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 인생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알게 된다면, 뭔가를 바꾸시겠어요?"
"아마도…. 느끼는 걸 더 자주 말하려 하겠죠."
요즘 상영 중인 영화 <컨택트>의 말미에서 남녀 주인공이 나눈 대화입니다. 과거 흥미롭게 본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와 동일한 제목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외계생명체와 인류의 만남을 주 내용으로 합니다. 그러고 보니, 외계생명체와 직접 만나는 주인공이 여자이고, 남성은 주인공의 조력자라는 점, 그리고 미지와의 조우를 테마로 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나아가 두 영화 모두 지금 우리 삶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도 꽤 닮았습니다.
여하튼 영화 속 저 질문에 저 또한 비슷한 답을 했습니다. 모든 순간을 다 알게 되어도 지금처럼 살리라고 말이죠. 마치 세상의 마지막 날임을 알게 된 소설 속 사람들이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잘 자"라고 말하며 잠에 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영화 속 대사처럼, 지금을 조금 더 생생하게 살기 위해 더 노력할 것입니다. 영화 <컨택트>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 그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컨택트>의 주인공이 미래를 본다면, 유전자는 생명의 모든 정보를 담은 지도가 될 것입니다. 왓슨과 크릭이 인간 DNA 구조를 밝힌 후, 유전자는 생명과학과 의학에 던져진 마지막 화두로 여겨졌습니다. 이미 최근에는 유전자 검진이 일반 건강검진처럼 이루어지리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신의 유전자가 어떤 질병에 걸릴 확률이 큰지를 알고 이를 대비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한 맞춤치료를 한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상상의 나래를 펴면 탄생 순간부터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태어나는 것을 막거나, 자신과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클론을 만들어 몸을 바꿔가는 영화 이야기가 공상으로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두려운 마음도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전자를 검사해서 그 사람의 건강을 예측하고,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이를 고치고,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건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연구 덕분에 병에 걸린 사람의 고통을 해결하는 것마저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생명의 영역마저 기술만능주의로 빠지는 상황, 생명을 기술 제품처럼 여기게 되는 세상을 걱정할 뿐입니다.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세상은 언뜻 지금보다 더 나아보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술에 인간 삶이 매몰되어 버린다면 우리는 인간다움을 더 잃을 지도 모릅니다. 생명이 통제 가능한 그 무엇처럼 여겨질수록 이런 현상은 가속화할 것입니다.
다시 영화 속 대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내가 기억하기에, 내 머릿속에는 온통 별에 대한 생각뿐이었어요.
그랬던 내가 가장 놀란 순간이 언제인지 알아요?
그들을 만났을 때가 아니었어요.
당신을 만났을 때에요."
앞으로 펼쳐질 세상을 저는 조금 비관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삶마저 우울해할 필요는 없겠지요. 병으로 힘들어 하는 분께도 드리는 말이지만,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면서, 지금 우리의 시간이 주는 축복을 만끽하며 사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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