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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학적 '동성애 전환치료' 논쟁, 이제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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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학적 '동성애 전환치료' 논쟁, 이제는 끝내야 한다

[창비 주간 논평] "'전환치료'는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비인간적인 이해방식"

"동성애를 치료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도 근거 없고 성소수자의 존재를 비정상으로 보는 혐오 표현임에도 한국에서는 아직 이러한 말들이 공적 자리에서 나온다. 지난 13일 사퇴한 김성회 전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동성애는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고, 사과를 한다면서 다시 "동성애도 흡연자가 금연 치료를 받듯이 일정한 치료에 의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일이 그러하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명의로 개최된 평등법(차별금지법) 찬반 토론회에서도 반대 측 패널들이 동성애는 질병이며 치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해 질병으로 낙인찍고 치료라는 이름의 인권침해를 가해온 오랜 역사가 있긴 했다. 19세기 말 의학·과학·심리학의 발전은 서구사회에서 주로 기독교의 영향으로 종교적 죄로 간주되던 동성애에 대한 논의를 의학·과학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주된 논의는 동성애 등 성적 지향과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체성을 정상에서 벗어난 '성적 변이'로 간주하는 것이었다. 결국 미국정신의학협회가 1952년 펴낸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제1판에서 동성애를 '성도착증'으로 분류함으로써, 공식적인 의료체계하에서 동성애는 질병이 되었다.

질병이라 함은 곧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치료라는 이름 아래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트랜스젠더를 시스젠더로 강제로 바꾸려 하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이러한 시도를 소위 '전환치료'(conversion therapy)라고 부른다. 소위라는 말이 붙는 이유는 이것이 실제로는 의학적 의미의 치료가 아니며, 이를 통해 성적 지향·성별정체성이 전환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동성애가 질병으로 간주됨에 따라 뇌엽절리술, 전기충격, 최면혐오요법 등 온갖 인권침해적인 행위가 이루어졌고, 이러한 시도들이 효과가 없다는 증거는 무시되었다.

이러한 '전환치료'를 중단시킨 것은 1969년 스톤월 항쟁을 계기로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조직화되면서부터였다.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성소수자 인권에 의식을 지닌 정신의학 전문가들이 연대한 결과, 미국정신의학협회는 1973년 "동성애가 그 자체로 판단력, 안정성, 신뢰성, 또는 직업 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동성애에 대한 진단명을 삭제했다.

그리고 이어서 1990년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동성애를 국제질병분류상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함으로써 동성애는 공식적인 의학체계에서 완전히 탈병리화했다. 2019년에는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병리화한 성전환증, 성주체성장애가 국제질병분류에서도 삭제됨으로써 성소수자는 이제 어디에서도 질병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전환치료'의 효과 역시 완전히 부정되었으며, 나아가 국제인권규범은 이를 분명한 인권침해로 규정한다. 유엔 성적 지향·성별정체성 독립전문가는 2020년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소위 '전환치료'는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이 이질적인 것이며 벗어날 수 있는―축출하거나, 치료하거나, 갱생시킬 수 있는―것으로 간주한다. 이는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비인간적인 이해방식이다."

이렇듯 성소수자의 병리화와 '전환치료' 시도는 국제적으로 이미 끝난 이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논의의 진전 없이 동성애를 치료해야 한다는 발언들이 여전히 공론장에서 나오곤 한다. 심지어 발언만 아니라 실제 소위 '전환치료'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가 실시한 '2016 성소수자 상담경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환치료'를 경험한 28명의 성소수자가 심리상담가, 종교인, 의사 등에 의해 "동성을 사랑하는 마음은 치료할 수 있다", "여성이 여성을 사랑하는 것은 어렸을 때의 나쁜 경험 때문이다"와 같은 말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트랜스젠더혐오차별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591명 중 11.5%인 68명이 전환치료 목적의 상담 또는 치료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전환치료' 시도에 취약한 것이 아동·청소년 성소수자들이다. 부모 또는 보호자의 강요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시도들은 아동·청소년 성소수자가 갖고 있는 내면의 수치심과 낙인을 증폭시켜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최근 한 육아 예능프로그램에서 지정성별 남성인 어린이가 분홍색과 화장을 좋아하는 등 소위 '여성적' 행동을 보이는 것에 대해, 아동 전문 정신의학과 의사가 남성성을 기를 수 있는 교정적 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과 호주,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미성년자에 대한 '전환치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세계의학협회, 미국정신의학협회 등 국제 의료전문가단체에서도 '전환치료'를 금지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의료인에 의해서도 '전환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 조사에서도 의료인으로부터 상담 또는 치료를 받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결국 김성회 비서관은 사퇴했지만, 이것이 그가 드러냈던 혐오와 차별의 문제가 종료됐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성소수자는 다양한 인간 존재의 하나이며, 그 성적 지향·성별정체성은 개인의 다양한 특성 중 일부일 뿐이다. 특정한 성적 지향·성별정체성을 정상으로 놓고 나머지는 비정상적이며 질병으로서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5월 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nternational Day Against of Homophobia, Biphoiba, Inter&Transphobia)로,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국제적인 기념일이다. 영문 약자를 따서 '아이다호(IDAHOBIT)'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날은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가 국제질병분류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것을 기념하여 제정되었다. 질병 목록에서의 삭제가 성소수자를 위한 기념일로 이어진 지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도 여전한 인식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 '전환치료'의 해악을 분명히 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의료인 교육, 전문가 단체의 연구, 법제도 제정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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