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 출범한 전국민주 일반노조 동물권행동 카라지회(이하 '카라지회') 노동조합의 싸움은 임금을 올려달라는 싸움이 아닙니다. 단체가 특정 개인에게 사유화되는 것을 막고, 인간 노동자의 인권과 비인간 동물의 권리가 결국 동전의 양면처럼 깊게 연결돼 있음을 증명하려는 과정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동물단체로서, 위기에 빠진 동물을 구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제도를 개선하고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적어도 2021년 전진경 대표 취임 이전까지는 그런 단체였습니다. 그러나 취임 이후 무리한 대형 구조가 이어졌고, 더봄센터를 건립하며 계획했던 '구조한 동물을 치료하고 사회화해서 입양 보내고 빈자리가 생기면 다른 동물을 구조한다'던 선순환의 고리는 끊어졌습니다. 구조된 동물들은 카라의 직영 보호소인 더봄센터에 입소하지 못하고 열악한 위탁처에 방치되고 잊혔습니다.
과거 카라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이었습니다. 활동가들은 누구나 전체 회의에서 의견을 낼 수 있었고 문제 해결을 위해 토론했습니다. 대표의 의견일지라도 토론에서 부결될 수 있었고 막내 활동가의 의견도 수용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민주적이던 사내 문화는 수직적이고 독단적으로 변해갔습니다. 전진경 대표는 효율이 중요하다며 전체 회의를 없애고 모든 팀장이 함께 중요 의사결정을 하던 집행위를 그룹장 회의로 축소했습니다. 심지어 그룹장 4명 중 2명은 전진경 대표가 평활동가의 2배에 가까운 연봉을 주며 새로 채용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매일 서로를 응원하며 동물을 위해 일하던 동료 활동가들이 실망하고 좌절하며 하나둘 조직을 떠나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실제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40여 명의 활동가들이 단체를 그만뒀습니다. 마음을 다해 일하던 동료들이 비민주적인 운영과 소통 부재, 누적된 번아웃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남은 이들은 깊은 슬픔과 절망적인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동물을 위해서 일하고 싶지만, 내 옆의 동료가 계속 상처받고 사라진다면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겠느냐는 고민 끝에, 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했던 작은 소모임의 이름이 바로 '건행직'(건강하고 행복한 직장 만들기)이었습니다. 대단한 것을 바란 것이 아니라 동료들이 떠나지 않는 안전한 직장을 만들고 우리가 구조한 동물들의 복지를 진짜로 개선해 보자는 소박한 마음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조직의 고질적인 문제를 대화로 풀어보려던 노력은 전진경 대표의 독단에 부딪혔습니다. 노동자가 동등한 주체로서 법적인 권리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동료도, 동물도 지킬 수 없다는 절박함은 결국 2023년 8월, 민주노총 노동조합 가입과 카라지회 결성으로 이어졌습니다. 노조가 결성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사측의 반응은 가혹했습니다. 단체의 전 대표이자 정신적 지주로 통하는 임순례 감독은 단체 전체 단톡방에 "노조 비밀 가입은 진짜 실망, 황당!!"이라는 글을 올리며 노조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전진경 대표 역시 전체 회의에서 노동조합을 '이상을 추구하는 사이비 종교'에 비유하며 활동가들을 위협했습니다. 이는 활동가를 동등한 노동자가 아니라 대표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부품이자 수틀리면 제거해야 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이었습니다.
사측은 대화와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대신 철저한 보복과 노조 탄압을 선택했습니다. 노조 지회장을 서울 마포에서 멀리 떨어진 파주 보호소로 강제 발령 냈고, 노조 임원 2인에게 '대표의 정당한 지시 불응'이라는 주관적인 사유를 붙여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가했습니다. 이 징계는 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라는 판정을 받았으나 복귀한 활동가들은 팀장직에서 강등되고 본래 업무와 전혀 무관한 부서로 쫓겨났습니다.
