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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 간첩 조작 수사 방해 "철저히 조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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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 간첩 조작 수사 방해 "철저히 조사할 것"

'댓글 사건' 이어 '유우성 사건'도 위장 사무실로 수사 방해 의혹

박근혜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당시에도 위장 사무실을 만들고 검찰에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7일 제기됐다. '댓글 사건' 수사 때와 비슷한 수법이다. 이같은 의혹이 사실일 경우 조직적 수사 방해에 해당하므로 검찰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역시 감찰실을 통해 해당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6일 한통의 제보를 받았다. "유우성 사건에서도 (국정원이) 심리전단에서 활용한 것처럼 위장 사무실을 만들어 관련 없는 서류만 제출케 했다"는 내용이 담긴 5장짜리 편지였다.


검찰은 지난 2014년 3월 10일, 유우성 사건 증거 조작 혐의와 관련해 국정원 대공수사팀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수사팀장은 윤갑근 검사장으로, 검찰은 수사팀을 국정원 청사에 들여보내 증거 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 관련 파트 사무실에서 내부 문건과 인트라넷, 컴퓨터 서버 등과 관련한 전산 자료, 대공 수사 관련 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제보에 따르면, 당시 검찰이 압수수색했던 이 사무실은 '위장 사무실'이었다. 가짜 사무실은 유우성 사건을 담당한 수사3처 사무실 일부에 칸막이를 새로 설치하고 블라인드를 세우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여기에 다른 곳에서 사용한 컴퓨터를 설치해 일부만 공개하는 식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고 한다.

제보자는 "(사무실을) 그냥 뚝딱 만들었다"며 "마치 그곳에서 중국 심양 영사(4급 이인철)에게 북한 출입경 자료 확보를 위한 영사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는 지시 전문 등을 한 것처럼 꾸몄다"고 했다.

이같은 기획은 유우성 사건을 담당한 수사3처에서 만들어졌으며, 이모 1급 국장부터 5급 담당관까지 6명의 직원이 수시로 현안 회의를 열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를 통해 완성된 세부 계획은 3급 이모 처장이 단장과 국장에게 보고한 후 재가를 받았다.

그러나 2014년 증거 조작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 처장을 사실상 최종 '윗선'으로 지목하며 불구속기소했다. 그와 함께 국정원에서 파견한 중국 선양 총영사관 소속 이인철 전 영사, 김보현 당시 기획과장(4급), 국정원 협조자 김원하 씨 등도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에 형량이 센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또, 검찰 조사를 받다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을 시도했던 권세영 과장(4급)은 기소중지시키는 한편, 1급 국장 등 2급 직원 이상급에게는 사실상 면죄부를 주며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했다.(☞관련 기사 : "남재준은 어디로?"…유우성 측, 검찰 직무유기로 고발)

제보 내용처럼 증거 은폐 과정에 2급 이상의 직원이 연루돼 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위장 사무실 설치 의혹을 포함한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될 수 있다.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남재준 전 원장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서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에 대비해 위장 사무실을 꾸민 게 발각된 사건에 대해선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이제영 전 부장검사 등 당시 국정원 파견 검사 2명과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고모 전 종합분석국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제보자는 "대공수사를 하다 보면 혐의와 정황은 있으나 결정적 물증 부족으로 풀어주거나 법원 판결에서 무죄가 떨어지는 것은 병가지상사"라며 "그러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보에) 망설임이 있었으나 최근 일어난 동료 정치호 직원의 안타까운 죽음과 위의 사람들이 자랑스러운 대공수사국의 전통과 명예를 일순간에 엎어버리고 자신의 책임을 전가했고, 적폐청산TF 조사에서도 자신들은 유우성에 대해 수사 착수를 반대했으나 국장이 강권했다고 진술하는 등 아직까지도 나쁜 버릇을 버리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며 제보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 내용을 검찰에도 보냈다. 편견 없는 수사가 진행됐으면 한다"고 했다.

유우성 씨 변호인인 김용민 변호사는 제보 내용에 대해 "국정원 내부 직원이 아니라면 결코 알 수 없는 매우 구체적인 내용이라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유 씨와 변호인단은 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수사를 촉구할 계획이다.

국정원은 관련해 "관련 제보 내용을 입수했고 국민들이 한점 의혹을 갖지 않도록 감찰실로 하여금 철저히 조사토록 하겠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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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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