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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먹고 알 먹는 미국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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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먹고 알 먹는 미국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한국

[정욱식 칼럼] 한미정상회담의 '독소조항'은?

5월 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을 뽑자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고 합의한 부분이다. 이 조항은 또다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고 우리의 경제적 부담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에 '조건'을 명시한 당사자는 박근혜 정부였다. 그리고 이를 바로 잡았어야 할 문재인 정부는 2017년 6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조건'을 재확인해주고 말았다. 그리고 이는 두고두고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커다란 장애물이 되어왔다.

조건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력으로 이는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검증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던 트럼프의 약속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군의 초기 대응 능력으로 이는 대규모의 군비증강과 연결된다. 그런데 이 역시 "단계적 군축"을 추진키로 한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과 배치된다.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는 연합훈련과 사상 최대 규모의 군비증강을 계속해왔고 이는 남북관계 악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후퇴의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또다시 '조건'을 재확인함으로서 남북관계 회복과 평화프로세스 재개 가능성은 더욱 위축될 공산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의 전작권 환수 의지는 매우 강력한 것처럼 보였다. 한미연합훈련 강행과 대규모 군비증강이 남북관계와 평화프로세스에 큰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 분명해진 이후에도 정부는 이것들을 고수해왔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정부의 전작권 환수 결의는 미국 앞에만 서면 작아져왔다. 조건을 떼어낼 수 있는 여라 차례 기회를 놓쳤고 '출제자'처럼 행세한 주한미군 사령관의 무리한 요구도 수용하고 말았다. 미국 행정부가 바뀌었고 한국의 군사력도 세계 6위로 평가받을 정도로 강력해진 만큼, 이젠 전작권 환수의 '시기'를 정했어야 할 이번 정상회담에서 또다시 '조건'에 합의해주고 말았다.

허망한 현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악화와 평화프로세스 정체, 그리고 막대한 경제적 부담까지 감수하면서 추진해온 전작권 환수가 임기 내에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5월 18일 미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은 한국이 모든 조건을 달성하려면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국이 북한을 상대로 억제·전투·승리하기 위해 훨씬 더 강력한 능력을 갖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에게 앞으로도 대규모 군비증강을 지속해달라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무기와 장비도 더 많이 팔 수 있고 한국의 국방비 증액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도 더 많이 받아낼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전작권 조건을 내걸어 '꿩 먹고 알 먹는 셈'이 되지만, 우리 국민으로서는 '밑 빠진 독에 불 붓기'가 되고 만다.

이는 단순히 미국의 요구만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은 약 300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을 요체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이 전작권 이양의 핵심적인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미사일 방어체제(MD)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대규모 군비증강의 초점도 MD에 맞춰져왔다.

이 상황에서 당면 문제는 임시 배치 상태에 있는 경북 성주의 사드이다. 아마도 미국은 전작권 전환의 요구 조건 가운데 하나로 사드 정식 배치를 내걸 것이다. 그리고 한미 양국이 정식 배치를 강행할 경우 남남·남북·한중·한러 갈등도 커질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보수 언론들조차도 "동맹이 복원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종속적인 한미동맹이 수평적이고 대등하게 바뀌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의 역할과 부담은 커진 반면에 전작권과 같은 권리는 여전히 겉돌고 있다.

'수단'이 되어야 할 동맹이 갈수록 '목적'이 되고 있는 현실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미동맹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운동장이 더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말았다.

※ 필자의 신간 <한반도 평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건>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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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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