징계가 통하지 않자 일상적인 괴롭힘과 배제가 시작됐고 조합원들을 주요 의사소통 창구에서 제외하고 업무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불이익조차 다반사였습니다. 급기야 인스타그램에는 '카라노조 팩트체크'라는 정체불명의 계정이 등장해 조합원들의 개인정보와 징계 내역을 상세히 올리며 조롱했습니다. 훗날 조사 결과 이 계정의 운영에 사측이 개입했다는 것이 인정돼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노조를 와해시키려 한 불법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습니다.
고용노동부 또한 카라 사측이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폭언을 일삼은 행위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대한민국 노동청 사건 중 과태료 처분까지 이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이 단 3%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체 내부의 괴롭힘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사측은 노조를 무력화하려 어용 노조를 신설했다가, 이 역시 사측이 주도한 불법 노조임이 탄로나 설립이 취소되는 수치를 겪기도 했습니다.
카라의 노사 갈등을 단순한 내부 갈등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사람의 권리'와 '동물의 복지'가 완벽히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전진경 대표 체제의 카라는 단체의 성과를 과시하고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현장의 수용 능력과 노동 여건을 완전히 무시한 채 대규모 구조를 독단적으로 강행했습니다. 파주에 있는 카라의 더봄센터 보호소는 약 250마리의 동물이 지내기에 적정한 규모입니다. 하지만 대표는 현장 활동가들과의 사전 논의도 없이 단 두 달 만에 270마리의 개를 추가로 구조했고, 그 결과 보호소 수용 인원은 550마리를 넘어서며 극심한 포화 상태에 빠졌습니다.
공간도 예산도 동물을 돌볼 활동가의 손길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행된 무모한 구조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자리가 부족해진 파주 더봄센터의 개들 대부분은 하루 15~20시간 이상을 비좁은 플라스틱 이동장 안에 물도 없이 갇혀 지내야 했습니다. 켄넬 감금 실태가 알려지고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사측은 해외 입양을 위한 훈련이라는 황당한 변명을 내놓았지만, 해외에서는 6시간 이상의 캔넬 감금을 엄격한 학대로 규정합니다.
더봄센터에 자리가 없어 입소하지 못한 개들은 무허가·불법 위탁업체의 비좁은 골방에 수년간 방치됐습니다. 그중 '보레'라는 구조견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제자리를 계속 도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돼 큰 충격을 줬습니다. 사측은 이에 대해서도 위탁처에 오랜 기간 방치된 개들을 입양을 갈 수 없는 성격의 개들이라고 거짓 핑계를 대고 위탁처의 열악한 시설에 대한 문제 제기에도 처음에는 돌봄을 잘 받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해당 시설이 불법임이 밝혀지자 불법인 줄 몰랐다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심지어 카라 사측은 이러한 불법 위탁업체에 4년간 10억 원이 넘는 후원금을 지불해 온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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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은 1인당 수십 마리의 동물을 감당해야 하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 속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을 목격하며 극심한 죄책감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적절한 시설도 없는 사무실에 무리하게 동물을 격리하다 개물림 사고로 구조견이 사망했을 때도, 사측은 "노조 때문에 생긴 공포 때문"이라며 책임을 노조에 전가했습니다.
내부 간부가 10년 동안 구조동물 40여 마리를 상습 폭행해 온 사실을 노조가 폭로했을 때조차, 대표는 "슬리퍼로 훈육 차원에서 몇 번 친 것"이라며 가해자를 감싸고 현장에 복직시켰습니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독단적 구조가 결국 동물에 대한 또 다른 방임과 학대로 귀결된 것입니다.
사측의 독단은 단체의 의사결정 구조와 재정 투명성을 뿌리째 흔들었습니다. 시민의 소중한 후원금으로 수백만 원 상당의 '골드바'를 구입해 특정 퇴직자에게 규정에도 없는 위로금으로 지급했고, 사업 승인도 나기 전에 리더십 컨설팅 명목으로 1억 2천만 원이 넘는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습니다. 구조동물 해외 입양 과정에서 법인 통장이 아닌 직원 개인 차명계좌를 사용해 탈세 방조 의혹을 사기도 했습니다. 노조를 탄압하고 전진경 대표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매달 수백만 원의 법률비용이 지출되기도 했습니다.
