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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대안' 이주사회,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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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대안' 이주사회,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사회보장제도로 본 이주노동

출생률과 관련된 뉴스는 그 때 그 때 따라잡지 못하면 금세 뒤쳐진다. 워낙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계출생률이 OECD 최초로 1명 미만으로 내려갔다는 뉴스를 본 지 불과 몇 해만인 지난 2022년에 0.78이라는 놀라운 숫자가 찍혔다. 올해 2월에는 출생아 수가 2월 기준 사상 최초로 2만 명 밑으로 내려갔다. 이렇게 몇 십 년이 더 지나고 나면 우리나라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현실이다.

저출생이라는 현상이 가져오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생산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크다. 생명의 탄생에 관한 문제에서 '생산'을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은 천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우리가 당장 직면하게 되는 문제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현 정부가 '3대 개혁'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연금개혁이나 '문재인 케어 지우기'로 시끄러운 건강보험 보장성 약화도 생산인구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저출생 예산으로 380조가 쓰였다는 이야기에는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어쨌든 많은 예산을 들여 출생률을 반전시키고자 하는 것도 결국 생산 인구에 대한 고려 때문이다.

ⓒ연합뉴스

생산 인구 부족과 이주 노동

출생률은 우리 사회 구성원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살만하다고 여기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따라서 출생률의 반전은 굳이 생산인구가 아니라도 중요하다. 사실 생산 인구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이제 와서 출생률이 반전된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당장 내일부터 출생률이 급격히 반전된 여지가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설사 그런 기적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 출생률이 생산인구가 되려면 20여 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 생산 인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주어진 생산 연령 인구 안에서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것이다. 2021년 현재 우리나라의 15~6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69%로 OECD 평균(72%)보다 낮다. 남성이 78%로 OECD 평균(80%)과의 차이가 2%p인 반면, 여성은 60%로 OECD 평균(65%)과의 차이가 좀 더 크다. 이 숫자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지만, 생각만큼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큰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를 더 높이는 것 역시 대안이 되기는 힘들다.

국내적 해결이 어렵다면 현실적으로 남은 가능성은 이주노동뿐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우리나라 생산현장이 훨씬 더 많은 이주노동자에게 의존하는 상황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사실 이미 중소 제조업 현장이나, 농·어업 현장은 이주노동자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이주노동이 우리의 오늘이자 내일인 까닭이다. 우리 사회의 정주민들은 점점 더 많은 이주민과 함께 어울려 살 준비를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제도 곳곳을 살펴봐야 한다.

이주노동과 사회보장

사회보험을 비롯한 사회보장제도는 산업화 이후 일 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제도로 발전해왔다. 오늘날 노동시장의 구조변화 속에서 전통적 사회보험이 위기에 있다는 논의가 제기되지만, 그렇다고 사회보험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사회보험은 복지국가의 중추이며,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발맞춰 조정하고 발전시켜야 할 제도다. 고용형태 변화에 대응하여 고용보험의 적용범위를 확장하고자 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이 그 예이다.

이주노동이라는 변화는 사회보험에 또 다른 적응을 요구한다. '국민'이라는 경계가 아니라 우리의 생산현장에서 '일 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이주노동이 오늘의 현실이자 결정된 미래라는 점은 단지 헐값의 노동력을 사와서 일을 하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서 일 하는 모든 사람은 민족과 국적을 넘어 존엄한(decent) 노동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보험은 그 존엄한 노동을 위해 필요한 장치 중 하나다.

그러나 이주노동에 대한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 현실은 그리 관대하지 않다. 지난 2021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50%에 미치지 못하며,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도 63%에 머물렀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이들이 고용보험 임의적용 대상이라는 점이 가장 크다. 가입한 적 있는 이들 중 실제로 구직급여를 수급한 경험은 13.5%에 불과했다. 아마도 이주노동자의 필요가 가장 클 제도 중 하나인 산재보험에 가입했다고 응답한 이들로 47%에 불과했다.

건강보험의 경우 이주노동자의 상당수가 지역가입자 형태로 가입하고 있다. 이는 특히 농·어업 분야에서 두드러지는데 건강보험의 부과체계 특성상 직장가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를 부담한다. 이주노동자의 지역가입자 보험료는 전체 지역가입자의 평균을 기준으로 부과되는데 농·어업 부문 이주노동자는 최저임금 수준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보험료 부담이 매우 클 것이다. 일부의 인식과 달리 우리나라는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연간 5천억 원에 이르는데 이는 건강보험이 이주민에 대해 배타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국민연금은 논외로 하더라도 고용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사회보험제도가 이주노동자를 제대로 통합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밖에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출국만기보험, 임금체불보증보험, 귀국비용보험, 상해보험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 제도들의 가입률 역시 40%(임금체불보증보험)에서 61%(출국만기보험)에 불과하다. 사업주에게 가입책임이 있는 임금체불보험의 가입률이 가장 낮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일터가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에게 우호적인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정주민과 이주민의 연대를 향하여

사회보험은 20세기 복지국가가 구성한 사회적 연대를 상징하는 제도다. 그러나 복지를 통한 '연대'는 그 연대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많은 유럽 복지국가에서 극우 정당이 복지의 삭감이 아니라 복지의 범위를 내국인으로 좁히는 '복지 쇼비니즘' 전략을 내세우는 모습이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속에서 지급된 '전 국민 재난 지원금은'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세금을 납부해온 이주민들을 배제해 논란이 일었다. 우리나라 사회정책 역사에서 손꼽히는 '보편주의적' 제도가 동시에 배타성의 상징이 된 것이다. 연대는 그 연대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인류애가 될 수도 있지만 배제가 될 수도 있다.

이주는 그 자체로 어려운 선택이다.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는 이주노동에 관한 연구들을 정리하면서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일자리 기회가 예상되더라도 사람들은 쉽사리 이주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자신에게 익숙한 가족과 공동체를 떠나는 것 자체가 큰 비용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가 이주민에게 충분히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지 않다면 이주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 소득이 낮은 국가에서 왔으니 최저임금조차 적용하지 않는 일자리를 만들어도 기꺼이 일할 것이라는 식의 사고로는 이주사회를 준비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렇기에 사회보장을 통한 연대의 범위를 더욱 넓혀가야 한다. 이는 한 편으로 민족과 국적을 넘어선 보편적 사회권을 보장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 인구절벽 시대에 대응하는 현실적 방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이야 애초에 정주민에게도 관대하지 않은 제도가 아니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회보장을 통한 연대의 확장은 더욱 긴요한 일이 된다. 사회보장을 함께 강화해 감으로써 정주민 대 이주민의 구분을 넘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들 사이의 연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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