리당 공천의 과오까지 덮을 정도로 시끄러운 잡음을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는 이제부터다. 양당 모두 전열을 가다듬고, 2012년 12월에 있을 대선을 바라보며 출발선에 섰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 민주당 전략 전문가인 이철희 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영남대 김태일 정치외교학 교수가 '총선 중간 점검'을 대담 형식으로 진행했다. (편집자주)
"민주당, 한명숙 '누님 정치', 486의 '숙주 정치' 반성해야"
▲ 고성국 정치평론가 ⓒ프레시안(최형락) |
이철희 : 저는 비판적이다. 특히 민주당이 그렇다. 1월 15일 민주통합당은 대표를 선출한 이후, 7년여 만에 정당 지지율면에서 새누리당을 앞섰다. 그런데 이후 그 위세가 많이 꺾였다. 민주통합당이 해야 할 일을 안 해서 자초한 위기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른바 반MB 정서로 민주당이 많이 앞서갔던 선거전이 앞으로 '박빙'으로 바뀔 것 같다. 지금부터 민주당이 잘하지 않으면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못 낼 수 있다.
김태일 : 어떻게 보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민주통합당은 기존 민주당에 시민사회, 노동계 등이 합쳐진 당이니까, 통합을 잘 할 수 있는 리더십이 현실적으로 필요했고, 한명숙을 대표로 만든 것은 그런 의미였다고 본다. 즉, 한 대표는 대표로서 존재 이유가 있는 셈인데, 문제는 통합에다가 쇄신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약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한명숙 대표가 대표에 오른 순간 쇄신의 리더십을 함께 만들어냈어야 하는데 그것을 못한 것이다. 한명숙 대표의 리더십을 '누님 리더십'으로 표현할 수 있다. 칭얼대는 동생, 왈가닥 동생 달래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 이상 뭐가 없다는 것이다. '누님 리더십', 지금 민주통합당이 처한 위기의 중요한 원인이 그것이라고 본다.
고성국 : 역시 리더십 문제가 크다고 보는 것 같다.
김태일 : 그렇다. 물론 한명숙 개인의 탓도 있지만 과업을 달성할 수 있는 집단 리더십을 못 만드는 민주통합당 전체의 책임이다. 최고위원들이 자기 것을 먼저 확보해놓으려고 생각한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기도 하지 않나. 한명숙 개인 책임도 있지만 민주당 조직의 책임도 있다.
고성국 : 박근혜 리더십과 많이 비교하는데, 박근혜는 '오너십'에 가깝고, 한명숙은 CEO다. 그 차이가 큰 것 아닌가?
이철희 : 동의한다. 새누리당 대표, 민주당 대표는 상당히 다른 자리이기 때문에 한 대표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집단적 리더십을 불가피하게 구현해야 했다면, 민주통합당의 소위 대권 주자라고 하는 분들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한 대표와 함께 대선 주자들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 분들은 손을 놓고 있었고, 한 대표만 쳐다보다가 사실상 당을 방치하게 된 것 같다. 한 대표를 지나치게 압박하듯 질타하고 나무라는 것도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지난 번에 몇 분(이해찬, 문재인, 문성근 등)이 임종석 사무총장 문제 등으로 한 대표에게 심하게 뭐라고 한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었다고 본다.
김태일 : 사전에 그 사람들이 그런 일이 없도록 했어야 했다. 일이 생기고 문제를 삼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이미 그런 일들이 벌어질 것을 예상을 해서 한 대표와 문성근, 대권 실세(문재인) 등이 머리를 맞대고 사안들을 의논했어야 한다. 그것을 안 해 놓으니, 한 대표와 다른 리더들 사이의 틈을 486이 비집고 들어간 게 아닌가?
고성국 : 이철희 교수도 486에 해당되지 않나?
이철희 : 저는 나이만 486이다.
김태일 : 그동안 당을 움직여가는 주류가 486이라는 언론 보도를 믿을 수밖에 없는데, 저는 이런 사람들에게 좀 더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고 본다.
고성국 : 임종석은 사무총장직과 공천을 반납했는데, 뭘 더 해야 하나?
