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만나 양당 간 통합 의지를 재천명했다. 두 당 대표는 조속히 실무협의에 착수해 합당 과정을 시작하자는 데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당명 변경 여부에 대한 이견은 그대로였고, 지난달부터 이어진 협상 과정에서 비롯된 감정적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듯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16일 오후 안 대표를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지도자 격으로 각 당 합당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시기에 대해서 '조속한 시점에 마무리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안 대표도 비슷한 생각을 말씀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조기 합당 추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자신이 "'대선 버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대권주자들의 당 진입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그 전에 합당을 통해 국민들에게 혁신 의지를 보이자"고 말했고 안 대표가 이에 동의를 표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대표는 "실무단이 꾸려지면 저와 안 대표가 모여 '합당 선언'을 할 수 있다"며 "양당 지도부와 실무단이 모여서 (합당의) 대원칙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이견이 그대로 남은 부분도 있다. 국민의당 측 협상대표인 권은희 원내대표는 "새로운 당명으로 가는 것이 보다 원칙 있는 합당 방식에 부합하는 방식"(이날 오전 YTN 라디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협상안에는 권 원내대표가 언급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합당 협상은 각 당 간의 이해가 충돌하는 부분도 있다"며 "어떤 연유에서 새로운 제안이 나왔는지 파악을 해 보고, 사무총장이 임명되면 협상 책임자를 정해서 정확한 답을 내놓겠다"고 했다. 즉 지난달부터 진행돼온 양당 간 협상에서 당명 변경 부분은 논의된 바가 없었는데 국민의당 측이 '새로운 제안'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반면 안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당명 변경 요구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당연한 것 아니냐"며 "권 원내대표가 당원, 지지자들의 생각을 그렇게 전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다만 "실무선에서 대화가 진행되면 논의될 부분"이라고 여지를 뒀다.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는 서로 덕담이 오가는 가운데 다소 긴장감도 있었다. 안 대표는 이 대표에게 "정권교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두 당 간의 통합"이라고 강조하면서 "저는 일찍이 '원칙 있는 통합'에 대해서 주호영 전 대표 권한대행에게 말했다. 거기에 대해서 함께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사실 저희가 두 달 전에 실무협의 대표를 뽑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국민의힘 내부 사정 때문에 지금까지 협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그 당시 비대위원, 당 대표 후보들 중에 반대하는 분들이 계시다 보니 지금까지 기다렸다"고 합당 논의 지연을 국민의힘 탓으로 돌리며 "오늘 상견례를 시작으로 조속하게 실무협의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합당에 대해서 조기에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실무협상에 박차를 가하자는 안 대표 말씀에 공감한다"고 화답하면서도 "국민들께서 합당 과정을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지 않도록, 그리고 또 전쟁 같은 합당이 되지 않도록 저와 안 대표 간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합당 과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해서 국민들 앞에 같이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쟁 같은 합당'이란 표현은 그저 원론적 차원의 언급일 수도 있지만, 과거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간의 갈등으로 이어졌던 바른미래당 내분 사태를 상기시키는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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