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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괴담'은 왜 만들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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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괴담'은 왜 만들어지나?

[안종주의 안전 사회] '박근혜 세월호 7시간'의 비밀

'박근혜 세월호 7시간'이 하나의 의미를 지닌 단어처럼 되어가고 있다. 아니 이미 일반 상식 용어가 됐다. '박근혜 세월호 7시간'이란 일반 명사는 이제 대학 입시에서 논술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요즘 우리가 수백 년 전 궁중에서 일어났던 일을 흥미진진한 사극으로 안방에서 보듯이 먼 훗날 후손들도 이를 소재로 한 사극으로 분명 보게 될 것이다.

보수 우익들의 헬게이트로 굳어가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민낯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종종 썼던 '멘붕'이 피의자 박근혜-최순실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맹목적 충성(맹충)을 보였던 부역자들의 비정상 혼을 지배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7시간'의 진실을 감추기 위해 시민들이 제기한 의혹들을 모두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다.

괴담. 박근혜 정권 들어 특히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괴담'이란 말의 원조는 2008년 벌어졌던 '광우병 촛불 시위'로 멘붕에 빠졌던 이명박 정권이었다. 하지만 만개한 것은 박근혜 정권 때였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로 인해 오염된 방사성 수산물 수입,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대유행 때 국민이 궁금하게 여겼던 일과 누리꾼들의 비판에다 죄다 박 정권은 '괴담'이란 낙인을 찍어 책임을 모면하려 했다. 박근혜 정권에 '맹충'하던 이들은 진실을 은폐하려 하거나 진실을 드러내기 곤란한 일이 생길 때마다 '조자룡 헌 칼 쓰듯'이 '괴담'이란 말을 휘둘렀다.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국민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 귀중한 시간, 즉 골든타임에 도대체 대통령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궁금함과 함께 짙게 배인 분노 때문이다. 문제의 7시간에 대해 그때는 물론이고 2년 반이 지난 지금도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거나 그런 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자기고백에 다름 아니다.

지난 19일 밤늦게 많은 시청자들은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 눈과 귀를 맡겼다. 광화문 시위에 참가했다 돌아온 나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방송은 대통령이 되기 직전의 유력 대선후보 시절의 박근혜가 차움의원에서 줄기세포 불법 미용 시술을 받았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기는 했지만 만인이 궁금하게 여겼던 그 '7시간의 미스터리'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드러내주지 못했다.

박근혜 7시간의 실체는 역사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나

박근혜의 7시간은 결코 미스터리가 아니다. 7시간 동안 유체 이탈 현상이 일어났거나 최태민이 능력을 발휘했다는 영혼 교환이 일어나지 않은 이상 당사자가 누구보다도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 그 곁을 늘 든든하게 지키며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최순실과 그 부역자들인 '십상시'도 분명 알고 있을 터이다.

그들이 입만 벙긋하면 될 터인데 '진짜 7시간의 진실'에 대해 내용도 잘 모르는 최근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홈페이지에 '괴담'이라며 앵무새 같은 해명만 늘어놓고 있다. 그 7시간 동안 대통령에게 17차례나 서면 보고와 유선 보고를 했다는 말만 되뇐다. 마치 테이프가 다시 감겨 계속 같은 내용만 반복해 들려주는 고장 난 녹음기처럼.

먼저 17차례나 시간 단위가 아니라 분 단위로 자주 자세하게 보고를 했다는 말이 진실이라고 하자. 이것이 진실이 되려면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은 즉각 회의를 주재하고 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대통령의 몸과 정신 상태가 정상적 보고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거나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 아니라 '십상시'에게만 했고 십상시들이 실제로는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안보실장이든, 해양경찰청장이든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면 녹음된 대화를 제시하면 '괴담'은 사라진다. 하지만 박근혜는 이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는 평소 깨알 지시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순실이 일러바친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 과장들의 이름을 장관에게 들먹이며 "그 사람들 아직 그 자리에 있어요"와 같은 깨알 관심을 드러내 이들은 모두 옷을 벗었다. 검찰의 최순실 등에 대한 공소장에서 드러난 박근혜의 깨알 지시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깨알 같아 국민 모두를 놀라게 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초등학교 친구 부모의 사업까지 깨알같이 챙긴 것이 박근혜다.

