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부델가두엔 왜 분쟁이 발발했나? 카부델가두 현장을 오래 조사해 왔던 연구원, 주민 권리 활동가, 기자 등 9명에게 물었다. 식민주의, 부패, 민족, 종교, 빈곤 등 다양한 요인 중에서도 빠짐없이 강조된 단어가 있었다. '자원'이다. 한 연구원은 "자원이 저주가 돼 돌아왔다"며 "루비 광산을 먼저 검색해 보라"고 권했다. 가스 개발 현장과 닮은, 루비 광산에서 벌어진 갈등을 먼저 싣는다. 편집자
카부델가두는 모잠비크에서 천연자원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다. 석탄, 금, 흑연, 루비, 철광석, 티타늄, 목재, 천연가스 등 다양한 자원이 몰려 있다. 동시에 가장 가난하다. 2020년 기준, 77%의 가구가 하루 40메티칼(약 960원) 이하로 생활하고, 주민 3분의 2가 하루 세 끼 식사를 다 하지 못한다. 만 5~17세 아동의 절반 이상이 학교에 다닌 적이 없고, 45%가 만성 영양실조 상태다.
루비는 카부델가두의 주요 광물 중 하나다. 특히 남부 몬테푸에즈(Montepuez)구에 광산이 몰려 있다. 루비는 1캐럿(0.2g)당 적게는 약 45만 원(300달러), 많게는 1억 4000만 원(10만 달러) 이상을 호가한다. 이런 루비 광산이 개발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주 빈곤율은 반대로 더 악화했다. 자원이 가장 풍족한 지역이지만, 그곳 주민은 계속 가난해지고 있다.
"2009년 어느 날, 이 땅에서 빛나는 돌 하나가 발견됐다. 서구 세계에서 이건 사치, 매력, 부를 의미하지만, 내 동포들에겐 그 반대다. 죽음, 가난, 살인이다."
모잠비크의 탐사보도기자 에스타치오 발로이(Estacio Valoi)의 말이다. 10년 넘게 카부델가두 내 자원 채굴 현장을 취재해 온 그는 2015년 루비 광산 영세 광부들의 억울한 죽음을 보도해 문제를 세계적으로 알렸다. 그로부터 모잠비크의 "피로 물든 루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땅엔 무슨 일이 벌어졌나
2015년 어느 날, 발로이 씨는 이름 없는 무덤들 앞에 섰다. 그해 4월 몬테푸에즈 나만훔비르(Namanhumbir) 광산에서 사망한 두 명의 청년 영세 광부였다. 한 명은 고작 만 18세였다. 동료 광부들은 "정부 경찰 소속 FIR(신속개입부대)가 총을 쐈다"고 유족에게 밝혔다.
영세 광부들이 광산을 지키는 경찰, 민간 보안요원으로부터 총을 맞거나 구타당한다는 목격담은 개발 초기부터 마을에 돌았다. 발로이 씨는 다리에 총상 구멍이 남아 있는 영세 광부들, 사촌이 갱도에 파묻혀 죽어버린 '생매장' 목격자를 만났다. 압둘이란 영세 광부는 "3~4m 파 내려 간 구덩이에서 광부 셋이 함께 일하다가 나와 한 동료가 루비를 숨기러 잠시 나왔다가 돌아가는 사이, 불도저가 그 구멍을 메우는 것을 봤다"며 "2015년 8월이었다. 같이 일하던 내 사촌은 구덩이 안에 있었다"고 밝혔다.
영세 광부들은 '불법 광부'라 불린다. 2011년경 한 기업에 독점 채굴권이 부여되면서 불법화됐다. 그런데 광부들은 이 시스템이 있기 전부터 존재했다. 원석, 목재 등 자원을 캐고 파는 일은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왔고, 가난한 가구의 생존 수단이기도 했다. 2009년경 루비 광산을 처음 발견한 이도 이 지역 농부였다. 루비가 있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탄자니아, 소말리아, 콩고 등 주변 나라의 이민자들도 들어왔고 영세 광부는 많이 늘어났다. 이를 중심으로 거래상, 식당, 숙소, 운송 등의 상권도 형성됐다.
