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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진짜 '게임 체인저'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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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반도 정세, 진짜 '게임 체인저'는 누구인가?

[진보논평] 파국 향하는 동북아 정세, 멈춰세워야 할 때

'북핵·미사일' 문제를 낳은 원인과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게 있다

이른바 '북핵·미사일' 문제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낳은 산물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지난 역사에서 보듯이 북이 '핵·미사일'을 추진한 결과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시행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지속한 결과 북이 '핵·미사일' 추진을 포기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 동안 미국은 대북적대정책을 완화·철회하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북핵·미사일' 문제를 해소·해결할 기회·계기가 계속됐지만 끝내 그러지 않았다. 미국은 그 때마다 '북한 책임(원인)론' 내세워 사실을 은폐·호도해 왔다. 이런 현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큰 다른 변수가 작용하지 않는 한 변할 가능성은 없다.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고수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이 점은 이제 더 이상 아무런 비밀도 아니다. 하나는 그것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지렛대(레버리지)가 된다는 점이다.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거나, 적어도 정치군사적 긴장 고조가 지속되는 한 한미동맹을 통한 한국의 대미 의존, 반대로 말하면 미국의 한국 개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일치한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부상 이후 이점이 더욱 중요해졌는데, 그것이 미국의 대 중국 전략, 더 직접적으로는 미국의 대 중국 봉쇄(압박) 전략, 즉 글로벌 차원에서의 미국의 아시아 회귀(재균형)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랬을 때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실제로 겨냥하는 타겟은 북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북 체제와 '북핵·미사일'은 그를 위한 일종의 매개·구실일 뿐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으로 인해 당장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체제와 정권 유지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일차적 당사자는 북이다. 북은 이 때문에 국가로서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유지하는 일이 계속해서 위협받고 있다. 알다시피 북은 지난 1994년에 미국으로부터 직접적 공격을 당할 뻔한 일촉즉발의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그 뒤로도 한미연합군사훈련 위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북에게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동시에 북 체제 내지 정권의 정당성 문제를 거론하거나, '북핵·미사일'의 실효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나아가 '반핵·평화(주의)' 입장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것은 정세적 맥락과 동떨어진 양비론으로써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역시 '선(북한) 비핵화'를 앞세우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강화시켜 줄 뿐이다.

따라서 지금 문제를 삼아야 할 핵심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은 그 자체로 그 어떤 정당성과 실효성도 없으면서 '북핵·미사일' 문제를 악화시키고, '한반도 비핵화'를 가로막는 진짜 원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중단시키거나 철회시킬 수 있는 힘이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바로 여기에 문제의 핵심, 즉 진짜 어려움이 있다. 원인이 명확하지만 그 원인을 해결할 실질적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지금으로서는 오직 '북핵·미사일'만이 그에 대한 현실적 대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북핵·미사일' 문제가 안고 있는 딜레마이자 비극이다.

사드 반대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 요구와 맞물려야 한다

사드 반대 연대 운동체인 '사드저지전국행동' 안에서 '한반도 비핵화'도 함께 요구로 삼을 것인가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는 현실에서 북의 '선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이는 정확히 미국의 입장이며 한국 보수(우파)의 주장이다. 이 점은 문재인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과정에서 단계(선 동결, 후 비핵화)를 도입하자는 것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실 이는 말했듯이 '반핵·평화(주의)' 단체를 포함하여 운동진영 일부에서도 이미 그런 주장을 하고 있었다. '반핵'과 '한반도 비핵화'를 분리하기가 쉽지 않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건너 뛸 경우 결과적으로 '북핵'을 용인하는 것으로 비칠 것을 우려한 때문일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사드 반대와 '한반도 비핵화'를 묶거나 연동시키려는 것은 잘못이다. 한 때 '한반도 비핵화' 요구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유효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북이 '핵(무기) 보유국'이 된 오늘의 현실에서는 안타깝게도 그렇지가 못하다. '한반도 비핵화'는 현실에서 실패했으며 파탄 났다. 다시 말해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북미관계, 남북관계를 재정립 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비핵화' 요구는 이를 위해 어떤 도움도 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게 될 뿐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북의 '선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이 명백한 현실에서 북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에 가깝다. 그럴수록 북은 핵무기 고도화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더욱 정교화 하려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현실도 이미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드저지전국행동' 안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함께 요구해야 한다고 제기하는 단체는 아마도 그것이 사드 반대의 정당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안(방편)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논리적, 현실적 차원 모두에서 정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미국과 한국 지배세력의 논리는 사드 배치가 '북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말했듯이 북이 '선 비핵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럴 경우 사드 반대는 논리적,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즉 '북핵·미사일' 문제를 낳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은 전면에서 사라지고 그 산물일 뿐인 북의 '핵·미사일'이 원인으로 둔갑하여 사드 배치를 오히려 정당화시켜 주게 된다. '한반도 비핵화' 요구는 이러한 논리적, 현실적 악순환을 불러일으키게 될 뿐이다.

