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비수도권은 여전히 타자의 이윤을 위해 영토를 내어주고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비수도권은 여전히 타자의 이윤을 위해 영토를 내어주고 있다

[기고] '가덕도 신공항'이라 불리는 '축적에 의한 박탈'

국가-자본 동맹의 거대한 '토목적 해법'

오늘날 국토를 뒤흔드는 지역 소멸과 지역 불균등 발전의 이면에는 국가 권력이 대자본의 축적 위기를 유예하기 위해 특정 지역을 자본 투여의 무대로 동원해 온 '지리적 약탈 체제'가 존재한다. 세계적인 경제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가 정립한 '축적에 의한 박탈(Accumulation by Dispossession)'은 자본주의가 내부의 과잉축적 위기(돈 벌 곳을 찾지 못 한 유휴 자본의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국가 재정이나 비수도권의 '주변부' 공간을 초경제적 수단으로 수탈해 자본 증식의 연료로 삼는 과정을 뜻한다. 이러한 국가 권력과 대자본 간 동맹이 바로 우리나라의 '지리적 약탈 체제'를 작동시켜 낸다.

정부 기본계획 기준 약 13조 4900억 원에서 최대 16조 원대 규모의 천문학적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가덕도 신공항은, 수도권의 포화된 토건 자본을 소화하기 위해 동남권 영토를 무대로 감행하는 국가-대자본 카르텔의 대표적인 '공간적 해법(Spatial Fix)'이다. 실제로 이 사업의 핵심인 부지 조성 공사는 수차례 유찰 끝에 대우건설 컨소시엄(HJ중공업, 중흥토건, 동부건설 등 대형·중견 건설사 연합)이 수의계약 형태로 독점하게 되었다. 본래 대표 주간사였던 현대건설마저 무리한 공기 단축과 리스크를 이유로 철수한 자리를 대우건설이 주도권을 쥐며 재편한 결과다. '지방 활성화' 혹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전 국민의 세금이 집적되지만, 정작 노른자위인 설계·시공 공정의 거대한 토건 이윤을 독점하는 것은 서울에 본사를 둔 1군 대기업들과 금융 권력들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수도권 과잉 자본의 이윤율을 보전하기 위해 지방을 일시적인 자본 투여의 소모품으로 활용하고, 그 결실을 다시 수도권(중심부)로 흡수하는 고도의 탈취 기제인 셈이다.

▲ 아미산에서 바라보는 낙동강하구와 가덕도 풍경. ⓒ습지와새들의친구

개항 이후에도 영속화될, 항공 물류의 '지리적 신분제'

주류 경제학자들과 지역 정치권은 가덕도 신공항이 완공되면 비수도권 지역이 독자적인 관문 공항을 갖추어 구조적 소외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선전한다. 그러나 비판적 정치경제학의 공간이론에 의거하면, 진짜 지리적 착취는 건설이 끝난 후 신공항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는 일상적 과정에서 더욱 잔인하고 장기적인 형태로 심화된다. 공항 인프라의 외형적 장착이 끝난 뒤에도, 글로벌 항공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의사 결정권과 부의 흐름은 도린 매시(Doreen Massey)가 간파한 이른바 '공간적 분업(Spatial Division of Labor)'에 의해 여전히 수도권 중심부에 전적으로 종속되기 때문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운영 과정에서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노선, 황금 시간대 슬롯(Slot), 프리미엄 여객 수요를 독점하는 인천국제공항의 '수도권 허브 체제'를 하부에서 보조하는 '지역 하청기지'의 지리적 위계로부터 결코 탈피할 수 없다. 글로벌 항공사들의 노선 배분 권력과 대형 항공사(FSC)의 통제 기능, 항공 파이낸싱 금융업, 물류 포워더 대기업의 '본사' 기능이 모두 서울에 밀집해 있는 한, 가덕도 신공항은 단순한 이착륙용 콘크리트 활주로로 기능하는 데 그친다.

결국 공항 운영 과정에서 파생되는 항공기 조업, 단순 화물 하역, 시설 관리 등 저임금·휘발성 노동 가치만 지역에 남겨질 뿐, 독점 노선 운영권과 마케팅에서 발생하는 핵심 상업 이윤은 영토적 역류를 일으키며 서울의 대기업 금고로 빨려 들어간다. 매시의 이론대로, 가덕도 신공항 인프라의 단순 이식은 지역 균형 발전을 낳는 것이 아니라, 중심부(인천·서울)의 지배력을 정당화·강화하고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들을 여전히 상경 노동자로 유출시키는 '공간적 위계의 영속화'로 귀결된다.

