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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보니 선진국'? 미래를 향한 고민이 빠진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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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깨어보니 선진국'? 미래를 향한 고민이 빠진 대선

[복지국가SOCIETY]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최근 언론들의 대통령 선거 보도를 보면, 주요 정당 후보의 가족 문제가 상당 부분을 장식한다. 차기 정부 5년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렇게 진행되어도 되는 것인지,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된다. 가족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후보들 간의 공방 그 자체도 부담스럽지만, 막장 경주 식으로 양측 모두를 비판하는 언론의 보도도 피로감을 누적시킨다. 대통령 선거를 70여 일 앞둔 지금,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지 살펴보아야 한다.

차기 정부 5년의 전망 

다음 5년간 우리나라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코로나19 대유행은 극복될 것이다. 먹는 치료제의 상용화와 더불어, 코로나19가 변종을 만들어내면서 바이러스의 독성이 약화되어가고 있다. 결국 인류는 감기와 같이 토착 질환이 된 코로나19와 공생하게 될 것이다.

차기 정부 집권 시기 다가올 가장 큰 변화는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추세를 바탕으로 우리가 이탈리아와 영국을 추월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1880달러이던 지난해보다 3120달러가량 늘어난 3만5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추세라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2년 후 약 4만 달러가 되고, 차기 정부 후반부인 2027년쯤에는 5만 달러 달성도 가능하다. 우리나라가 지금의 프랑스나 독일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에게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의 삶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명목 국민소득은 이탈리아 수준을 넘어도 대다수 국민 삶의 질은 개도국 수준에 불과하다. 특정 대기업과 상위 고소득자에게 국가의 부가 집중되고, 다수 국민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극화가 심화하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차기 정부의 과제는 이러한 양극화의 극복이어야 한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복지국가 정책과 소득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

차기 정부 시기에 한국이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는 점도 복지 강화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늘어나는 노인인구로 인해 이미 17.5%의 노인이 전체 의료비의 50%를 소비하고 있다. 앞으로는 노인의료비 부담과 더불어 돌봄 부담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다. 한 해 출생하는 신생아 숫자가 28만 명 이하로 줄어든 지 오래다. 지난해부터 대학교 입학 정원보다 고등학교 졸업생 숫자가 적어 지방 대부분의 대학이 미달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47세를 넘었고, 수도권의 산업단지에서조차 근로자를 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제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경제활동 인구의 축소를 전제 조건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경제를 설계해야 한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나라의 현실로 자리잡은 저출생과 고령화는 우리 사회 전반의 새로운 설계와 재배치를 필요로 한다.

선진국에 필요한 경제, 사회 시스템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바라보게 됐지만, 이제 국가 시스템이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사회를 받쳐주지 않으면 국제경쟁력은 금방 다른 나라에 밀려 도태될 수 있다. 우리는 앞 뒤 살필 겨를 없이 달려온 덕분에 "깨어보니 선진국"의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주된 모델이었던 '모방 추격형' 발전 전략으로 더는 우리의 경제가 유지될 수 없다.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다른 나라들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프론티어'가 되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형 국가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세계 5위권의 선진국이 되려면 남들보다 앞서는 기술과 산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의 개발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산업구조 등 많은 부분의 변화가 필요하다. 잠시 앞서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앞장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 구조의 많은 부분에 대전환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가 바뀌는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대전환에 발맞추어 우리도 에너지 부문이나 산업 부문에서 대전환을 일으켜야 한다. 이미 수소경제나 연료전지 발전 등 일정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대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4차 산업혁명도 한창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오버더톱(OTT) 플랫폼을 타고 우리 드라마 <오징어게임>이나 <지옥>이 할리우드물에 못잖은 완성도를 보이며 세계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저작권 관련 법이나 제도는 우리의 지적 자산을 지켜줄 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BTS의 공연을 수 십 만 명이 동시에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5G 세계 표준을 우리나라가 만들었듯이, 이런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메타버스의 세계 표준을 우리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 준비는 미흡하여, 그런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대립 속에서 우리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데, 대부분의 산업 분야가 선진국을 따라하는 모방추격형 모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새롭게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으로 연계하는 세계선도형으로 가야만 한다.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또 이를 산업화하기 위해서도 기존의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을 좀 더 효율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벤처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서로 협력하고 계열화하여야 한다. 기술 약탈 규제를 강화하되 정당한 기술은 매매와 거래가 쉽게 되도록 해서 개발자와 기술을 산업화하는 이들 간 거래가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이익을 잘 나눌 근거를 뚜렷이 하는 게 중요하다.