사드 반대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 요구와 함께해야 일관성을 가질 수 있으며, 사드를 실질적으로 철회시킬 수 있는 현실적 계기를 포착할 수 있다. 사드 반대는 사드 배치 여부만을 문제 삼는 단일 사안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사드의 효용성 여부, 환경영향평가 문제, 중국의 반응 등을 문제제기 하는 것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사드 반대는 그동안 은폐·호도되었던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폭로하고 이를 철회시키기 위한 일환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날로 긴장이 고조되고, 또한 군비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를 완화시키기 위한 과정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사드 반대 투쟁은 북을 향하거나 문재인 정부를 겨냥하는 것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북에게 원인과 책임이 있지도 않거니와 문재인 정부에게도 그럴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사드 반대는 일관되게 미국에 과녁을 맞춰야 한다.

한국 노동자민중이 한반도, 동북아 정세의 '게임 체인저'로 나서야 한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8월 29일, 북은 비행거리 2700km, 최고도 550km에 이르는 '화성-12형' 중거리(IRBM)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김정은)은 이번 발사가 "한미연합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에 대한 단호한 대응조치의 서막이자 미군 기지가 있는 괌을 견제하기 위한 전주곡"이라면서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할 것이며 그에 따라 차후 행동을 결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일본 상공(홋카이도)을 비행하고 최초로 실제 사격에 가까운 정상 각도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제까지보다 한층 긴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괌을 직접 목표로 하지 않고, 또한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북이 나름의 수위 조절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북의 ICBM이 미국 본토에 다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게임 체인지'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의 '북핵·미사일' 문제가 아직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었다면 그러한 상황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된 상태를 이르는 것이다. 그랬을 때 '게임 체인지'는 북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더 나아가 직접적인 군사 작전을 통해서든, 아니면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든 간에 어쨌든 '북핵·미사일'이 더 진전되는 것을 실질적으로 막아야 하는 정세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북핵·미사일' 문제로 형성된, 아니 더 정확하게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야기한 동북아, 한반도 정세가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는 것을 가리킨다. 즉 이제까지의 지루한 악순환이 '파국'을 통해서든, 새로운 돌파구를 통해서든 결판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오바마 시기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를 실패로 규정하고,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말하고 있지만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실제 효과도 다를 바 없다. 중국은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 병행 추진")을 말하고 있지만 원칙론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해결을 주도하고 있지 못하다. 문재인 정부 또한 압박만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말하며,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스스로 운신의 폭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북 또한 '게임 체인지' 정세를 이끌어 냈지만 스스로 '게임 체인저'가 되기에는 그 역량과 의지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으로 하여금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겠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선언 하게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지 않는 한 '게임 체인지'는 동북아, 한반도 정세를 사실상 극단적으로 고조시키는 의미밖에 가질 수 없다.

이토록 동북아, 한반도 정세가 '게임 체인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게임 체인저'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안타깝게도 정세는 '파국'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를 멈춰 세울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 노동자민중이 정세의 전면에 나서는 것이다. 한국 노동자민중이 동북아, 한반도 정세의 물길을 바꾸는 정치적 주체로 등장하는 길이다. 한국 노동자민중에게는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 지난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릴 때와 같은 전면적이고 지속적인 투쟁을 벌인다면 가능하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한반도 노동자민중이다. 한국의 노동자민중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게임 체인저'로 떨쳐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세계 노동자민중의 연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런다면 한국의 노동자민중은 북에 대한 지렛대(레버리지)마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것만이 '게임 체인지'를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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