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나의 먹거리 선택이 기후위기를 극복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나의 먹거리 선택이 기후위기를 극복한다

[기후위기와 농업: 먹거리 전환 ④]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앞에 현실로 닥쳐왔다. 역대 최장의 54일 장마는 선발대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는 역대 최악의 한파 또는 겨울이 실종된 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 역대 최악의 가뭄, 역대 최악의 태풍 등등 기록을 경신하는 무수한 기상 이변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를 줄여야 파국을 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사태도 성장과 개발이라는 산업화 패러다임 아래 국가와 기업이 생태계를 마구잡이로 파괴한 결과라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기후위기와 여섯 번째 대멸종은 지금 진행 중이다. 코로나가 수류탄 한 개라면 기후위기는 핵폭탄에 비견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은 이미 다 제시되어 있는 상태이다. 에너지 소비를 혁명적으로 줄이고 햇빛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에너지전환 방책도 이미 실행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국가와 기업, 그리고 특히 한국 언론들에게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어보인다는 데 있다. 결국 열쇠는 시민에게 있다. 시민들이 정치와 경제, 언론을 바꿔야 다음 세대가 누릴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농업먹거리모임과 <프레시안>은 지금 무엇보다도 화급한 기후위기와 식량문제를 성찰해보는 연재를 기획했다. 이상기후는 곧바로 식량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한국의 농업 농민 문제를 성찰하고 그 대안을 모색해보는 것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도 가장 긴급을 요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기후위기를 심화시킬 식량안보론 / 윤병선(건국대 교수)

2. 기후위기, 왜 농업-먹거리의 전환이 필요한가 / 이근행(농어촌사회연구소 부소장)

3. 농민, 기후위기 가해자에서 정치위기 해결자로 / 박승옥(햇빛학교 이사장)

4. 나의 먹거리 선택이 기후위기를 극복한다 / 민정희(기후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

5. 기후농정으로의 패러다임 대전환 / 송원규

6.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농민기본소득 / 박경철(충남연구원 연구원)

7. 지금처럼 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 / 유룡(전주MBC 기자)

8. 정의로운 전환의 주체, 농민 / 김현우(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9. 유럽의회로부터 듣는다 / 유럽의회 농업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10. 토론회: 기후위기와 농업농민-소비자의 만남과 패러다임 대전환

올해 여름 50여 일 이상 지속된 장마 직후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상황은 앞으로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가져다줄 식량위기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예측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지구의 기온상승에 따라 기후재난이 심각해지면 단지 식료품의 가격이 비싸서 구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식료품 자체가 공급되지 않아서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후재난에 따라 국내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식량을 수출하는 국가들마저 수출을 중단할 수도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50%도 채 안되는 식량자급률과 21.7%의 곡물자급률이 식량 수급상황을 더더욱 악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현재 쌀은 자급할 수 있다손 쳐도, 빵이나 국수 등 밀가루 소비가 쌀 만큼이나 많고 정작 국내 밀 생산량은 전체 소비량의 1%에도 미치지 않는 점 등 국내 식량위기를 악화시킬 요인들이 잠재하고 있다.

먹거리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론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화석연료에 기반해 있는 먹거리 시스템의 전환이 필수적이지만 그러한 전환을 이끌어낼 동력이 먹거리 시민들에게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역할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를 구입한다.

먼 거리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항공, 차량 등으로 운송되므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따라서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푸드마일이 적은 농산물을 구입해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생산된 먹거리인가 이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해서 길러진 농산물은 토양 침식과 토양 속에 있던 탄소를 대기로 배출함으로 가능하다면 화석연료 기반 자재를 적게 투입한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을 선택해야 한다. 건강 측면에서도 최선이다.

최근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 토양의 중요성과 더불어 토양을 잘 관리하는 농업방식, 즉 농생태학적인 농법, 재생농업(regenerative farming) 등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는 주장이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IPCC의 「토지에 관한 특별보고서」는 지속가능한 토지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고, 프랑스 정부는 몇 년 전부터 농약, 비료 사용으로 인해서 토양 속에서 대기 중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를 토양 속으로 매년 0.4%씩 다시 돌려보내자는 ‘4 per 1,000’ 이니셔티브(www.4p1000.org)를 각국에 제안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으나 대기 중에 있는 온실가스를 흡수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농약, 무경운의 자연적이고 농생태학적인 농업방식은 대기 중에 있는 온실가스를 토양 속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우리의 농업이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시민들이 역할할 수 있다.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지는 전체 농지의 4.9%밖에 되지 않고, 인증 농가수도 출하량도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등으로 공급되고 있지만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생산자들의 노력에 비해 시민들의 소비가 늘지 않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가격은 소비자들이나 취약계층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선택을 뒷받침하는 생산과 유통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국민들이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함으로써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접근할 수 있으려면, 농민들이 건강한 방식으로 먹거리를 재배하고,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농민기본소득과 같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먹거리 시민은 소비자라는 개인의 선택에서 출발하지만 생산과 유통을 포함한, 전체 먹거리 시스템의 전환이 이뤄지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지지할 필요가 있다.