그런데 루비가 발견된 지 6개월여 후, 음위리티(Mwiriti)라는 회사가 나타나 정부로부터 이 지역 탐사권을 받았고, 2년 후엔 2036년까지 25년 간의 독점 채굴권을 부여받았다. 면적은 340㎢에 달했다. 음위리티는 자본력, 기술력을 가진 영국 회사 젬필즈(Gemfields)와 각각 지분 25%, 75%로 'Montepuez Ruby Mining(MRM)'이란 회사를 설립해 루비 채굴을 시작했다. 음위리티 이사회 의장은 모잠비크 초대 대통령의 아들이다. 회사의 전무 이사는 과거 프렐리모(현재 집권당) 게릴라 사령관의 아들이었다. 즉, 집권당 유력 인사들이 개입된 회사다.
영세 광부들은 채굴을 멈추지 않았다. MRM 측은 이들의 불법 채굴을 막기 위해 민간 보안 업체 요원을 두는 등 경비 태세를 강화했고, 경찰과 특수부대 FIR 등도 광산을 보호하면서 가혹행위와 살상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나카타나스(Nakatanas)'는 이 과정에서 등장했다. '마체테를 든 남자들'이란 뜻으로, 총과 몽둥이, 마체테를 든 남성들을 칭했다. 마체테는 정글도 같은 큰 칼이다. 광부들은 "사복을 입고 MRM 구역에서 활동하며 몽둥이와 마체테를 휘두르며 돌진해 광부를 때린다"면서 "백인을 위해 일한다"고 묘사했다.
2017년 7월, 이들이 광부들을 고문하고 구타하는 영상이 SNS상에 폭로되며 도마 위에 올랐다. 어린 광부들이 나무에 묶여 울면서 몸을 이리저리 피하며 맨몸에 매를 맞는 모습, 총으로 위협하는 남성들 앞에서 단체로 고문받는 모습 등은 아직 X, 페이스북 등에 영상으로 남아 있다. 발로이 씨는 "고문을 당해 왼팔이 심하게 부러져 지금도 힘을 못 쓴다"거나 "무릎 관절을 가격해 일을 못 하게 만들었다"고 증언하는 광부들을 만났다.
MRM의 모회사 젬필즈는 당시 "MRM이나 그 계약자 중 누구라도 '나카타나스'라고 불리는 비공식 보안 부대를 후원한다는 주장은 거짓일 뿐 아니라, 터무니없고 모욕적"이라며 "젬필즈는 어떠한 폭력 행위도 승인하거나 용인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발로이 씨는 이들이 MRM 소유 사택에서 지내거나, 광산 지역에서 청소 등의 일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모든 걸 빼앗긴다
"주민은 원래 그 마을에서 살았고, 대부분이 농사를 합니다. 집이나 농사에 쓰려고 건축용 목재나 대나무 등을 구하러 산에 갔을 뿐인데, 구역을 침입했다는 이유로 불법 광부로 몰려 구타당하고 살해되고 감옥에 갇힙니다. 단지 거기 있었다는 이유로 도둑이 됩니다. 어떻게 자기 땅에서 살아가려는 사람을 도둑이라 할 수 있습니까?"
발로이 씨는 광산 구역은 "군사화가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대로 이 숲에 의존해 살았던 이도, 루비 광산을 발견한 이도 주민인데 이젠 모두 불법 광업의 용의자가 돼 불안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또한 생계 수단을 더 빼앗겨 가난도 심화했다고 했다.
강제 이주와 부족한 보상은 또 다른 문제다. 광산 개발 지역엔 주민들이 대대로 살아온 7개 마을이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2017년경까지 강제 이주와 통행금지, 경찰의 고문, 방화 등의 피해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광산 지역을 정리하기 위해 FIR 요원들이 마을의 300채 집을 태우고 주민을 구타했다'거나 '동의도 없이 중장비를 동원해 집을 부수러 왔다', '불시에 소지품 검사를 당하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이동도 못하며 농사를 지을 수도 없다' 등의 주장이었다.
주민 273명은 2018년, 영국 법률 회사를 통해 젬필즈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영국 법원에 제기했다. 이들은 광산 경비 인력들의 구타, 살해, 방화, 성폭행과 MRM 측의 불법 토지 점유 등의 혐의를 주장했다. 이는 2019년 1월 젬필즈의 배상 합의로 마무리됐다. 젬필즈는 혐의는 인정하지 않으나 총 83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해 젬필즈는 모잠비크 루비 경매에서 1억 2100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
이후 한 마을만 강제 이주 대상이 됐고, 재정착 마을에 대한 투자와 구체적인 계획도 약속됐다. 2020년 12월 105가구가 재정착 마을에 이주했다. 젬필즈는 "전력과 상수도, 초등학교, 시장, 교회, 모스크, 공공건물, 각 가구에 할당된 농지, 그리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원까지 갖추고 있다"며 "지역사회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직업훈련센터도 성공적으로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로이 씨는 "기업이 탐사 영역을 확장할 때마다 주민들이 이주지로 옮겨야 하는데, 이주 단지는 가족이 제대로 살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며 "가족이 9명인 가장에게 방 3개짜리 집을 주는 식인데, 사람들이 어디서 잘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일부 마을에서도 '농업, 수렵, 댐 인근 어업 등을 못 하게 됐는데 이에 반해 보상이 부족하다'거나 '밭의 면적과 수에 상관없이 일괄 금액을 받았다'는 억울함이 터져 나왔다.
