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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고 일하라" … 여성들에게 지급된 '회색 방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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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고 일하라" … 여성들에게 지급된 '회색 방석' 이야기

노동자들, 일터에서 겪는 차별 증언하며 '차별금지법 4월 제정' 촉구

일터에서 각종 차별을 경험한 노동자들이 모여 "차별금지법 없는 세상"을 규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5일 오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비정규직 차별 △여성 차별 △성소수자 차별 △장애인 차별 △이주민 차별 △사업장 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이외 결혼 유무, 학력, 지역 및 출신, 연령, 군 복무 유무, 나이의 많고 적음 등으로 인한 차별 등을 민주노총의 극복 과제로 내세우며 이를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모든 관심과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여성,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실제 차별의 당사자들이 참석해 그들이 일터에서 겪은 차별의 면면을 폭로했다. 현장을 찾은 권수정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지난 2020년 가을 LG케어솔루션 소속 여성노동자 1500여 명이 금속노조에 집단적으로 가입하게 된 배경인 '회색 방석' 사건을 "여성들이 일터에서 겪는 차별"의 일례로 들었다.

권 부위원장은 "(당시) 회사가 회색 방석을 나눠주면서 그 사용방법을 교육했다. LG전자가 정수기뿐 아니라 (고객의) 청소기를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집집마다 방문해서 청소기를 관리할 땐 이 회색 방석을 깔고 무릎 꿇고 앉아서 청소 서비스를 해주라는 내용이었다"라며 "이것은 어떤 차별인가"라고 되물었다.

경력단절 여성 등 특정 연령대의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노동은 "식당·청소 노동자, 요양보호사, 그리고 렌탈 가전을 관리해주는 매니저" 등 주로 비정규직 형태의 돌봄·가사 중심 업무에 집중된다. 권 부위원장은 "(같은 사업장 내에서) 여성노동자들에게 허용되는 일은 전통적으로 집에서 여성들이 하던 일이고, 모두 간접고용이거나 특수고용 형태의 비정규직"이라며 이러한 경향성이 '회색 방석' 사건과 같은 일터 내 여성차별 행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부위원장은 "구조조정을 하면 가장 먼저 잘리고, 여성의 일로 분류된 노동은 비정규직이고, 노동 현장에서 무릎 꿇고 일하라는 명령을 받고,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없고, 성희롱을 당하며 (업무로 방문한 집의) 개에게 물리는 노동자들이 있다"며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소수자든 이주노동자든 장애인노동자든, 모든 노동자는 평안한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고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사회 내 대표적인 '사각지대 노동자'로 불리고 있는 이주노동자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연대의 뜻을 밝혔다. 섹알마문 이주노동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같은 사회구성원이면서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에서 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 자기 노동환경을 제대로 만들기 위한 요구를 사업주한테 말하지 못한다"며 "(정부가) 그런 불평등을 (법적으로) 허용하도록 하고, 사업주에게 모든 권한을 줬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등법,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금) 이야기하고 있다. 그건 기본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며 차별금지법의 4월 내 제정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현장엔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정진우 권리찾기 유니온 사무총장, 이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위원 등이 참여해 차별을 고발하는 당사자 발언을 이어나갔다.

25일자로 단식 15일째에 접어든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도 현장을 찾아 발언을 보탰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와 정부 등에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각 영역의 다양한 정체성, 다양한 차별 현장과 연결될 수 있다"며 "우리는 끝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싸울 것"이라 다짐했다.

▲25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민주노총 기자회견'에서 참여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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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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