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의 취지와 성과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지역 특산품 등의 답례품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특히 기부금 1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전액 세액공제가 적용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일정 비율의 세액공제한다.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2023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제도 시행 이후 일정 부분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시행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기부금을 확보하며 재정 보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지역 특산품을 중심으로 한 답례품 제공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 및 농가의 판로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개인이 직접 지자체를 선택해 기부한다는 점에서 지역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고향’ 개념의 변화와 제도 인식의 괴리
그러나, 고향사랑기부제는 의미 있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작동 구조를 살펴보면 몇 가지 점에서 재검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먼저, 이 제도가 전제하고 있는 ‘고향’의 개념은 과연 오늘날에도 유효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생활환경과 이동성이 높은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과 특정 지역 간의 정서적 연결은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중심의 주거환경 역시 지역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고향사랑’이라는 표현은 제도의 실질과 다소 괴리가 있다. 실제로는 출생지에 대한 향수보다는 답례품 등을 고려한 개인의 선택에 따라 특정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제도는 ‘고향사랑’이라기보다 ‘지역사랑’ 또는 ‘지역선택형 재정지원’에 더 가까운 개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제도의 명칭과 개념이 현실과 괴리될 경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수용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공짜 기부’ 구조와 국가재원 배분 문제
개인의 부담 없이 국가 예산을 통해 이루어지는 기부가 과연 진정한 의미의 기부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 제도는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한 개인이 출생지 또는 특정 지방자치단체를 선택하여 재정과 지역경제를 지원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이는 중앙정부가 재정 이전을 통해 균형을 맞추는 지방교부세 제도와 달리, 국가 재원의 배분 기능 일부를 개인의 선택에 맡기고 그 수단으로 세액공제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특히 10만원 이하 기부에 대해 전액 세액공제가 적용되는 구조에서는 기부자의 실질적인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 결과 개인의 선택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국가 재원을 통해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재원이 이전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여기에 답례품까지 제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국가 재원을 통해 지역 특산품을 구매하는 공공조달적 성격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기부자는 자신의 부담 없이 특정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세액공제는 본래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여되는 세제상 인센티브다. 이러한 인센티브는 일정 부분 납세자의 자발적 부담을 전제로 작용할 때 그 의미가 유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액 공제 구조를 통해 사실상 개인의 부담 없이 국가 재원이 배분되는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검토의 여지가 있다. 또한 국가 재원의 배분을 개인의 선택에 맡김으로써 재정 배분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자발성 훼손 우려와 운영상의 한계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6조는 기부의 자발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부 강요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으며, 공무원의 권유·독려 행위 역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제도가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설계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기부 실적이 내부 평가 요소로 활용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인을 통한 기부 참여 유도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제도의 취지와 일정 부분 긴장 관계에 놓일 수 있다.
제도 개선 방향과 세제의 원칙
결국 이러한 구조들은 자발적 기부문화를 조성한다는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는 요소들이다.
따라서 현행과 같이 전액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방식보다는 일정 수준의 자기부담을 남기는 구조로의 조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0만원 이하의 기부에 대해서도 일부 비율(예: 50%)만 세액공제를 인정하는 방식은 제도의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조세형평성을 보다 균형 있게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세제는 단순한 재정 확보 수단을 넘어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다. 특히 세액공제는 일정한 정책 목표를 유도하기 위한 대표적인 인센티브 수단이다. 이는 납세자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설계될 때 비로소 헌법상 원칙인 조세평등주의에 부합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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