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동물권 단체의 역설… 동물 존엄도, 민주성도, 노동권도 없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동물권 단체의 역설… 동물 존엄도, 민주성도, 노동권도 없었다

[동물권 운동, 새 길을 찾다] ④ 동물권 단체에서 노동조합하기

※ 아래는 C 동물권 단체 전 활동가 A, 카라의 전 활동가 B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C 동물권 단체'도 그랬다. 무리한 대형 동물구조를 A는 우려했고 반대했다. '개체' 관리와 보호를 위해 보호소를 드나드는 A와 소수의 활동가, 보호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대부분 한국말이 서툰 이주노동자였다)에게는 보호소의 안락사가 비밀이 아니었다. 마취 없이 석시닐콜린(동물 고통사에 쓰이는 약물)만 주사해 개를 죽이는 경우도 있었다. 단체는 동물구조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고, 대표는 단체 성장의 동력인 동물구조를 포기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대표 혼자 결정했다. 비밀을 아는 활동가들은 정도가 심해지는 것을 보고 공익 제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주고받고는 했다. 그만큼 보호소에는 개가 늘었고, 대표는 거리낌없이 개를 죽였다. 개를 구조한 개농장에서, 대표는 지금 바로 안락사시키자는 말을 대놓고 하고, 보호소에 있는 개를 빼내 와 산에 묶어 놓기도 했다. 그렇게 '개가 빠진 자리'에 새로 '구조'된 개가 들어온다.

동물을 살리고 싶어 활동을 시작했지만, 개를 살리는 일이 맞나 싶어 괴로웠다. 대표에게 말해 봐도 소용없었다. 괴로워서 일을 그만뒀다가, 그나마 자신이 없으면 밥도 물도 굶을 개들 생각에 다시 일을 했다.

산에 묶인 개도, 보호소에 있는 개도 물과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종일 견사 벽만 쳐다보고 있는 나이 든 개, 온몸이 벼룩인 개, 뼈만 남은 개들은 A 활동가 눈에 충격이었다. 개농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개체카드가 아예 없거나 카드에 적힌 정보와 실제 개가 다른 경우도 많았다. 사실상 관리가 안 된다는 뜻이었다. 대형 동물권 단체 구조의 현실이었다.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A는 공익 제보를 고민했고, 몇몇 다른 활동가들은 노동조합을 고민했다. 둘 다 쉽지 않았다. 변호사를 대동한 직원 면담, 대표의 회유와 협박 아닌 협박에 노동조합은 흐지부지됐고, 그런 상황에도 노조를 유지했던 활동가들은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소송과 재판, 내부 고발자라는 비난을 무릅쓴 제보에도 개들은 여전히 죽어 나갔다. 그러니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표의 독단을 카리스마라고 생각하는 열성 후원자들, 개고기만 되지 않으면 구조라고 여기는 후원자들 덕분(?)에 구조하려면 안락사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용인됐고, 구조와 모금, 구조와 안락사는 마치 한 세트처럼 묶여 반복됐다. 동물권 운동의 현실이었다.

다시 동물권 단체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까지 6년이 걸렸다. 이유는 비슷했다. 무리한 대형동물구조를 우려하던 카라 활동가들은 대표와 소통이 되지 않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2023년 말에 노조를 만들고, 아름품(카라 유기동물 입양센터)을 사수하며 지금까지 싸우고 있지만 투쟁은 쉽지 않다.

노동조합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은 동물권 단체만이 아니다. 시민단체를 표방하는 곳이 겪는 일반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카라의 전 활동가 B는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반(反) 노동, 노조 혐오 정서가 짙고, 사용자 특성이 다르다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대부분의 비영리 단체는 대표의 생계가 잘 보장되지 않고 대표의 명예나 신념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한다. 보통 조직에 문제가 생기면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는데, 비영리 조직은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카라의 전진경 대표도 "단체 해산하면 돼"라는 말을 후원회원에게 스스럼없이 얘기하기도 했다. 그런 데다 동물 돌봄을 후원하는 단체에서 '정치적, 도덕적 명분'으로 회원들을 설득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고통받는 동물을 구조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가 활동가로 있던 2018년 전후, 전진경이 대표가 아니던 때에는 구조의 원칙이 명확했다. 일단 카라는 동물 구조 단체가 아니었다. 동물 구조에 매몰되면 단체가 해야 할 정책 사업을 하기 어려워지고, 동물 구조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피학대 동물은 구조를 했고, 그런 경우 활동가들의 토론을 통해 결정했고, 구조한 동물은 보호 현황을 매주 모니터링했다.

명확한 원칙과 절차, 조직적인 관리 없이 동물 구조를 하다 보면, 조직의 생존을 위해 결국 극적인 동물 구조 장면이 활동의 목적이 되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다. 그런 운동 방식은 단체들이 '다 같이 망하는 길'이었다. B는 동물 구조와 관련된 표준화된 원칙과 절차를 만드는 것이 카라와 같은 동물권 단체의 역할이라고 봤다.