'집적 경제' 환상과 생태적 독점 가치의 영구 박탈

우리나라 국책 연구기관들은 가덕도 신공항이 동남권의 '물류 허브'로서 집적 경제(Agglomeration Economies)의 편익을 낳고 역내 경쟁력을 혁신할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마구 유포한다. 하지만 비판적 정치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 주류 경제학이 강조하는 '물류 효율성'은 자본의 회전 속도를 올려 착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본가 계급의 이윤 논리일 뿐이다. 가덕도 신공항으로 속도를 높인 유통망은 지역경제를 자립시키는 통로가 아니라, 수도권의 대자본과 유통 공룡들이 영남권의 배후 시장과 향토 상권을 더욱 신속하게 침투·잠식하는 역방향의 '빨대'로 작용한다. 비수도권 신공항 인프라를 매개로 지방의 가치가 중심부로 역류하는 이 착취적 방향성은 국가-대자본 카르텔의 하수인인 주류 경제학에 의해 의도적으로 또 철저하게 은폐된다.

더욱 파괴적인 것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구적인 '생태적 박탈'이다. 가덕도 국수봉의 전면 보전 산림을 통째로 깎아내고 바다를 메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조 원대의 남해안 해양 생태계 훼손은 비수도권이 선천적으로 가졌던 고유한 자연환경의 가치, 즉 대안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의 물적·자연적 토대 자체를 자본의 단기적 이윤 증식을 위해 영구히 거세하는 영토적 폭력이다.

토건 신화의 거부와 '기회비용' 중심의 급진적 전환

따라서 가덕도 신공항이 초래할 불균등 발전을 타파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대자본 중심의 토건 신화를 전제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은 바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의 모순이다. 콘크리트로 생태계를 매립하고 수도권 토건 자본의 배를 불려줄 16조 원이나 되는 예산을 비수도권의 '자립적 대안 경제' 체제를 구축하는 데 지출한다면, 지역경제 전반에 미칠 생산적 파급효과와 그로 인한 지역 균형 발전의 가능성은 신공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영리 목적의 토건 투자를 철회한 막대한 국가 재정은 지방의 '내생적 순환 구조'를 만드는 자양분으로 전면 전환되어야 한다. 첫째, 매시가 지적한 대자본 본사 기능의 수도권 독점을 전면 차단하기 위해, 이 예산을 마중물 삼아 대기업 본사 혹은 핵심 의사결정 기능의 비수도권 지역으로의 균등 재배치를 이끌어낼 강력한 법제화와 유인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둘째, 가덕도 신공항 건설비용 전액을 역외로 유출되지 않는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으로 비수도권 지역 주민에게 직접 지급함과 동시에, 지방의 기초적인 삶을 지탱할 지역 공공 의료·교육·교통·돌봄 인프라를 전방위로 확충해야 한다. 이는 일시적인 토목 경기 부양책과 달리, 비수도권 지역 주민의 실질 소득을 높이고 자금이 지역 내에서 회전하도록 만드는 가장 확실한 승수효과의, 지역 균형 발전의 열쇠다. 마지막으로, 외부 자본의 금융 수탈에 저항하고 자립적 내부 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하는 이른바 '지역공공은행'에의 출자 및 지역 사회적금융 지원이 이 예산을 통해 제도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회비용의 전환적 지출'은 단순히 비수도권 낙후 지역을 돕는 시혜적 복지가 아니다. 이는 자본의 효율성이라는 명분 하에 국토를 차별적으로 착취해 온 대자본과 국가의 동맹적 축적전략에 치명적인 균열을 일으키는 정치경제적 저항이다. 신공항이라는 일시적인 공간적 타개책 대신, 그 물적 기반을 사회화하여 지방의 자립적 순환 자산으로 전형(Transformation)해야 한다. 국가-대자본 카르텔의 토건 개발 전략을 전면 거부하고 국토를 계급 착취의 도구로 삼는 축적 체제의 공간적 토대를 흔들지 않는다면, 비수도권 지역은 끊임없이 타자의 이윤을 위해 영토를 내어주는, '박탈의 악순환'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