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한 8일자 조간신문 보도는 비판적 논조가 대다수였다. 진보·보수 등 보도 성향을 막론하고 9개 조간 중앙일간지 중 6개 신문이 1면 머리기사와 사설을 통해 비판적으로 다뤘다. 부분적이나마 긍정적 평가를 한 신문은 <조선일보> 한 곳, 중립적으로 다룬 곳은 <서울신문>, <국민일보> 두 곳이었다.
<조선>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저와 아내 처신 올바르지 못해 사과드린다', 2면은 '처음으로 허리 굽혀 사과… "죄송" "불찰" 12차례 몸 낮춘 尹'이었다. 다른 신문들에 비해 윤 대통령 사과의 의미를 강조했다.
신문은 '윤 대통령 크게 바꿔 크게 얻기를 바란다' 제하 사설에서 "회견에 대한 여론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하는지 밝히지 않은 채 두루뭉술 넘어갔고, 각종 의혹도 대부분 부인했다"면서도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각종 잘못을 인정하고 수차례 사과했다. 2시간 20분 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끝까지 답하면서 소통하려는 노력도 보였다", "쇄신 인사도 약속했다"고 평가했다.
<조선>과 함께 이른바 '조중동'으로 묶이는 <중앙일보>·<동아일보> 논조는 그러나 사뭇 달랐다.
<중앙>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윤 대통령 "어찌됐든" 사과…여당 내서도 "쇄신 없었다"'였고, 3면 머리(톱)는 '대통령은 사과했지만, 국민은 사과받지 못했다'는 제목의 현장기자 칼럼이었다.
<중앙>은 ''어쨌든 사과한다'만 기억나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 제하 사설에서 "어제 회견은 지지율 19%로 하락한 현 정부가 소생할 수 있는 천금의 기회"였으나 "결국 허전하고 실망스러운 회견이었다"고 혹평했다. 신문은 "대통령 특유의 소탈함은 넘쳤지만 현 상황에 대한 절박함과 심각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응급수술이 필요한데 달랑 소화제 하나 처방받은 느낌"이라며 "대부분의 사안을 자기중심적으로 해명하며 자기합리화를 하다 보니 민심과는 공감의 차이가 확연했다"고 꼬집었다.
<동아> 1면 머리기사는 ''김건희 의혹' 부인한 尹, 특검 거부'였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 회견 관련 사설을 이날자 지면에 2개나 실었다. '"어찌됐든 사과" "육(영수)여사도"… 어리둥절했던 140분 회견', '표류하는 ‘4대 개혁’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라는 제목들이었다.
<동아>는 "윤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며 시작했지만 140분 회견 동안 기존 인식과 태도에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변호인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부인의 억울함과 공로를 전하기에 급급한 답변", "무엇을 잘못했다는 건지, 한데 왜 사과한 것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신문은 "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시종 김 여사(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감쌌다"며 "윤 대통령은 심지어 김 여사가 이번 회견 때 사과를 제대로 하라고 했다고도 했다. 남편이 대국민 사과까지 하게 한 원인 제공자의 조언을 전하며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새삼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진보·중도성향 신문 지면은 비판으로 뒤덮이다시피 했다. 사설 2건을 이 사안에 할애한 신문도 3곳이나 됐다(동아·한겨레·한국). 다음은 8일자 조간 중 윤 대통령 회견을 비판적으로 다룬 신문들의 1면 머리기사 및 사설 제목.