김태일 : 임종석 문제는 그렇게 처리했다고 치자. 저는 이번 계기로 486 전체를 한번 성찰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누구도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을 못 봤다. 486은 한 시대를 풍미한 사회 변화의 주력으로, 어떤 가치를 공유한 사회적 집단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그런데 정치권에 들어온 486은 도대체 무슨 가치를 지향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다. 문화, 언론, 교육계로 들어간 486은 다들 자기 몫을 한다고 인정을 받는다. 정치권 486들은 다만 권력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굉장히 기민하게 움직인다.
고성국 : 나이만 486인 이철희 교수는 어떻게 보나?
이철희 : 김태일 교수 말에 동의한다. 486 정치인들이 의회 정치에 많이 진출했지만, 정치인 486은 몰라도, 의정 활동으로 스타가 된 486이 별로 없다. 의회 활동에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당 정치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그렇다. 저는 같은 세대라 온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486 세대와 정서적으로 거리가 있는 사람들은 냉정하게 볼 수도 있다고 본다.
김태일 : 이철희 교수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만 저는 냉정하게 보고싶다. 486은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항상 주류였다. 주류 자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중요한 리더들마다 486이 서포트하면서 지내왔는데, 어떤 잘못된 과거에 대한 평가도 없고 성찰도 없고 계속 주류로 활동한다. 저는 '숙주 정치'라는 말을 쓴다. 중요한 숙주에 달라붙어서 뭘 하다가 그 숙주가 별 볼 일 없어지면 다른 숙주를 찾고 그래왔던 것 아닌가?
고성국 : 너무 세게 얘기하는 것 같다.
김태일 : 지금이라도 486은 성찰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 시대를 책임졌던 집단이기 때문이다. 더 엄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국민들은 그 분들에게 더 많은 기대를 갖고 더 많은 역할을 바라고 있다.
고성국 : 486 얘기를 하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면서 얘기한 게 야권 연대 협상을 담당했던 박선숙 의원의 기득권 포기 선언이다. 박 의원은 세대로 따지면 긴급조치 세대다. 486보다 한 세대 선배인 셈인데, 여러모로 김태일 교수가 말한 맥락에서 박 의원의 모습은 486의 자기 성찰을 촉구하는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철희 : 최근에 공천 국면에서 보면 상당히 돋보이는 행동이었다.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여건이 충분함에도 안 하겠다고 했다. 본인의 논리를 들어보면, 본인이 야권 연대 협상에 나가서 다른 지역의 민주당 후보에게 '양보하라'고 해놓고 자신은 공천을 받는 게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당히 큰 결단이다. 그런 사람이 정당 정치의 주역으로 들어가 뿌리 역할을 하는 당직자가 됐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민주당에 건강한 역동성이 생겼을 텐데...고 박사 말대로 486에 대해 자기 반성을 촉구하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겠다.
"청년비례대표, 야권 기획력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고성국 : 이번 공천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청년 비례대표제 도입이 결과적으로 주목을 못 받았다는 점이다. 정당에서 처음 도입하는 것 아닌가. 워낙 비례대표 입구가 좁다 보니 그랬겠지만, 주목도가 없기 때문에, 이런 것을 왜 했나, 아니면 주목받을 수 있게 하지 못할 정도로 민주통합당과 야권의 기획력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
김태일 : 지난번 당 쇄신 특위에서 내가 자문단장으로 참여해서 만든 안인데, 그 때 상황은 그랬다. 청년들이 아파하고 있는데, 청년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슈퍼스타 케이 방식으로 하자. 붐을 일으킬 수 있게 하자고 했는데, 기술적 측면에만 관심을 기울인 것 같아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게 조금 생각에 못 미친 것 같다. 내용 면에서도 젊은이들이 정말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을 담지 못했던 것 같다. 안철수의 청춘콘서트와 같은 프로그램이 가진 공감대에 미치지 못한 점, 굉장히 아쉽다. 기술 절차적인 것에만 매몰돼 있었던 것 같다.
