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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성추행 무관용 원칙"…지도부 총사퇴·보궐선거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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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의당 "성추행 무관용 원칙"…지도부 총사퇴·보궐선거 고심

심상정 "당의 모든 것을 바닥부터 재점검하겠다"

정의당이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 처리와 관련 '무관용 원칙'을 재차 천명했다. 정의당은 당 대표 사퇴 후 지도부 재구성 문제와 4.7 보궐선거 대응을 놓고 의원총회와 당 대표단회의를 잇달아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는 26일 의원총회에서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큰 충격과 심려를 끼치게 된 것을 깊이 사과드린다"며 "당의 원내대표로서 무한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강 원내대표는 "당은 어제 오전 대표단-의원단 연석회의를 통해 충분한 토론을 했고, 당의 징계 절차에 따라 김 전 대표를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하고 당규에 따라 대표 직위를 해제했다"며 "가해자가 어떤 직위와 위치에 있음에 상관하지 않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사건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정의당의 원칙은 변함없이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의당 당기위는 가해자인 김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수준의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강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처음도 마지막도 피해자의 목소리와 일상의 회복"이라며 "장혜영 의원의 용기와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철저한 쇄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강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를 당 조직 차원의 문제로 규정하며 "성폭력·인권 문제에 있어서 우리 사회 변화를 만들어 가고자 했던 정의당에서도 문제는 여과 없이 드러났다", "정의당의 부단한 노력에도 조직문화를 바꾸지 못했다. 밑바닥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강 원내대표는 "어떤 상황에서도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을 가지고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우리 당이 창당 초기부터 계속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대비도 하고 내부적으로 문제 발생시 처리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 조직진단도 해 보고, 그를 통해 우리 문화는 어떤 잘못이 있는지 살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원내대표는 조직진단 등 당 차원의 구체적 대책에 대해서는 "젠더인권본부장(배복주 당 부대표 겸임)이 구체적 안을 가져오기로 했다"며 "대표단회의에서는 당내 전수조사를 포함해 그런(성폭력적) 문화들이 있는지, 놓치고 있는 게 있는지 한 번 살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심상정 전 대표도 "무한한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전날 밤 SNS에 쓴 글에서 "당 대표를 지냈던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당원과 국민들께 면목 없고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면서 "당의 대표가 가해자란 사실은 당의 모든 것을 바닥에서부터 재점검해야 할 일이다. 저부터도 놓치고 있던 것이 없었는지 더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심 전 대표는 피해자인 장 의원을 향해서는 "스스로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또 다른 피해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준 장 의원에게 깊은 위로와 굳건한 연대의 뜻을 보낸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당기위가 원칙에 따른 엄중한 판단을 내리고 장 의원이 온전히 회복돼 당당한 의정활동을 펼칠 때까지 철저히 살필 것"이라고 했다.

장 의원을 대신해 신임 원내수석부대표직을 맡게 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성평등은 정의당 강령일 뿐만 아니라, 진보정당의 정체성 그 자체"라며 "성평등 수칙을 매뉴얼로 만들고, 해마다 교육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고 자성했다.

류 의원은 "정의당도 다르지 않았다는 비판에 어떠한 변명도 필요없다. 그저 피해자가 남긴 마지막 기대, 가해자가 당 대표라 할지라도, 아니 오히려 당 대표이기에 더더욱 정의당이 단호한 무관용의 태도로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지키는 것만이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이제부터 운영체계와 조직개편을 준비하면서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당이 책임질 시간이다. 당의 모든 것을 바닥에서부터 재점검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정의당 원내지도부가 26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지도부 재구성, 보궐선거 대응은?

향후 당 지도부 재구성과 관련해서는, 현 지도부가 일괄 총사퇴하는 방식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강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이 사건은) 김 전 대표의 개인적 문제인 것이지 않느냐. 당 대표단을 뽑는 시스템이 대표 따로, 부대표도 따로 뽑는 방식"이라며 "그런 면에서 일부 당원들이 이런 (지도부 총사퇴) 이야기들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의당 당헌상 대표 궐위시 직무대행은 당 부대표(총 5인)가 하도록 돼있고, 원내대표는 당 대표단회의 구성원이기는 하나 원칙적으로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는 분리돼 있다. 김 전 대표 사퇴 후 당 대표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 강 원내대표가 아니라 김윤기 부대표다.

강 원내대표는 이런 맥락에서 "비대위 문제 등은 대표단회의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으며 "오후 대표단회의를 통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고 "되도록이면 필요한 조치를 빨리 진행하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류호정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만 새로 보궐선거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당 지도부나 각급 단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개편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고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젠더본부장 겸임인 배복주 부대표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후 대표단회의에서 우리 당은 앞으로 어떤 체제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토론하고 빨리 결정하면 이번 주 내로 당원들에게 (결론을) 얘기할 것"이라면서 "비상대응체계는 맞는데, 이것이 정당을 재창당할 수준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합의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배 부대표는 '대표단 회의 안건에 당 해체 등 논의가 포함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렇진 않다. 비상대응체계의 방식과 향후 재발방지 대책, 그리고 당원과 더 성실하게 소통하는 것 등의 내용으로 회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4.7 보궐선거와 관련해서는 "어제 (연석회의에서) 그런 논의를 일부 진행했다"며 "시도당, (즉) 서울·부산시당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했다. 강 원내대표는 오는 27일 오후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성추행 사건 피해자인 장 의원은 맡고 있던 당 원내수석부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이날 정의당은 밝혔다. 다만 이는 이번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 아니고, 지난해 12월 본회의 당시 찬성 당론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법 개정안에 본회의 기권 표결을 했던 데 대한 책임 차원이다.

강 원내대표는 장 의원의 당직 사퇴에 대해 "공수처법 문제와 관련해서 본인이 (당론과) 다른 투표를 했고,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임 표시를 지난해 12월에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그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원내수석부대표가 공석이 되면 안 되는 상황이라 중대재해법 본회의 통과 후 의총에서 논의하기로 했고, 통과되고 나서는 제가 (단식농성 여파로) 2주 휴가를 가서 논의를 못 했다"며 "지난 22일 장 의원이 이 문제를 처리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을 헀고 그에 따라 그날 사의 처리를 했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후임자인 류 의원도 이날 원내수석 취임 브리핑에서 "지난해 12월 28일 장 의원이 공수처법 개정안 기권 표결에 대한 책임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며 "중대재해법 제정 국면을 지나 지난 22일에 이르러서야 사직이 수리됐다"고 같은 취지의 설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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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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