경향신문 : 두루뭉술 사과, 고개만 숙였다(1면톱) / 특검 제도마저 부인한 윤 대통령, ‘마지막 기회’ 걷어찼다(사설)
한겨레 : 윤 “어찌 됐든 사과드린다” 140분 맹탕 회견(1면톱) /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 이젠 더 이상 기대가 없다(사설), ‘김건희 특검법’이 정치선동이라는 윤 대통령(사설)
한국일보 : 아내 두둔하다 끝난 尹 기자회견... 고개 숙였지만 의혹은 여전(1면톱) / 김 여사 두둔에 힘 실린 회견...우려 키웠다(사설), '특검’이 위헌이고 정치 선동일 뿐이라는 대통령 인식(사설)
세계일보 : 윤석열 대통령 “아내 처신은 잘못… 특검은 정치선동” (1면톱) /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 대통령 회견(사설)
<경향> 사설은 "생중계로 지켜본 다수 국민을 절망케 하는 회견이었다"며 "현직 대통령이 특검 제도 자체를 부정한 건 법치 부정이다. 특검 필요성이 대두된 건 이런 검찰을 믿지 못해서이고, 그 가장 큰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걸 모르는가"고 질타했다. 이어 "다수 국민은 윤 대통령이 특검 수용 등 입장을 밝히며 국정 쇄신과 민심 회복의 첫 단추를 끼우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 기회마저 걷어찼다"며 "국민과 싸우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그 정치적 후폭풍에 대한 모든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자신의 억울함 토로와 자화자찬으로 140분을 채운 윤 대통령에게 더 이상 어떠한 기대도 걸 수 없게 됐다", "죄송하다면서도 뭘 사과하느냐는 물음에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본인도 모르는 것이다. 뭘 잘못했는지. 그렇게 사과하라고 하니 일단 ‘사과는 해드릴게’라는 투다", "부끄럽지도 않나. 리더가 이렇게 비겁할 수도 있다는 것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내내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해왔는지 강조했다. '당선인이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것 처음 봤다', '이런 (소통 잘하는) 대통령 처음 봤다'는 발언도 소개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전혀 다른 의미로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고 할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중도 지향을 표방하는 <한국일보> 사설조차 "민심을 달랠 특단의 처방은 나오지 않았다. 국민 앞에 고개는 숙였지만 정작 실제 답변에선 김건희 여사를 적극 두둔해 대국민 사과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만 또 한 번 확인됐다는 반응이 나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 여론지형이 더욱 심각해질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은 "지금은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겠다'며 인정에 호소할 정도로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10%대 지지율은 국정을 떠받칠 동력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회견은 절박함은커녕 '잘하고 있는데 알아주지 않는다'는 호소처럼 느껴졌다. 문제 인식과 처방 모두에서 '국민 눈높이'에 크게 미흡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번 회견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세계일보>도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며 "정치 지도자의 사과가 국민 마음을 움직이려면 구체적이어야 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오죽하면 현장에서 사과가 ‘두루뭉술하다’는 출입기자의 지적이 나왔겠는가"고 지적했다. <세계>는 "어제 회견은 윤 정부의 명운을 좌우할 중대 분기점이었다. 파격적인 쇄신 조치들이 나왔어야 했는데,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국정농단 의혹도 제대로 해명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번 회견으로 국민 마음을 움직여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반면 아래는 상대적으로 비판적 논조가 적은, 중립적 보도를 한 신문들이다.
서울신문 : 尹 “아내 처신 신중하지 못해… 제 불찰”(1면톱) / 尹 “저의 불찰”… 체감할 후속 조치 최대한 서둘러야(사설)
국민일보 : 아내 처신 머리 숙이고 의혹 앞엔 고개 저었다(1면톱) / 尹 사과했으나 의혹 해소는 미흡… 쇄신 약속 꼭 실천해야(사설)
"윤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공개석상에 나와 직접 사과하고 김 여사 활동 제한을 약속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원고를 읽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사과의 뜻을 표한 것도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앞으로 민심을 더욱 잘 살피고, 대통령 부부의 처신에도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 그동안 국민들이 요구해온 국정 전환 및 인적 쇄신 의지를 밝힌 점도 평가할 만하다. (…) 다만 많은 국민들은 시간 제한이 없었던 이번 회견에서 김 여사의 공천·인사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관련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를 상세히 듣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선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측면이 있었다." (<국민일보> 사설)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이제라도 대국민 사과를 실행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 대통령의 입장을 십분 헤아리더라도 포용력을 보여야 하는 국정 최고지도자의 모습을 기대한 국민 귀에는 부족하게 들렸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사과에도 국민은 후속 조치가 얼마나 더 과감하고 신속하게 전개되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들을 하루라도 서둘러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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