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만들 수 있다. 기존 플라스틱보다 단단하고 친환경적인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심지어는 비행기를 만들 수 있다. 방음 효과가 우수하고 단열성이 아주 좋은 건축자재를 만들 수 있다. 면화보다 훨씬 친환경적으로 재배 가능하다. 줄기를 벗기면 보온, 방청 효과가 강한 섬유를 뽑아낼 수 있다. 그 씨앗은 슈퍼 푸드로 통한다. 기름은 소아 뇌전증 치료에 탁월한 효력을 발휘한다. 많은 이들이 '신이 인류에게 주신 선물'로 이 식물을 찬양한다. 이 식물은 대마(大麻)다.
응? 그 대마 맞다. 마리화나(marijuana), 간자(ganza), 방(bang), 위드(weed), 도프(dope), 팟(pot), 메리제인(mary jane) 등의 은어로 전 세계에서 통하는 대마초를 만들어내는 식물. 대마다.
대마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식물이다. '대마는 위험한 마약'이라는 기존 선입견을 벗고, 과학적 판단 하에 대마를 비범죄화 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많은 나라가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다. 우루과이와 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아예 오락용 대마초도 합법화했다. 대마 산업을 키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나가는 국가들도 많다. 대마초를 소지하기만 해도 최대 사형에 처하는 엄격한 법 집행을 하는 중국은 세계 최대의 대마 섬유 생산국이다. 세계 대마섬유의 절반을 중국이 공급한다. 치료약, 음식으로의 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선입관을 벗고 대마를 다시 볼 때다. 지난달 28일 한국대마산업협회의 노중균 회장을 만났다. 노 회장이 운영하는 대마 식품회사인 제이헴프코리아가 소재한 곳이자 헴프 규제자유특구가 자리한 경북 안동시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 회장은 연세대 교수 출신의 대마 농부다. 대마의 미래를 내다보고 강단을 뛰쳐나와 12년째 대마 농사를 짓고 있다. 한국대마산업협회를 만들었고, 대마를 이용한 대마 섬유, 대마 건축자재 등도 선보였다. 지금도 매일 같이 전 세계에서 나오는 대마 관련 연구 결과를 직접 찾고, 이를 협회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1년에 한 번가량 대마 농사에 관심 있는 이들을 직접 교육하기도 한다.
대마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맞다. 대마 재배자 허가를 받으면 한국 어디서나 자유롭게 대마를 재배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안동시의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안에서는 입주기업에 한해 의료 목적으로 대마를 재배할 수 있다.
노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두 편에 나눠 소개한다.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많은 이들이 이제 대마와 대마초를 구분하고, 대마초에 관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접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은 아직 '대마' 자체를 두려워한다. 특히 최근 연예인 마약 뉴스가 미디어를 장식하면서 마약을 향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이 커졌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대마를 다른 마약과 구분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마와 대마초에 관한 전반적인 기본 설명과 대마 산업화 가능성의 모색이 한 편, 대마의 효과와 비범죄화에 관한 전망이 다른 한 편에 연재된다.
취하는 그 이름, 대마
대마의 우리말은 삼이다. 삼베옷이라는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조상은 오래 전부터 대마를 재배했다. 영어로는 헴프(hemp)로 불린다. 도취 목적의 대마초와 산업적 용도의 대마를 구분하기 위해 대체로 '헴프'는 산업적 목적의, 도취 성분이 없는 대마를 의미할 때 사용된다. 학명은 칸나비스(Cannabis)다. 도취 목적으로 대마의 꽃, 잎 등을 말아 만든 흡연용 기호제품이 우리가 흔히 아는 대마초, 곧 마리화나다. 이하 산업적 목적의 대마는 '헴프'로, 도취 목적의 대마는 '마리화나'로 각각 나눠 칭한다.
대마의 형제들이 있다. 노 회장의 설명을 옮긴다.
"아마, 대마, 황마, 저마 등 크게 네 가지가 있어요. 아마(亞麻)로는 린넨(linen) 섬유를 뽑을 수 있어요. 아마 씨는 식용으로 팔리고요. 저마(豬麻)는 모시예요. 과거 조상들은 모시옷을 많이 입었지만 요즘은 별로 입지 않죠. 모시잎은 송편을 만들 때 쓰지요. 황마(黃麻)로는 주트(jute) 섬유를 뽑아요. 우리 등산할 때 보면 등산로에 미끄럼 방지용으로 엮어놓은 매트 있죠? 황마로 그걸 만들 수 있어요. 주로 열대/아열대 지방에서 잘 자라요. 인장 강도가 대마보다 약하고 섬유가 거칠어서 밧줄 등으로 쓰이고, 의류용으로는 잘 쓰이지 않아요."
