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의 '재판 거래'는 국민에 대한 완전한 배신이다
작금 드러나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사태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다. 사법부의 권위는 한 마디로 재판에 대한 신뢰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재판 거래'로 상징되는 이번 사법농단 사태는 사법부의 철저한 배신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붕괴시켰다.
지금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과연 사법부를 어떻게 혁신해야 할 것인가?
'재판 거래'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무너져 내린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사법부 파동을 계기로 우리 사법부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한다.
사법부에 여러 시급한 과제가 있지만, 그중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바로 현재의 특권적 대법관 구조 혁신에 있다.
현재 대법관 숫자는 총 14명이다. 그러나 대법관 신분이지만 실질적으로 재판을 담당하지 않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대법관은 사실상 12명에 불과하다.
특권은 없어지고 법관은 늘어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법관의 업무량이 과중하다. 2012년 현재 대법관 1인이 1년에 무려 3,019건의 판결을 처리하고 있다. 당연히 '비정상적' 상황이다. 양승태의 꿈이었던 상고법원도 이렇듯 과중한 대법관의 업무량을 명분으로 해 추진됐다. 이 과중한 업무량은 '정상적으로' 줄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뒤집어 생각해보면 대법관의 힘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로부터 대법원의 '특권'이 창출된다. 이제 이 특권적 대법원은 반드시 혁신돼야 한다. 모든 국가기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에 의해 사법부 역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대법원은 특권은 없애고 국민의 권리 구제라는 본래의 목적과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 특권적 대법관 구조의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법관이 증원돼야 한다. 그것도 대폭 증원해야 한다.
그간 대법원은 극구 대법관 증원에 반대해왔다. 대법관 증원에 대한 반대 논리의 저변에는 소수 엘리트주의의 고착에 의한 기득권 유지와 강화의 의도가 내포돼 있거나 혹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숫자와의 비교라는 경쟁 심리가 깔려 있다.
유럽 국가는 100명 넘는 대법관이 국민에게 전문적이고 신속하게 봉사
대법원의 권위는 '대법관 숫자의 희소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 신뢰로부터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신뢰란 대법원이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이 그 판결을 수긍할 수 있으며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구현하고 국민들의 권리구제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대법원이 스스로 보여줄 때 비로소 형성되는 것이다.
독일에서 민사와 형사에 관한 상고심에 해당하는 연방(일반)대법원은 2014년 현재 128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다. 행정, 재정, 사회, 노동 등 다른 분야를 합하면 32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독일 연방 최고법원 구성은 전문화와 국민의 재판청구권 구현의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이렇게 독일 최고법원이 복수로 설치됨으로써 개개 최고법원들은 특정한 분야에 관련한 상고사건을 전문성을 가지고 재판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재판을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의 경우, 행정사건을 제외한 일반사건의 최고법원인 파기원(대법원)은 12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다. 또 스페인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5개 재판부에 소속된 79명의 대법원 법관으로 이뤄진다.
현재 턱없이 부족한 대법관수는 대폭 증원돼야 하고 분야별로 전문부가 설치돼야 한다. 그리해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해 전문적이고도 공정하며 신속한 상고심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권리 구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길이 대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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