이철희 : 저는 세대 문제를 그런 발상으로만 풀려고 하는 데 대해 비판적이다. 그러나 세대 문제를 환기시키는 하나의 계기로는 큰 의미가 있을 수는 있겠다. 기득권을 깨는 기폭제로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민주당이 이벤트만 보고 있었다는 문제점을 드러내준 것이다. 20대, 30대의 고민을 함께 깊이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벤트로 풀려고 했고, 그것을 통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 민주당의 인식의 깊이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씁쓸한 측면이 있다. 이제 민주당이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선거 정치 면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이벤트를 통해 20, 30대가 투표장에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반대로 노인들이 받는 열패감이 또 있을 수 있다. 한국 노인들이 OECD 국가 최고 자살율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무엇으로 풀어낼 수 있나. 그것도 나이나 세대로 풀어줄 것인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왜 청년 비례대표를 도입했고, 어떤 취지로 운영하겠다'고 충분히 설명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청년 비례대표들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역할을 하도록 해주려면 당이 아마 세심하게 배려해야 할 것이다. 멘토를 붙여주고 해야 할텐데, 그럴 능력이 있는지 걱정스럽다.
고성국 : 저는 청년 비례대표로 후보자들에 대해 관심이 있다. 그런데 어제, 그제 후보 확정된 네 명의 발언은 조금 걱정스럽다는 느낌을 주더라. 그 분들 발언 중에 '새누리당의 청년보다 우리가 낫다'는 취지로 말한 게 있던데, 저는 '아니, 국가 경영에 참여하고, 국가 경영을 책임지는 헌법기관을 뽑는 것인데, 이게 뭔가' 하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예를 들어 이 분들이 민주당의 청년 대표와 새누리당의 청년 대표의 게임으로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준석, 손수조를 게임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는 말이다. 청년 비례대표 도입은 민주당 입장에서 상당히 고육지책인데, 뽑힌 사람들이 '청년'이라는 틀 속에서만 사고하는 것 같아 걱정이 들었다.
김태일 : 청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여성 얘기도 나와야 할 것 같다. 사회적 소수자를 대의 체제 속에서 모양을 갖추도록 만드는 일 아닌가. 노인, 청년도 그렇지만, 여성도 그렇다. 저는 그 과정에서 특정 학교 출신들의 '언니 정치'를 느꼈다. '언니 정치'에 대한 이해와 오해가 논란이 됐지 않나. 저는 그것이 여성 운동과 여성 정치에 약이 됐으면 좋겠다고 해서 말씀을 드리고 싶다. 상당 부분은 이해할 대목이 있다. 우리 나라 사회의 정치 상황에서 여성 운동가나 여성 정치가를 특정 학교가 전담해서 양산을 해 올 수밖에 없었다. 그 논란을 겪었으니, 이제는 스스로 그런 것을 넘어서는 고민들을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여성 정치인 영입은 더 강화해야 한다. 남자들 세계에서 보면 '날로 먹을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경선에서는 여성들이 상당히 떨어져버렸지 않나. 앞으로 소수자의 대표성은 더욱 보장해야 한다.
이철희 : 다시 청년 정치 얘기로 돌아가면, 걱정스러운 점이 하나 있다. 민주화 이후 정치권에서는 수도 없이 물갈이가 이뤄졌다. 그런데 정치의 질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좋은 사람도 정치에만 들어오면 원래 좋음보다는 기성 정치의 나쁨에 물드는 것들이 관행적으로 되풀이 됐었다. 사회에서 인정받은 기간이 짧은 청년들의 경우 더 무방비로 기성 정치의 관행에 물들 수 있고, 그런 식의 압박에 무너질 수도 있다. 그것을 어떻게 잘 이겨내면서 성장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이벤트로 띄우고, 들어왔는데, '나몰라'라 해버리고, 조직의 일원으로 정체성만 강조해서 평균화 시켜버리고, 그저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면, 분명 민주당 내에서는 또 '이제는 청년 비례대표로도 안 되겠다'는 발상이 나오지 않겠나. 비슷한 실험이 정치권에서 실패로 끝난 사건이 많다. 민주당은 국회의원이 될 청년들이 4년 후에 임기 끝나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태일 : 여성 정치와 관련지어 생각해봤을 때도 여성들을 대변해 들어온 사람들 역시 기존의 줄서기, 파당 정치로 기존 권력 구조에 흡수돼 버린 경우가 많다. 이철희 교수가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가만히 내버려두면 그렇게 간다. 그런 점을 주변에서 같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고성국 : 민주통합당이 영입한 외부인사 중에 법조인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새누리당은 일부러 법조인을 줄이려고 노력을 했는데, 물론 잘 된 것 같지는 않지만 민주통합당은 거꾸로 법조인 출신 영입에 노력을 했던 것 같다.