대마는 크게 3개종으로 나뉜다. 중앙아시아 원산지인 사티바(Sativa), 인도에서 유래한 인디카(Indica), 그리고 러시아에서 시작되어 육종용으로 재배되는 루데랄리스(Ruderalis)가 있다. 사티바 종은 주로 이용자에게 하이(high)한 상태, 곧 고취 상태를 준다고 한다. 고취 상태가 일정 정도를 넘어간 사람을 두고는 '취했다(stoned)'고 칭한다. 록음악의 하위 장르 중에는 이 같은 느낌의 곡을 통칭하는 '스토너 록(Stoner Rock)'이 있다. 반대로 인디카 종은 진정 효과를 준다고 한다. 노 회장은 이제 이런 순수 품종을 찾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때 전 세계 품종의 95퍼센트가 사티바 종이었어요. 여러 나라에서 대마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섬유용으로 많은 나라가 사티바를 선택해 재배했기 때문이에요. 요즘은 대마초가 세계적으로 비범죄화함에 따라 품종 개량이 일어나 이런 구분법은 무의미합니다. 순수한 사티바, 순수한 인디카를 찾기는 어려워요. 다만 국내 재래종은 거의 순수 사티바로 보시면 됩니다."
국내서도 헴프종 대마 재배 활발
대마에는 140여 가지의 화학 물질, 곧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가 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물질이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etrahydrocannabinol, THC)과 칸나비디올(Cannabidiol, CBD)이다. THC는 인체에 수용 시 도취, 고양감 등을 주는 환각물질이다. 대마를 마약류로 칭하게 만드는 주범인 셈이다.
CBD에는 환각 성분이 없다. CBD는 대마에서 아주 중요한 의료적 효능을 지닌 물질이다. 지난해 기준 세계의 CBD 시장 규모는 한화로 약 24조 원대로 추정된다.
"칸나비노이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THC와 CBD입니다. 이들 두 가지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CBD입니다. CBD가 뇌전증, 다발성경화증,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 병 등과 같은 난치성 질환 치료에 탁월한 능력을 보입니다. THC와 CBD는 서로 길항(拮抗)작용을 합니다. 즉, THC가 높은 대마 품종에서는 CBD가 적게 추출되고, THC가 낮은 대마 품종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옵니다."
국내에서는 크게 두 종의 대마가 재배된다. 청삼종과 재래종이다. 청삼종은 THC 비율이 낮은 네덜란드종인 IH3와 국내 재래종을 교잡하여 육종한 품종이다. 한국농업진흥청이 개량했다. 환각성분이 없는 헴프종이다. 산업용으로 국내 어디에서나 재배가 가능하다. 지난 2020년 7월 안동에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가 들어오면서 국내에서도 대마의 산업화가 시작됐다. 이곳에서 주로 재배하는 건 국내산 청삼과 수입산 품종인 체리블라썸, 핫 블론드, 퀸드림 등의 세 가지 헴프종이다.
"청삼은 THC 0.34퍼센트의 헴프종입니다. THC 0.3퍼센트 이하 헴프는 세계적인 산업적 분류에 따라 도취 성분이 없는 대마로 취급됩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대마초(마리화나)는 이 비율을 초과하는 것이라고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이 정했습니다. 요즘 더 강력한 환각효과를 내도록 품종 개량한 대마초 중에는 THC 비율이 20퍼센트를 넘는 수준도 많습니다.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내에 있는 안전관리팀이 이곳 경북-안동 산업용헴프 규제자유특구 1세부 재배시설 출입자를 폐쇄회로(CC)TV로 다 감시합니다. 그러니 어차피 출입은 힘드시겠지만(웃음), 이곳에서 재배하는 헴프를 피워봤자 도취되는 일은 없습니다. 반면 국내 재래종은 THC 성분이 1.74퍼센트입니다. 마리화나 종입니다."
의료용 대마는 수출용으로만
규제자유특구 안전점검위원을 겸하고 있는 노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특구를 둘러 봤다. 특구 출입은 통제된다. 각 시설을 출입할 때마다 출입 내역을 직접 작성해야 했다. 현재 6개 기업이 이곳에 입주해 있다. 이들 기업이 각자 마련한 스마트팜에서 대마를 재배하고 있다. 노지에서 토양에 파종하는 방식으로 대마를 재배할 수 있지만, 특구에서는 클론을 키우는 방식으로 재배된다. THC 0.3% 이하 종을 균일하게 재배하기 위해서는 클론 방식이 좋다.
