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확보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에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을 진행한 데 이어 10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 지도하면서 정찰위성을 다량 배치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군사 정찰위성 개발과 운용의 목적은 남조선(남한) 지역과 일본지역, 태평양상에서의 미 제국주의 침략군대와 그 추종 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행동 정보를 실시간 공화국 무력 앞에 제공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한미연합훈련의 "정상화"와 사드 추가 배치 등 강경한 대북정책을 내세운 바 있다.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남북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둘 것"이라고 언급했다.
통상적으로 남한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위성발사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불법'으로 간주해왔다. 이러한 관성과 윤 당선인의 입장을 고려할 때, 북한의 위성 발사는 남북관계 악화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위성 발사가 시기적으로 한미연합훈련 실시와 맞물릴 것으로 보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북한이 위성발사를 강행한다면, 이는 2016년 2월 이후 약 6년만이다. 그런데 중요한 차이도 있다. 이전의 위성 발사들은 "지구관측위성"으로 그 자체로는 군사적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이번에는 군사 정찰위성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만큼 북한은 "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찰위성 보유가 필수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위성 발사 움직임을 두고 북한이 스스로 약속한 모라토리엄을 뒤집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는 팩트와는 거리가 있다. 북한이 2018년 4월 2일 노동당 결정서를 통해 밝힌 것은 "핵 시험과 대륙간 탄도 로케트(로켓) 시험 발사 중지"였다.
물론 위성 발사도 장거리 로켓을 이용하고 유엔 안보리도 이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스스로 위성 발사 중지를 약속한 적이 없다는 점도 동시에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위성발사를 "ICBM의 탈을 쓴 것"이자 북한 스스로의 약속도 뒤집은 것이라고 간주할 경우 과잉대응을 초래하기 쉽고 이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인 관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필자 역시 북한이 위성 발사를 자제하길 간절히 바라지만, 북한이 뜻을 굽힐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도 냉정한 현실이다. 또 북한이 실제 발사하더라도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의 대응도 쉽지 않다.
오늘날 국제정세는 미중 전략 경쟁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맞물리면서 신(新)냉전이 조성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차원의 대응에 동의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경계해야 할 것은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특히 윤 당선인은 북한의 위성 발사를 이유로 자신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사드 추가 배치를 추진해선 안 될 것이다.
사드 추가 배치 추진은 한국을 또다시 미중 전략 경쟁의 풍랑에 휩싸이게 만들어 외교적·안보적·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집권 초기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을 초래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군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이미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세계 12위로 평가받았던 군사력은 2020년부터 3년 연속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를 자산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북한이 뭔가를 쏠 때마다 흥분하면서 과잉 대응할 것이 아니라 차분하면서도 실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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