김태일 : '사법피해자 신드롬' 아닌가. 사법 기관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가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에도 그 상처가 있다. 그것을 벗어나야 한다. 검찰 출신, 법조계 출신을 너무 많이 영입했다. 절대 좋은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정치의 특성 중 하나가 '합법의 신념' 같은 것이 되려 방해가 될 상황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철희 : 과도하게 숫자가 많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를테면 최근 법사위에서 가장 활약을 많이 한 사람이 박영선 의원이다. 법조인이 아니다. 법조인이라고 해서 의정활동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법조 네트워크 밖에 있는 사람들이 더욱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다.
"새누리당, '절박감+리더십'은 있으나 공천은 뒤죽박죽"
▲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이철희 : 사실은 공천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잘 포장해내는 전략도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보면 민주당이 잘 못했다고 보는데, 새누리당은 내용면에서 더 심각한 것 같다. 민주당은 사람을 덜 바꿨다는 비판을 받지만, 새누리당은 수해골프 사건이나 성추행 논란, 역사 인식 부재 등으로 지탄받아야 할 사람들이 일부 낙마를 했지만, 골고루 공천을 받아 들어와 있지 않나. 민주당보다 문제가 더 크다고 보지만, 민주당은 억울해하다기보다는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한나라당 공천은 내용적으로 보면 성공적이지 않은 것 같다.
고성국 :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영조 후보의 경우 3일만에 공천을 박탈했다. 상황 인식의 절박성에서 보면, 임종석 사무총장 관련 논란을 한달 가까이 끌어온 민주당보다 더 낫지 않나?
김태일 : 그렇다. 한나라당은 '더 이상 나빠지면 안 된다'는 그런 절박함이 있는 데다, 지배구조의 단일성 때문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공천 후가 문제인 것 같다. 새누리당은 경제 민주화와 같은, 당이 가야할 방향과 진로와 노선에 괄목할 만한 중대한 수정이 있었다. 그런 수정 방향과 공천 내용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공천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신들이 수정한 당의 진로에 대한 주체의식이나 문제의식이 없었다. 관찰자 입장에서 보면 아주 모순적인 모습이 많다. 한편으로 근본적인 시장주의자도 있고, 새로운 수정 노선에 부합하는 사람도 있고, 뒤죽박죽이다.
이철희 : 저는 반론을 제기한다. 한나라당은 강자다. 여당으로 권력을 가진 자 입장이고, 민주당은 약자다. 임종석의 경우 공정성 시비가 있었지만, 새누리당의 경우는 이미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는 인물을 공천을 했었다. 등가로 놓을 수 없다. 더 근본적으로 여야 공천 파동을 보면, 공천이라는 것 자체를 정당 스스로가 책임지고 하지 않고, 외부 공심위원들에게 맡겼을 때 나오는 폐해들이라고 본다. 어느날 갑자기 외부 공심위원들이 모여서 장을 열고 갑자기 검증하니까, 한꺼번에 300명의 인물을 찾아야 하는데,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겠나. 정당이 무능한 것이다.
고성국 : 공천과 관련해 부산 사상에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로 손수조 후보를 새누리당이 공천했는데, 문재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야비하고 치사하고 악랄한 공천'이라는 비판을 하더라. 어떻게 보나?
김태일 : 문재인 쪽에서 그런 평가가 있다면 새누리당은 전략적으로 성공한 셈이다. '문재인 난감하게 만들기' 전략 아니겠나. 손수조 후보가 아무 것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추궁할 수도 없고, 부패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의정활동을 한 적이 있나.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닌' 인물이 나온 것이다. 문재인 입장에서는 난감할 것이다.
이철희 : 손수조의 경우는 적장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업계 '상도의'에도 어긋나는 야비한 짓이다. 지금 박근혜 위원장이 문재인 후보와 과거사 문제 등 일련의 논쟁을 하고 있는데, 그 논쟁을 제대로 하려면 지역구에서부터 문재인과 대등한 수준에서 논쟁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우고, 거기서부터 논쟁을 끌어내서 문재인의 한계를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지, 아예 애와 어른의 대결 이미지로 만들어서 문재인이 이기면 당연히 이기는 것이고, 지면 망가뜨리는 것이고, 야비하다. 새누리당은 손수조를 정당 민주주의를 구현할 국회의원 후보로 보는 게 아니고 정당 이미지 개선의 도구로, 마스코트로 삼는 발상을 한 것으로 본다. 굉장히 비판적으로 본다.