"같은 품종 씨앗이라도 재배하고 나면 각 대마마다 THC 비율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반면 대마 모주(母株)의 클론을 재배하면 완전히 THC 비율이 똑같은 대마가 재배됩니다. THC 0.3퍼센트 이하 대마의 클론을 재배하면 품질이 균일한 대마 재배가 가능하죠."
이곳에서 재배된 대마는 수출용으로 사용된다.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내에 있는 2세부 추출사업자들에게 보내진 대마는 CBD 추출 과정을 거쳐 다른 칸나비노이드가 들어 있지 않은 순수한 CBD, 즉 CBD 아이솔레이트(Isolate)로 분리하여 원료의약품으로 수출된다. 마약류관리법상 예외가 적용된다.
"우리 마약류관리법상 대마에서 단속 대상은 THC 성분이 있는 꽃, 잎만 입니다. THC와 CBD가 포함된 칸나비노이드는 미수정 암꽃에 가장 많이 함유돼 있고, 잎에는 꽃의 10퍼센트 정도가 있습니다. 종자와 뿌리, 성숙한 대마의 줄기는 단속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THC 성분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대마를 산업적으로 사용할 때 주로 쓰는 부위가 바로 이들 부위입니다. 실은 종자 껍질에도 미량이지만 THC 성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종자의 껍질을 흡연하거나 섭취하는 행위는 우리 법이 금합니다. 그런데 종자 껍질도 종자의 일부지 않습니까? 앞에서 종자는 단속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종자 껍질 이용을 단속합니다. 법조항이 서로 충돌합니다. 개정이 필요하죠.
대마를 의료용으로 이용하려면 THC 성분이 있는 꽃이나 잎에서 CBD를 추출해야 합니다. 이곳 규제자유 특구가 이런 법상 문제점을 해결했습니다. 현행법상 이곳에서는 꽃, 잎을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특구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은 기업은 관련 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대마 유통은 물론, 꽃과 잎을 채취할 목적으로 키우는 것 자체가 불법입니다."
대마는 슈퍼 푸드…"지역에 대마 재배 지원을"
노 회장은 2010년경부터 대마의 국내 재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말했다.
"제가 2010년에 캐나다 토론토에서 1년간 살았어요. 거기서 보니 대마 씨(hemp seed)를 이용한 식품 시장이 엄청 활발하더라고요. 그때가 <타임스>가 대마 씨를 슈퍼 푸드로 소개한 시기예요. 그걸 보고 제가 대마를 2012년부터 키웠어요. 2011년만 해도 국내에서 재배 가능한 대마는 섬유용뿐이었어요. 종자 채취용으로는 허가가 나긴 했지만, 이걸 식품용으로 판매하는 건 안 됐어요. 제가 계속 청원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5년에 대마를 식품 공전에 올렸어요. 그래서 대마 식품 시장이 열린 거죠. 제가 프런티어인 셈입니다."
노 회장은 대마 오일을 이용한 너트, 식용 헴프씨드오일 등을 판매한다. 아직은 시장을 개척 중인 단계다. 한국에서 대마에 관한 인식이 워낙 나쁘다 보니, 대마(헴프)와 대마초(마리화나)가 다르다는 점을 알리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그가 한국대마산업협회를 만든 이유다. 협회는 지난 수년 간 국회에서 여러 차례 정책토론회를 열고 대마 관련 법 개정 운동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 왔다. 노 회장은 대마 산업 육성이 국가적으로 아주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단순히 외국과 경쟁하는 경제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제가 농촌 출신인데(노 회장은 고향인 경북 상주에서 약 1만2000여 평 규모로 대마 농사를 지었다.), 요즘 농촌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자유무역협정(FTA)이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니 해서 농가가 많이 어렵습니다.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대마 산업을 제대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대마가 아주 잘 큽니다. 파종 110일만 지나면 3미터까지 자랍니다. 크게 자라는 사티바 품종은 사람이 비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랍니다. 섬유용은 겨울이 지나 땅이 풀리면 바로 파종하면 됩니다. 종자용은 언제 심든 상관없습니다. 보통 8월 중순부터 꽃이 피는데 그 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으면 됩니다.
한국은 대마재배에 천혜의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지에서 섬유와 종실용으로 1년 2기작도 가능합니다. 2모작도 좋습니다. 대마는 지력을 키워주는 식물입니다. 대마를 재배한 지역에 다른 작물을 심으면 생산량이 늘어납니다. 봄에 감자나 양파를 심고, 7월 초순에 대마 모종을 옮겨 심을 수 있습니다. 저는 종자를 사러 오는 분들에게 2모작을 권하는데, 요즘 안동 어르신들은 이제 돈 벌기도 싫다, 일 편하게 하고 싶다고 하세요. 대부분 1년에 대마만 한 번 농사하고들 싶어 하십니다(웃음)."