▲카라에서 구조돼 위탁소에서 평생을 보내고 있는 보레. 대표가 자기 자리를 고집하는 동안에도 동물들은 방치돼 고립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곧 겨울이 되면 지난 한파 때처럼 동사하면 어쩌나, 마음이 조급해진다. ⓒ카라시민행동

전진경으로 대표이사가 바뀌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싸우고 있지만, 사실 노조 활동가들이 설득해야 할 대상은 대표만이 아니었다. 카라에서 일하는 동료 활동가들, 그리고 회원들을 더 설득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B는 생각한다.

카라에서 정책과 관련된 사업을 이제는 보기가 어려워졌고, 카라가 무너진 건 그만큼 동물권 운동전체에 '엄청난 손실'이었다. 사회단체로서 역할이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한국의 동물 운동은 다시 자기 철학이 없는 운동으로 퇴보했다. 올해 카라가 주최하는 서울동물영화제가 사라진 것, 아름품에 동물이 사라지고 그 건물을 매각하려는 것이 그 증거 중 하나였다.

시민단체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조직에 부당노동행위와 직장 내 괴롭힘이 벌어지고, 전진경 대표의 셀프 연임을 법원은 위법으로 판단했다. 조직이 망가진다는 것은 그 조직이 구조한 동물들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전진경은 대표이사 자리에서 계속 버티고 있다. 몇몇 대의원들이 모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비민주적 총회 의결을 문제 삼는 소송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활동가와 회원은 여전히 전진경의 편에 서 있다. 싸워야 할 대상이 대표만이 아니라 동료 활동가와 회원들이라고 지적한 이유였다.

처음 노동조합이 생기고 카라의 노동권, 동물 복지 문제가 드러났을 때 전진경은 문제가 해결되면 사퇴하겠다고 했다. 대표가 사퇴해야 문제 해결이 시작되는데, 여전히 자신이 문제의 원인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말이었다. 사퇴할 생각이 없는 대표, 그러니까 현재 카라의 상황을 해결할 수 없는 대표가 단체를 운영하고 있고, 활동가들은 문제를 제기한 노동조합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회원들은 카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문제제기를 하는 활동가들은 '같은 편 등에 칼을 꽂는다'는 비난을 듣고 활동가의 자격을 검열해야한다.

B는 조합원들이 노조의 투쟁을 '자기 싸움'으로 만들지 못할 때 투쟁이 얼마나 어려워지는지 지적했다. 카라 활동가와 회원들의 노조를 향한 비난과 검열은 조합원들이 이 싸움을 '자기 싸움'으로 만들지 못하게 만든다.

각자 자신을 '투쟁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여기는 경우를 '방관'으로 봤고, 조합원 개개인이 결의하지 않으면 투쟁하기 어렵다는 걸 B는 강조했다. 싸우는 게 좋아서 싸우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남이 해주는 싸움'은 싸움이 되지 않는다. 자기 싸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자로서의 '계급적 각성'과 인간으로서 '자존심'이 필요하다.

다른 동물권 단체에서도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했다가 실패한 것을 B는 '사고가 난 다음 감당이 안 되니까' 노조를 만들어 대응한 것으로 해석했다. '사고'가 터지기 전에 활동가들의 노동자성을 '각성'했다면 그래서 동료들과 노동자로서 존엄을 함께 지키고 싸웠다면 어땠을까. 또 동물을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싸움의 동료로 여겼다면 어땠을까.

사고를 해결해 보려고 만들어진 노동조합은 조직 안에서 힘을 잘 쓰지 못했다. 대표는 권력자가 됐고, 그에게 권력을 준 사람들이 동료 활동가였고 후원회원이었으며 과거의 자신이었다. 노동조합 경험이 없는 활동가들은 노동조합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했고, 활동가가 노동자냐는 물음에 스스로도 답하지 못했다. 매일 동물들을 돌봐야 하는 일이 최우선이었기에 다른 것은 자꾸만 뒤로 밀려났다.

B는 카라노조의 투쟁이 잘 됐으면 한다. 이 계기로 다른 동물권 단체에도 노동조합이 생기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간 노동조합은 비영리단체에서 단체 설립 목적에 반하는, 조직 내 이기적인 집단인 것처럼 왜곡돼 왔다. 종교기관에서는 '신을 위해 존재하는 곳에 웬 노동조합?'이라는 비아냥을 들었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 운동을 하는 곳에서는 '봉사해야 할 곳에 제 배만 불리려는 집단'으로 '매도'됐다. 노동조합을 왜곡하고 매도하는 이유와 사정은 단체마다 다르지만, 결론은 하나다. 노동조합은 필요하지만 우리 단체 만은 예외라는 것. 이런 사정에 시민단체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 갈등이 더 극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가 있는 곳에는 노동조합이 있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럽다는 인식이 동물권 단체들도 인정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카라노조 투쟁의 승리로 한국 동물권 운동단체의 미래를 보여주기 바랄 뿐이다. 노동의 권리를 얘기할 수 있는 단체라야 지옥 같은 동물의 현실을 바꿀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