고성국 : 그러나 손수조 후보는 양 당의 공천 신청이 끝났을 때 '전국 최연소가 누구인가', 하면서 언론이 보도를 했던 인물이다. 이 때 27세 여성 손수조가 사상에 공천 신청을 했다고 해서 주목을 끈 것이다. 언론도 재미있으니까 자꾸 다뤘다. 그 결과겠지만, 공천 확정 때 손수조 후보는 그 지역의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 누구보다 경쟁력이 강한 사람이 돼 있었다. 문재인에 대한 경쟁력도 있고, 그 지역에서 3선을 한 권철현 전 의원보다 크게 뒤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갖고 있는 중앙당 차원의 전략적 고려가 결합되니, 경쟁력이 생겨서 한 달 전의 손수조와 지금의 손수조가 완전히 달라져버린 것이다. 안철수, 문재인은 정당에서 '붐업'을 안 시켰나? 사실 언론이 가장 많이 다룬 사람이 문재인이다. 그 결과인지, 원인인지, 모르겠지만 문재인 후보의 경우 지지율의 지속적 상승이 있었다. 정치인이 언론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철희 : 저는 보수가 정치를 이렇게 가볍게 접근하면 보수에게 절대 득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길게 보면 독이 된다.
고성국 : 일리가 있다. 그래서 저는 손수조와 새누리당의 행태에 대해 화를 내면 곤란하다고 본다.
이철희 : 적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장비, 조자룡이 나왔는데 병사1을 내보냈다. 예의가 아니지 않나. (웃음)
김태일 : 허허실실이다. 이게 웃을 일만은 아니다. 18대 비례대표 공천에 한나라당은 빈민운동가 강명순 목사를 1번으로 공천했다. 그런데 손학규 당시 대표는 금융 전문가 이성남 의원을 1번으로 공천했다. 상식적으로 보면 뭔가 바뀐 것이다. 민주당은 경기여고 출신 전문가 여성, 한나라당은 '부스러기 선교회'의 빈민 운동가. 최근 정당 연설 방송을 봤는데 손수조가 나왔더라. 아버지는 버스 운전기사고, 자기는 지방 출신이고, 취직했는데 한 달에 80만 원 받았다. 1년치 연봉 가지고 선거운동은 할 수 있지 않겠나 해서 자기 연봉 3000만 원을 들고 나왔다고 한다. 듣고 보니 싫지는 않더라.
이철희 : 대학 나와 비정규직으로 80만 원 받는 게 누구 탓인지 알아야지 않나. 누구 탓인데 새누리당에 들어가나.
김태일 : 그런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면, 새누리당에게는 굴러들어온 복일 수도 있고, 새누리당의 기획력일 수도 있지 않나. 제 생각에는 굴러들어온 복을 가지고 자기 상품으로 새누리당이 만든 것일 수 있다. .
박근혜, MB와 차별화 없이 '정권 심판론' 어떻게 넘을까?
▲ 이철희 서울디지털대 교수ⓒ프레시안(최형락) |
김태일 : 결산만 하면, 민주통합당에 뒤지기 시작한 정당 지지도를 다시 반전시킨 상황까지 당을 끌고 갔으니 그 리더십은 평가 받을 만하다. 여러 측면에서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역시 새누리당과 박근혜 안에 노정된 부분을 보면, 역시 리더십이 독단적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 있다.
고성국 : 어느 대목이 독단적으로 보이나?
김태일 : 여러 사람 얘기를 경청하지 않고 자기식대로 간다. '토달지 말라'는 발언을 보라. 토론하려는 의사가 없다. 그게 어떻게 보면 위기 극복에는 유용한 방식이다. 그러나 국가 경영에는 굉장히 위험한 대목이다. 두 번째, 박근혜 위원장이 자기 세계관을 충분히 설명해오지 않았는데, 당의 전면에 나서니까 조금씩 보이고 있다. 역시 이 분이 가장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은 자기 아버지 정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지평을 보이느냐 여부다. 그런데 박 위원장은 여전히 아버지에 대해 굉장히 집착하고 있다. 그것을 자기 자산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고성국 : 두 번째 부분과 관련해 박 위원장이 최근 토론회에 나와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간 역사적 화해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해 항상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야권에서 일제히 '그것도 사과냐. 그러면 정수장학회부터 해결하라'고 나왔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그런 연좌제가 어디 있느냐'고 반격을 했다. 아버지의 세계로부터 못 벗어나고 있다고 김태일 교수가 평가했는데, 그 토론회에서 저는 '아버지 시대를 넘어서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충분한지 아닌지는 판단해봐야 한다.