아직 한국의 대마 산업 응용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대마 농사는 지금도 수익성이 좋다. 노 회장은 젊은이들이 대마 농사에 뛰어들어 소멸해가는 지역으로 옮겨올 수 있도록 국가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마종실을 킬로그램 당 1만 원에만 수매한다면 대마 재배 수익이 벼농사의 두 배 이상입니다. 대마 파종기와 수확기 등의 기계만 개발되고 이들 기계가 저렴하게 보급된다면 도시 젊은이 중에도 귀농해서 대마 농사에 뛰어드는 분들 많을 겁니다.
안동시에만 해도 재배할 땅이 넘쳐 납니다. 안동시 크기가 서울의 두 배가 넘습니다. 2019년에 제가 안동시의원을 통해서 휴경지를 조사한 적 있는데, 당시에만 안동시내에 휴경지가 630만 평이 넘었습니다. 지금은 (지방소멸로 인해) 더 늘어났지 줄어들 일은 없거든요. 전국적인 현상일 겁니다. 전국 어디서나 대마 농사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대마 관련법 정비해야
대마 산업 육성을 위해 넘어야 할 관문은 세 가지다. 첫째는 법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의료용으로 대마를 재배하기 어렵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이 일어나는 배경이다.
"우리 법에는 대마의 THC 함량에 관한 규정조차 없습니다. 법이 헴프와 마리화나를 구분하지 않다 보니, 행정당국도 이걸 잘 모르고 괜히 까다롭게 굽니다. 우리가 헴프를 취급하는데도 보건소 직원들은 이게 마리화나인 줄 알고 겁내요. 재배한 섬유용 헴프 줄기를 운반해야하잖아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줄기에 조그마한 잎들이 좀 남을 수 있어요. 그러면 검사 나온 보건소 직원이 '줄기에 (THC가 나오는) 잎이 남았으니 못 가져갑니다' 이래요. 청삼 품종에 THC가 없는데도 그래요. 이거 피워봤자 아무렇지 않다니까? 이런 문제가 있어요. 조금 더 현실적으로 규제 관리가 된다면 사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둘째는 농사 보조다. 한국의 대마 농사는 아직 기계화에 더디다. 현행법상 의료용 대마 재배가 어려운 상황에서 섬유용과 식품을 위한 종실용 대마 시장이 열려야 재배 농가가 늘어날 수 있다. 기술이 이를 가로막는다.
"현재 한국 기술로 섬유용 대마는 시장성이 없습니다. 기계화가 되지 않아 지금도 대마를 파종하고 수확하려면 최소 4인 1조가 일일이 손으로 파종하고 거둬야 합니다. 한국 농가에서 사람 하루 여덟 시간 쓰는 데 인건비 15만 원입니다. 4명이면 하루 최소 60만 원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 국내산 삼베 수의가 수천만 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겁니다. 요즘 화장이 대세인데 누가 그렇게 고급 수의를 씁니까. 중국이나 카자흐스탄 등에서 섬유용 대마 재배를 엄청나게 하거든요. 섬유용 대마는 국제 경쟁력이 없습니다.
삼베를 만들려면 대마가 높이 자라도록 키우고, 이걸 사람이 일일이 낫으로 잘라내고, 줄기를 모아 껍질을 또 일일이 손으로 벗기고, 이걸 대량으로 삶아서 건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지금 기술로는 너무 힘들어서 농부들이 엄두를 못 냅니다. 농기계 개발이 필요합니다. 기계화 없이 대마 섬유 산업의 경쟁력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진척의 단초는 마련됐다.
"섬유염색가공연구원(DYTEC, 다이텍) 센터장과 제가 어제 얘기를 나눴어요. 이곳 안동 풍산에 다이텍 분원이 곧 들어서요. 아마 이달 말이면 완공될지 모르겠는데, 그 분원이 대마 줄기 껍질을 벗기는 시가 47억 원 상당의 벨기에산 기계를 들여와요. 그러면 일 년에 최대 대마 3000톤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해요. 대마가 속대가 비어 있어서 가볍거든요. 3000톤이면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이 기계가 가동되면 앞으로 섬유용 대마 재배에도 시장성이 생기는 거죠."
마지막으로 셋째는 대마에 관한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다. 대마 비범죄화는 세계적 추세다. 사실을 직시할 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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