노동 부문의 변화는 결국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전국 단위 수학능력시험으로 학생을 줄 세우는 방식의, SKY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는 창의적인 노동자를 확보할 수 없다. 한국 가정은 자녀의 입시를 위해 가족이 가진 모든 자산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한편으로는 답답하다. 교육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은 알지만, 아무도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직업교육과 평생교육, 그리고 고등교육이 각각 새롭게 정비되어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교육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직업교육 강화를 위해 폴리텍 고등학교 투자 규모를 늘리고, 전국의 기초지자체별로 필요한 기술인력을 교육할 수 있도록 폴리텍대학의 더 적극적인 설립이 필요하다. 새롭게 대학을 만들지 않아도 신입생 모집에 실패한 대학을 활용하여 그러한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광역단위로는 한국기술교육대학과 같이 조금 더 상위의 기술교육과 직업교육을 할 수 있는 대학을 지정하여 산업구조의 변화나 기술의 발전에 맞추어 노동자들이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고등교육 강화를 위해 지역 국립대학 지원을 확대하고, 역할을 바꾸도록 하는 국립대학법을 입법해야 한다. 지역 국립대학들이 국책연구소들과 연계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우수한 인력과 시설을 갖춘 국책연구소들이 많이 설립되어 있다. 이들 국책 연구기관이 기존의 역할뿐 아니라 후진 양성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지역 국립대학들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평생교육 체계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문화센터나 학점은행제를 위한 사이버대학 수준의 평생교육이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요구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평생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이들 평생교육은 역사와 문학 등 교양 수준의 인문학을 넘어 문화와 예술, 그리고 스포츠와 레저 등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나아가 평생교육이 서비스의 확대와 일자리의 생산으로 연결되는 것이 필요하다.

저출생과 고령화에 대응하는 사회 시스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노동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주 4일 노동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다른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근로시간을 줄이고 여가 시간을 늘려 노동자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나누며, 내수를 진작하는 효과를 얻는 노동시간 단축은 필요하다. 하지만, 속도와 우선순위, 그리고 도입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또 다른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어떻게 시행하느냐에서 시작해 구체적인 도입 방법과 순서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년부터 시작하여 매년 1시간씩 근로시간 감축을 시행하면 2027년에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에서 47시간으로 줄어든다. 대신 실질 소득 감소 없이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임금 보완대책이 동시에 시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현재는 지지부진한 노사정 협의나 경사노위 등을 통해 각자의 역할 분담과 정부의 재정 지출에 대한 논의를 장시간에 걸쳐 시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시행 방안을 최대한 구체화하고 분명히 해야 또 다른 사회적 혼란 없이 시대 변화에 맞추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사회 양극화는 곧 경제를 떠받치는 내수의 위험요인이다. 그래서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한 아동수당의 확대, 노후 소득이 부족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의 확대,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의 낮은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장애연금의 확대, 노동력이 있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근로장려소득제도(EITC)의 강화와 확대도 필요하다.

다행히도 소득이나 자산에 상관없이 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 도입이나 적극적인 공공 부문 일자리 만들기를 내용으로 하는 기본서비스 정책 등 다양한 복지국가 정책들이 주요 대선 후보들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다만 우선 순위와 확대 방법은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일정 수준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들 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다.

개별 대상자들에 맞는 소득보조 정책 시행에는 이미 어느 정도의 사회적 공감대가 있지만, 이를 위해 전 국민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할지, 아니면 모든 노인과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확대와 아동수당 인상을 먼저 시행할지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논의를 제대로 해야 한다.

5천만 전 국민에게 연간 100만 원(매달 약 8만 원)의 기본소득을 먼저 시행하느냐, 아니면 일정 이상의 소득을 가지고 있는 상위 소득 20%를 제외한, 약 8백만 명의 모든 노인에게 1인당 최저 생계비 수준인 월 50만 원의 기초연금을 먼저 지급하느냐도 정해야 한다. 만일 2가지 정책을 병행한다면 발생할 중복 수급의 문제는 어떻게 할지 등도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 또한 이들 정책을 진행할 경우 소요예산을 어떻게 충당할지, 어떻게 단계별로 정책 도입 속도를 맞추어 갈지에 대한 토론도 이번 대선 기간에 시작되어야 국민적인 공감대와 합의를 형성할 수 있다.

남은 대선 기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법

생각해 보면 차기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국에서 대선기간에 차기 정부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출발했고, 인수위도 없이 바로 국정에 임해야 했다. 다음 정부는 그러한 아쉬움이 없도록 제대로 준비해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정치와 경제의 변화, 사회와 교육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제대로 차근차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해외의 석학으로부터 한국의 대선을 멀리서 보고 있으니, 마치 19세기와 22세기의 대립, 과거와 미래의 대결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후보는 120시간 근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거나, 저임금으로도 노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는 등 생각이나 가치관이 박정희 시대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의 사고방식에 붙잡혀 있어 놀라웠다고도 했다.

언론에서 이러한 문제를 후보자의 단순 실수로 치부하면서, 그 근저에 있는 후보자의 사상과 철학을 취재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번 대통령 선거 기간은 아무런 사회적 발전 없이 그냥 지나갈 것이다. 지금은 미래를 향한 문이 열리는 시기다. 세계사적인 대전환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이러한 변화와 대응 방안을 주제로 양당 후보들의 생생한 토론과 논의를 보고 싶어 한다.

변화하고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위치를 좀 더 넓게 바라보고, 우리의 미래를 좀 더 길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남은 대선 기간이 대한민국이 차기 정부에 요구하는 시대적 역할을 잘 규명하고, 국민적인 합의를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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