이철희 : 박정희 시대에 겪은 고통이 과연 산업화에 따른 고통이었나? 산업화를 하기 위해 유신이 꼭 필요했다, 산업화를 하기 위해 박정희 독재가 필요했다. 이런 논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그렇게 설명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좀 더 분명하게 역사 인식을 드러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 위원장이 당 전면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를 평가하면 잘한 것이라는 느낌은 있는데, 기대만큼은 많이 못 미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자의 능력은 보여주는 것 같다. 리더십은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여전히 MB와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 의문이 생긴다. 이명박의 대한민국과 다른 박근혜 대한민국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고성국 : 그러나 역대 정권이 그랬듯 대통령과 대권주자가 싸워서 선거에 이긴 적이 없다. 박근혜 위원장 입장에서 선택지가 없지 않나?
이철희 : 박근혜의 장점은 '원칙'이다. 유불리를 떠나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한 게 있으면 잘못했다고 해야 새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고성국 : 시시비비를 가리는 원칙도 있지만, 한나라당(새누리당) 정권의 '책임 정치'라고 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 박근혜 위원장이 만든 '국민과의 약속'은 'MB노믹스 폐기'와 닿아 있지 않나?
이철희 : 'MB노믹스'와 큰 차이가 없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만든 사람들에게 공천장을 주지 않았나. 이종훈, 안종범 교수에게 공천을 줬다. 지금의 박근혜는 '줄푸세' 박근혜가 아닌, 다른 박근혜인데, '줄푸세' 만든 사람을 발탁했다. 정책은 결국 사람이 실현시키는 것 아닌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고성국 : 그게 MB와 관련이 있나? '줄푸세'는 박근혜의 공약 아닌가.
이철희 :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경선에서 탈락한 박근혜의 '줄푸세'를 받아들였고, 박근혜 위원장도 그것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이 봤을 때 'MB노믹스'의 내용과 '줄푸세'의 내용이 다른 게 없는 신자유주의적 공약이었다는 것이다.
김태일 : 박근혜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책임을 같이 지고 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부분 아닌가. 박근혜 위원장은 중요한 집권 세력의 한 리더였으니까,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본다.
고성국 : 의석은 어떻게 보나.
"민주당, 이념 프레임에 스스로 들어간 것"
이철희 : 총 300석이라고 보자. 30석은 통합진보당, 자유선진당, 국민생각, 무소속 등의 몫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나머지 270석 중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각각 120석 씩을 갖고 들어간다고 예측할 수 있다. 남은 30석을 누가 가져가느냐 싸움이라고 본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민주통합당이 기세가 많이 꺾였다. 그래서 박빙의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MB대 반MB 구도가 다시 힘을 받는 추세로 돌아가는 것 같다. 야권연대도 타결이 됐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1당 정도는 바라볼 수 있는 싸움이다.
김태일 : 부산 경남 지역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현실화되면 민주통합당이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새누리당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 경북 지역에 대한 전략이 없다. 한 가지 있다면, 김부겸 의원이 대구에 출마하는 것, 이것은 전략이다. 그런데 그 이상은 없는 것 같다는 말이다. 김부겸 의원이 대구에서 전선을 만들고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에 대해 민주통합당이 조금 더 고민을 해줘야 한다.
고성국 : 민주당에 답답한 것은 이것이다. 정권심판론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 '전 정권 심판론'도 그렇다. '전 정권 심판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었다'고 하면 새누리당이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제주 강정마을 이슈를 스스로 확대시키고, 한미FTA 이슈를 확대시킨다. 정권 심판론 말고 다른 전선을 만들 이유가 없는데도 그렇다. 새누리당이 이념 프레임에 가둔 것이 아니고, 민주통합당이 이념 프레임을 갖고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역공을 받으니 '과정에 문제가 있다',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되받았는데, 잘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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