루비는 비싸게, 주민은 가난하게
광산 개발이 본격화한 2011년부터 지금까지 나만훔비르 광산에서 몇 명이 죽었고, 얼마나 다쳤는진 아무도 모른다. 공식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구타와 사망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2024~2025년 발로이 씨가 확인한 사례는 사망 5건, 부상 3건으로 총 10명의 주민이 죽거나 다쳤다. 6건이 총격 사건이다.
영세 광부의 노동 환경은 위험천만하다. 땅을 파고 갱도를 만드는 과정 모두 곡괭이 등만 이용한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기계나 보호장치는 대부분 없다. 장갑, 마스크조차 거의 없다. 보통 6~12미터 깊이 구덩이를 파 내려간 후, 광맥을 살피기 위해 수평으로 갱도를 만든다. 터널 폭은 매우 좁고, 붕괴와 산사태가 빈번하다. 광부가 사태 속에 갇혀도 이들을 구조할 장비는 없다. 더구나 불법광산 지역은 생산성이 낮은 지역이 많다. 현장에선 "승산 없는 도박"이자 "영혼을 파괴하는 작업"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럼에도 영세 광부가 되는 이유는 "다른 일자리를 결코 구할 수 없어서"다. 일부 영세 광부들은 총격, 구타 등에 대한 공포심에 인근 석류석(Garnet) 광산으로 옮겨 갔다. 이곳은 광산 지역보다 광물이 훨씬 적고, 루비만큼 가치 있는 원석은 더 드물다. 그러다 다시 광산 지역에 들어가 적발되면 최고 5년까지 징역살이를 한다. 광부는 대부분 청년 남성 가장이다. 가족의 가난은 심화된다.
주민들이 느끼는 빈곤과 배제가 심해지는 과정에서, 모잠비크 정부는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불법 광부 대규모 추방 작전을 벌였다. 6000명가량의 광부가 체포됐다. 이 중 외국인으로 분류된 70%가량이 추방됐고, 나머지는 교도소에 갇혔다. 루비 채굴을 둘러싸고 형성된 비공식 경제 규모는 최대 1만 명으로 추정됐다. 이들의 소득 수준도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7개월 후, 카부델가두 한 해안 마을에서 반군의 반란 사태가 시작됐다. 무장 세력은 경찰서들을 습격했고, 죄수를 석방했다. 반군의 대부분은 청년들이었다.
MRM은 루비 경매를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2억 달러(1조 7310억 8400만 원)의 누적 경매 매출을 올렸다. 경매 한 회당 666억 원 정도다. 2024년 6월 경매를 보면, 총 9만 7112캐럿을 6870만 달러(990억 원)에 팔았다. 모잠비크는 전 세계 루비 공급량의 50% 정도를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MRM은 사회적 책임에 대해 "루비 매출의 최소 1%를 지역의 사회·환경 프로젝트에 사용한다는 약속을 이행 중"이라며 "총수입의 25퍼센트 이상이 정부에 생산세와 로열티로 지급되고 있다"고 언론에 밝혀 왔다. 지역 행정당국은 광산 생산세를 거둬 학교 및 병원 건설, 농업 프로젝트 자금 지원, 물 공급원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수의 출처와 세출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여전히 주민들의 의심을 사고 있다.
발로이 씨는 "주민들이 직접 루비를 채굴하고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 인정될 때까지 문제(분쟁)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이것이 상황을 완화할 수 있다. 왜냐하면 루비를 발견한 건 기업이 아니라 바로 그 주민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구급차 몇 대나 소규모 양계장 지원 같은 활동을 할 게 아니라, 주민을 교육하고 이것이 일자리로도 이어지는 교육과 고용 등의 구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엘도라도라 불린 광산 지역을 "엘 도브라도(El Dobrado)"라 비꼬아 부른다. 신화 속 황금 도시 엘도라도(El Dorado)에 b자만 더해 만든 '접히고 휘어진 땅'이란 단어다. 골드러시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전쟁터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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