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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의원은 왜 경찰개혁을 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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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의원은 왜 경찰개혁을 말하지 않을까?

[기고] 반기문 이후⑥ 시민이 깨어있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오지 않는다

표창원 의원, 비록 최근 물의를 빚은 사안도 있지만 대단히 활발한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대체로 바람직하다. 필자도 그의 문제의식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경찰 출신으로서 왜 경찰 개혁에 대한 주장은 거의 없는가라는 점이다. 지금 경찰 조직은 용산 참사나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을 굳이 다시 들출 필요도 없이 문제가 대단히 많고 개혁의 중요한 범주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평소 사회 제반 문제에 대단히 개혁적인 표창원 의원이 경찰의 현실에 대하여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왜 정작 경찰 개혁에 대해서는 언급이 거의 없을까? 경찰 조직을 대표하는 경찰 조직의 추천 케이스도 아닌데.

그리고 그 많은 서울대 출신 국회의원들은 왜 서울대 개혁에 대하여 말하지 않고 있을까? 또 많은 교수 출신 국회의원들은 왜 문제투성이인 교육계의 개혁을 말하지 않는가? 언론계 개혁에 적극적인 기자 출신 국회의원도 드물다. 관료 출신 국회의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왜 유명해지면 모두 국회의원만 되려고 할까?

우리 사회의 큰 병폐 중 하나는 각 분야에서 출세한 사람들 모두가 국회의원이 되고자 열망하고 또 국회의원이 되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언젠가부터 변호사, 교수, 기자를 비롯하여 배우, 아나운서, 가수, 바둑 기사까지 좀 이름이 유명해졌다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자천타천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국회의원이 된 뒤 무엇을 하였나? 우리 사회와 국가를 개선하고 바꾸는 데 기억에 남을만한 어떤 성과가 있었는가? 필자가 과문한지 모르지만, 그러한 사례를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자기가 몸 담았던 분야의 개혁을 실천한 경우는 더욱 보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결국 모두 출세에만 목표를 둔 매명(賣名)주의, 출세주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사태가 이러니 우리 사회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되는 것 아닐까? 그러한 왜곡된 현상들이 쌓여서 결국 오늘날 우리 사회가 기본이 무시된, 나라 같지 않은 나라로 전락하게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우리 인간 사회란 구성원들 각자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맡은 바 그 직분을 다할 때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어떤 자리에서 유명해지면 마땅히 발 딛고 서 있는 바로 그 곳에서 모든 힘을 다해야 함이 한 인간으로서의 기본이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임무일 터이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사회가 전진하고 진보한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문제부터, 그리고 자기가 몸담고 있는 바로 그 현장에서 개선 방안을 제기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의미 있게 발전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되어야 한다. 경찰 개혁에 대한 표창원 의원의 방안을 기대한다.

참여하라, 조직하라, 행동하라

장엄하게 타오른 촛불민심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 과연 개혁이 실현될 수 있을까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갖고 있다.

언제 쉽게 일이 이뤄질 때가 있었던가? 우리가 사는 이 사회, 이 나라를 변화시키고 개혁한다는 일은 참으로 지난한 실천을 필요로 한다.

이제 지구전으로 끈질기게 간다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 어차피 하루 이틀에 끝날 우리의 운동이 아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맞서 장장 443일이나 천막농성을 전개하여 끝내 승리를 거뒀던 실천 행동은 모범적 사례다. 각자가 서 있는 직장에서 그리고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각자의 특성에 맞춰 가능한 실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리하여 참여하고 조직하고 행동해야 한다.

스페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생 진보정당 포데모스도 대졸 출신의 청년들과 노동자,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1000개 이상의 풀뿌리 운동에 토대를 가지면서 신속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포데모스는 번역하면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말 우리도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경기도 양수리에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협동조합 '두머리부엌'이 있다. 로컬 푸드, 슬로푸드의 환경식품으로 운영되는 식당으로 착실하게 자리잡게 된다면 지역 근거지를 확보하고 지역에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시너지효과를 창조해내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주적 주민 지역조직들이 전국적으로 각 지역사회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한다. 뚜벅뚜벅 내일을 향해 한 걸 한 걸음 실천해 나가자.

시민이 깨어있지 않으면 정권교체가 돼도 민주주의는 오지 않는다

나아가 민주적 지자체장이 선출된 지역에서 특성에 맞춰 조례 제정 등을 통하여 직접민주주의와 시민주권의 자치를 실천하는 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지역이 강해야 민주주의가 보장된다. 독일의 시민단체들은 지방자치제도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리고 1990년 쉴레스비히-홀스타인 주에서 지방자치법이 대대적으로 개정되면서 광범위한 주민 참여를 보장하게 되었다.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주민청원이다. 일정한 수의 주민이 청원한 사항에 대하여 지방의회는 일정 기간 내에 반드시 심의하여 결정해야 한다.

둘째, 주민회의다. 지방자치단체는 최소 1년에 한번 이상 지역의 중요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주민회의를 소집해야 하며, 여기에서 집약된 의견은 해당기관에서 일정 기간 내에 심의되어야 한다.

셋째, 주민투표다. 일정 수의 주민은 지역의 중요 문제에 대하여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지방의회 의원의 2/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지금 입만 열면 모든 것을 다해줄 것 같은 대선 주자들이 이 나라를 잘 만들어서 우리에게 선물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좋은 권력, 착한 권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깨어있지 않으면, 정권교체가 된들 그들은 또 다른 '지배자'로 우리 위에 군림하게 될 뿐이다. 민주주의는 오로지 우리 시민들의 힘에 의거해서만 담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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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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