둘째, 꼭 필요한 것만을 구입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먹거리 가운데 약 1/3이 소비되지 않고 버려진다. 저소득국가에서는 주로 공급의 초기 단계, 즉 수확 직후, 저장과 수송 인프라가 없어서 식량 손실이 많이 일어나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공급의 마지막 단계인 소비단계에서 식량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전 세계 인구 가운데 8억 2천만 명이 굶주리고 있고, 그 가운데 1억 5천만 명이 아동이라는 점, 식량이 부족해서 이들이 굶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식량 전문가들은 버려지는 식량 손실 가운데 1/4만 있으면 세계 기아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UN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운데 12번 ‘소비와 생산에 관한 목표’의 하위 목표로 식량손실과 음식물쓰레기 절반 줄이기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소비되지 않고 버려지는 식량 손실과 음식쓰레기로 인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13억 톤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8%를 차지한다. 한국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가 썩는 과정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은 약 855만톤으로, 전체 배출량 가운데 1.3%를 차지한다. 이 양은 한국의 인구수가 비슷한 케냐의 연간 총 온실가스배출량의 1/2에 해당될 정도로 많다. 환경부가 2013년 발간한 「음식물 줄이기 핸드북」에 따르면 먹거리 가운데 1/7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고, 이 가운데 70%는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발생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그만큼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120평 규모 이상의 대형마트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는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이를 어기면 75,000유로(한화 약 9,000만원)의 벌금형 또는 징역형의 처벌을 받는다. 식중독의 위험 등 논란이 있으나 빵과 우유, 요구르트, 꿀, 통조림, 달걀 등 특정 품목들은 표시된 유통기한이 지난 일정 기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4년간 전 세계 곳곳의 온실가스 감축 현장을 방문한 결과를 토대로 가장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방법을 소개한 폴 호컨의 『플랜 드로다운(기후변화를 되돌릴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계획)』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행동은 냉장고와 에어컨 냉매의 전환과 풍력발전에 이어 세 번째로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행동으로 제안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행동은 온실가스 감축 외에도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수단으로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앞의 핸드북을 잘 활용하는 것이 먹거리 시민의 역할이겠다.

세 번째,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 식단을 늘린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4.5%에 달해, 먹거리부문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축산분야를 국가로 치자면 중국, 미국 다음으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이다. 소고기 1 킬로그램을 얻기 위해서는 소에게 약 15,400 리터의 물과, 곡물사료 10kg을 먹여야 한다. 대부분 산업형 공장식 축산 사육도 문제지만, 사람이 먹을 곡물을 가축에게 먹임으로써 식량권 문제와 충돌하고 있다. 또한 소나 돼지에게 먹일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서 열대우림을 베어내는 일은 생태계파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기후위기를 유발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IPCC의 1.5도 특별보고서에서도 채식 식단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채식을 강요하지 않더라도 육류 소비의 횟수나 양을 줄이는 한편 육류보다는 생선이나 채소의 양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식량권과 생태계의 보호, 그리고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육류소비를 줄여야 한다. 고기든 채소든 생선이든 줄이는 게 최선의 솔루션이다.

넷째, 농업, 먹거리의 생산과 유통, 소비 등 식량시스템 전체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농민단체, 시민단체를 지원한다.

기후위기의 해결책은 온실가스 감축이라고 말하면서 이를 위해서 재생에너지의 전환만이 답이라고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식량의 생산과 저장, 수송,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화석연료 집약적인 식량시스템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24%라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식량부문의 온실가스 감축과 이를 위한 식량시스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 결국, 식량이 생산되고 유통, 소비되는 방식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배출제로의 달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농업·먹거리의 전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밖에도 우리가 농업·먹거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식량위기는 기후위기로 인해서 우리에게 다가올 가장 큰 위협이라는 점이다. 앞서 시민 개개인이 먹거리 소비를 통해서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법을 언급했으나 그러한 방법이 온전하고 효과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정책과 제도의 변화라는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개인의 행동이 공동의 행동으로 연결되어 힘을 발휘함으로써 정부의 농업·먹거리 시스템에 대한 정책적, 제도적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앞장서고 있는 농민단체, 농업문제를 연구하는 민간연구소, 시민단체의 활동을 지지·지원하는 시민들이 늘어가기를 희망한다.

우리 소비자 시민들의 먹거리 선택이 사회를 전환시킨다!

민정희 기후위기비상행동 운영위원장은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 사무총장을 지내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