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이 외친 구호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 공무지회 조합원 결의대회였다. 사실 좀 충격을 받았다. 부산교통공사에서 일한다면 최소한 저임금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보기 좋게 깨졌다. 15년을 일해도 세후 220~230만 원,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급여를 받는 노동자들이 부산지하철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부산지하철노조가 시청광장에서 농성을 시작한 10월 13일 천막에서 부산지하철노조의 김성진 차량공무지회장(50)과 김우진 기술공무지회장(47)을 만났다. 두 명 다 지난 8일 집회에서 삭발했다.
과거 정규직이 하던 차량 중정비
김성진 차량공무지회장은 차량중정비를 한다. 지하철 차량은 4년에 한 번씩 전체 분해해서 점검하고,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 발견되면 수리하거나 부품을 교환한다. 한 차량을 전체 정비하는 데 꼬박 21일이 걸린다.
김성진 지회장은 "점검부터 수리까지 우리가 다 한다"며 "숙련도가 있으면 아무래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진 지회장은 "신차가 들어오면서 차량 구조가 복잡해지다 보니 노동강도는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 김성진 지회장에 따르면, 워낙 저임금이다 보니 신입직원에게 2~3년 동안 일을 가르쳐 놓아도 그만두는 것이 반복된다고 한다. 숙련된 노동자가 빠져나가는 만큼, 시민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부산지하철에서 차량 중정비는 2005년 상반기까지는 정규직이 하던 일이었다. 그러나 이후 용역업체의 업무로 바뀌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2020년 1월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바뀌었다. 당시 부산지하철 기간제 노동자가 290여만 원을 받아서 공무직(무기계약직)이 되면 그보다 처우가 나아질 것을 기대했다고 한다.
공무직 전환 이후 6년 넘게 지났다. 김성진 지회장은 "고용이 안정된 것 말고는 저임금은 그대로이고 바뀐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고용안정은 노동조건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기 "정부가 부도덕하다"면서 공공부문 기간제, 무기계약직 등에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주는 것을 비판했지만, 노동부 대책은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 최저임금의 118% 이상을 주는 적정임금 정책으로는 부산지하철 공무직 저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김성진 지회장은 "딸이 알바를 해서 한 달 받는 돈이 나보다 많더라"면서 "딸에게도 내 급여가 얼마인지 말을 못 한다"고 털어놨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스크린도어 점검
2005년 부산지하철 3호선 전 역사에 처음 설치된 스크린도어는 점차 1·2호선으로 확대됐다. 차량 중정비가 2005년 상반기에 용역업체 업무로 바뀌었다면, 스크린도어 점검은 시작부터 용역업체의 몫이었다. 수익성을 근간으로 하는 효율성 추구의 결과였다. 정부 정책이 시민 안전을 외주화한 셈이다.
스크린도어 점검을 하는 노동자들도 2020년 1월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이들 역시 한 달에 220~230여만 원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다. 다른 노동조건은 어떨까.
김우진 지회장은 "3조 2교대로 근무한다. 1주일은 주간, 2주일은 야간에 일한다"면서 "주간일 때는 일주일에 하루 쉬고 6일을 일하고, 야간에는 야간근무, 비번을 번갈아 한다"고 밝혔다.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주 6일 근무와 야간 연속 근무에 시달리고 있는 상항이다.
워낙 저임금이다 보니 오래 일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만성 인력부족에 장시간 교대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기술공무직의 4조 2교대 전환을 위해 18명을 증원하고, 업무 확대 등에 대응할 필수안전인력 14명을 추가로 확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차량 중정비는 한 조 4명으로 구성돼 월간 점검을 맡는다. 휴가나 병가, 교육 등으로 실제 점검 인원은 2~3명으로 줄기도 한다. 김성진 지회장은 "많을 때는 장애가 하루에 5건이 뜨기도 한다. 이 경우 정기적인 점검은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인력만큼 시민 안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차량 중정비에 100여 명, 100개 역사의 스크린도어 점검에 70여 명, 그 외 4호선 전기 분야 등을 합치면 부산지하철에 공무직은 총 230여 명이다. 이들 공무직은 노조와 공사가 맺은 단체협약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만큼 노동조건은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부가 부도덕"하다는 말은 부산지하철 공무직을 보면 알 수 있다. "버티는 임금 말고 살 수 있는 임금을 달라"는 구호가 절절하다. 부산지하철노조는 오는 23일 파업을 앞두고 있다. 공무지회 조합원 230명도 공사와 부산시에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공무직 처우개선을 위한 공무직위원회도 곧 열린다. 지방공공기관 공무직 처우개선도 다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비정규직에게도 정규직 임금의 80%를 적용하자는 공정임금을 내걸었다. 결국 공약으로만 끝났지만, 적정하고 공정한 임금이 얼마인지 우리 사회가 다시 고민할 때다. 그 답은 부산시와 정부가 먼저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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