재정 위기가 찾아오자, 사측은 회원들에게 후원금 증액을 호소하면서도, 정작 사무처장은 지출 규정을 위반하며 해외 출장 시 5성급 호텔에 투숙하는 호화 출장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재정난을 이유로 노조원들이 주로 근무하는 서울 마포의 '더불어숨센터(아름품 입양센터)'를 일방적으로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름품은 도심 속에서 시민들이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들을 만나 입양할 수 있는 소중한 공공 자산입니다. 후원자들의 기부로 마련된 이 공간을 헐값에 매각하려 한 속셈은, 마포의 노조 활동가들을 고립시키고 파주 중심의 독재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파악됩니다. 심지어 사측은 활동가들이 퇴근한 후, 아름품의 동물들을 비밀리에 파주로 기습 이송하는 무모함을 저질렀습니다. 심지어 노조의 다양한 재정 정상화 대안을 거부한 채 감정가 65억 원 상당의 건물을 48억에 매각하기까지 했습니다. 건물 매각의 진짜 배경에 대한 의심을 더 증폭시켰습니다.
그러나 사측의 독단은 결국 법원과 사법 기관에 의해 하나씩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의미 있는 사법적 판단들이 이어졌습니다. 전진경 대표와 운영진의 노조 탄압이 고발 2년 만에 부당노동행위로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또한 법원은 전진경 대표와 이사 3인의 연임을 셀프 의결한 이사회 및 연임 결의를 진행한 졸속 입틀막 총회가 무효임을 판정했습니다. 2024년 임기 만료 시 회원 총회 결의 없이 이사회에서 연임을 결정한 뒤 노조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에 맞서 졸속 온라인 총회로 대의원 마이크를 음소거한 채 연임을 강행했던 행위가 법적으로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이러한 사법적 단죄 속에서 전진경 대표는 정기총회에서 연임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입장문 어디에도 진심 어린 사과나 반성, 책임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여전히 본인의 잘못은 숨긴 채 모든 문제를 노조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전진경 대표의 연임 포기는 동물권을 위함이 아니라 자격 없는 자의 건물 매각 및 배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마포 더불어숨센터 매각은 65억 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건물을 48억 원에 헐값 매각해 단체에 무려 17억 원의 손해를 입히는 명백한 배임 행위이며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마련된 소중한 자산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임을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사측의 무차별적인 고소·고발과 무더기 징계, 그리고 기습적인 동물 탈취와 헐값 건물 매각 시도 속에서도 카라 노조는 마포 더불어숨센터 아름품 입양센터를 지키기 위해 파업을 단행하며 1년에 가까운 긴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름품은 단순한 농성과 항의의 공간을 넘어, 시민사회의 민주성과 동물권 운동의 본질을 논하는 연대의 장으로 거듭났습니다. 노조 혼자였다면 이 가혹한 시간을 견디지 못했을 것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는 법률지원팀을 결성해 사측의 무분별한 고소·고발로부터 활동가들을 보호하고, 사측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회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카라 대전환을 위한 비상대대위원회'가 늘 함께 고민을 나누고 있으며, 카라의 후원회원, 봉사자, 그리고 뜻있는 시민들이 방문과 서명 운동으로 농성장에 따뜻한 온기를 보태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노'자도 모르던 현장의 동물 돌봄 활동가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1년에 가까운 농성을 거치며 깨달은 가장 소중한 가치는 바로 '연대'입니다.
카라 활동가들이 노조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동물을 구하는 활동가가 먼저 정당하게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동물의 권리도 온전히 지켜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시민들의 순수한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가 특정 권력자의 사유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바로 세우기 위함입니다. 셋째, 약자를 돌보는 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주체로 바로 서야만 우리 사회 전체가 진정한 진보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혼자라면 외롭고 무서웠을 이 길을, 연대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끝까지 걸어가 카라를 다시 시민과 동물의 품으로 돌려놓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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