수백 명의 생명이 달려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이자 국가 차원의 위기임을 텔레비전을 단 1초라도 보았다면 단박에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데 대한민국에서 단 한 명만 이를 몰랐던 것 같다. 대한민국 수천만 명이 그 자리에 있더라도 모두 말할 수 있는 '인명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라'는 지시 같지 않은 지시를 대통령이 했다는 청와대 홈페이지 해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런 이유로 대면 보고는 단 한 차례도 없었지만 대통령이 17차례나 직접 보고를 받았다는 해명은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정확하게 누가 17차례나 대통령과 전화를 했고, 보고 문서를 전달했는지를 말하지 않는 것을 보면 실제로는 보고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무엇이 진실일까? 지금도 퍼즐 맞추기는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여러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윤회와의 밀애설'과 '최태민 추모 굿 설'에서부터 얼굴 미용 시술설, 그리고 이와 덧붙인 '프로포폴 마취 시술설'에 이르기까지 온갖 설들이 그럴듯한 추측과 설명을 곁들여 난무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면증에 따른 수면제 복용설(<프레시안> 강양구 기자)과 평범한 여객선 사고 정도로 알고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대통령의 무관심설(인기작가 김진명)까지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 '불면증' 박근혜, '세월호 7시간' 수면제 취해 잤나?, 박근혜, '줄기세포'도 '프로포폴'도 아니다)

괴담 부추기는 청와대 홈페이지 괴담 해명

이 가운데 모범답안이 있을 수 있다. 아니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와 청와대는 '너희들 국민이 답을 맞혀봐'식의 대응만 하고 있다. 삼척동자도 납득할 수 있는 해명만이 그들이 말하는 '괴담'을 잠재울 수 있다. 온갖 설과 괴담이 난무하는 것은 이런 설을 만들어 내거나 퍼트리는 시민들에게 책임이 있지 않다.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숨기려는 쪽에 있다. 이미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은 수많은 거짓을 국민에게 밥 먹듯이 해댔지만 그런 거짓말, 특히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한 거짓은 도도한 역사의 물결 속에서 그 실체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에서 확실히 알게 된 것은 당시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의미 있는, 즉 세월호 승객과 그 가족, 이를 지켜보며 발만 동동 구른 국민에게 위안이 되고 도움이 되는 일을 터럭만큼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 뒤 대국민 담화문을 읽으면서 보인 눈물도 거짓의 눈물이었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세월호 7시간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지 않은 것은 물론 그보다는 배에 갇힌 단원고 학생 등의 생사조차 아직 불분명한 참사 다음 날인데도 체육계 비리(실은 승마 관련 최순실-정유라 모녀 문제)에 더 관심을 보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뒤 세월호 진실을 밝히려는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 야당, 시민단체의 열망을 줄곧 무참하게 짓밟은 것에서도 거짓 눈물의 실체가 잘 드러났다.

세월호 7시간에서 우리가 확실히 알게 된 것은 또 하나 더 있다. 7시간 동안 대통령은 제대로 된 정보를 파악해 상식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판단도 못하고 정보도 받을 수 없는 상태, 그 무엇이 진실이다. 이것이 괴담이라고 말하고 싶다면 박근혜와 지금 청와대 관계자가 아닌 김기춘 비서실장 등 당시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활동을 알 수 있었던 이들이 깨알 같은 해명을 해야 한다. 음성녹음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 세력 민낯 알아야 새 세상, 안전 사회 열려

박근혜의 '성형 얼굴'이 아니라 그동안 꼭꼭 숨겨져 왔던 그의 민낯을 드러내려던 언론 등의 시도나 움직임에 대해 '찌라시' '국기 문란 행위' '부패언론과 좌파 세력들의 합작 음모' 등으로 매도했던 음험한 거짓들을 이제 국민은 날이 갈수록 뼛속 깊이 깨달아가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박근혜를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보수 세력이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고도 한다.

여기서 군부 독재와 부패 보수 세력에게 줄곧 속고만 살아온 국민들에게는 표를 달라는 정치 세력이 진짜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보수인지, 보수의 얼굴을 한 또 다른 부패 세력인지 옥석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와 혜안을 지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 보수는 분명 필요하지만 부패한 보수는 거들떠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그 일당은 부패한 보수 세력임이 만천하에 드러나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들에게 많은 국민이 그동안 속아왔지 않은가. 많은 보수 언론들이 여기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깊이 새겨야 한다.

세월호 7시간은 국민에게도 깊은 깨달음을 주고 있다. 더 이상 정치적으로 분칠하고 성형한 얼굴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에서는 늘 보톡스와 태반 주사 등으로 정책을 마사지하려 한다. 국민은 종종 그런 정책에 잘도 속는다. 박근혜를 찍은 많은 유권자들은 경제 민주화와 국민 행복에 별로 관심이 없고 오로지 최순실 모녀와 그 부역자들의 물욕에 관심이 있었던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의 실체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그에 따른 고통을 겪고 있다.

이제 박근혜 시대는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 다시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하지만 그 새 세상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이 행복하리란 보장은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부패 세력들의 싹을 죄다 자르고 뿌리를 뽑지 않는 한 안전 사회 또는 안전 지향 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부패 세력의 씨앗은 박정희 유신 정권이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박근혜 너머'를 말할 자격이 있다. 새로운 시대는 박정희-박근혜를 함께 영원히 봉인할 때만이 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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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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