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박근혜, '줄기세포'도 '프로포폴'도 아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근혜, '줄기세포'도 '프로포폴'도 아니다

[기자의 눈] <그알>도 밝히지 못한 '대통령의 시크릿'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7시간의 행적을 놓고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19일 '대통령의 시크릿'을 방송했고, <한겨레21>도 취재 결과를 기사로 내놓았습니다.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했지만,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저 역시 18일 조심스럽게 그날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가설' 한 가지를 내놓았습니다. (☞관련 기사 : '불면증' 박근혜, '세월호 7시간' 수면제 취해 잤나?)

일단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만, 대부분은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럴 만합니다. "굿"이나 "성형 시술"은 아니더라도 "프로포폴"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고작 "수면제"라니요. 하지만 자기가 머릿속에 짜 놓은 '음모'에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과 다를 게 없는 태도입니다.

더구나 대통령이 수면제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잠을 못 잘 정도의 건강 상태이고,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는 동안 사실상 국정 운영이 중단 상태에 빠졌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다시 왜 박근혜 대통령이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실과 세월호 7시간을 연결하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보겠습니다.

새로운 증언 : "박근혜는 불면증"

저는 지난 기사에서 밝힐 수 없는 취재원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은 불면증"이라는 제보를 받았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기사를 내보내자마자 공개 증언이 나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승리 1등 공신 가운데 하나인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프레시안 창간 15주년 기념행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애초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취임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도 긴박한 상황에서 후보가 보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한 번은 안대희 당시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회의를 갔는데 박 후보 얼굴에 다크 서클이 심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며칠 잠을 못 잔 것 아닌가 싶더라.

김기춘 비서실장이 '대통령은 깨어 있으면 집무 중이시고 주무시면 퇴근한 것'이라고 말한 게 흥미롭지 않나. 최근엔 종교계 인사를 만나 '잠이 보약' 아니, '잠이 최고'라고 했다고 하는데, 이런 게 지금 사태와 연관이 될지 모르겠다. 좀 특이한 무언가가 사태 한가운데 있다고 보여진다."

이상돈 의원의 증언에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최측근 중 상당수가 인식할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이 '불면증'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긴박한 상황"에서도 이유를 알 수 없이 '연락 두절'이 된 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사실(fact)'을 염두에 두고 지금까지 알려진 그날(2014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살핍시다.

사실 1 : 박근혜는 '청와대'에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4월 16일 청와대의 '관저'에 있었습니다.

음모론에 꽂힌 이들은 박 대통령이 4월 16일 청와대가 아닌 제3의 장소에 있었을 가능성에 아직도 무게를 둡니다. 하지만 청와대 시스템을 조금만 취재해 보면 이것이 얼마나 무리한 주장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청와대 밖으로 가려면 경호실 직원의 동행이 필수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행적은 대부분 노출이 됩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4월 16일 행적을 놓고서 이토록 여러 언론이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데, 그날 박 대통령의 외부 행적을 알고 있었던 모두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비합리적입니다. (대개의 음모론이 진실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두 사람도 비밀을 지키기 어려운데, 여러 사람이 일사불란하게 입을 꾹 다물고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러니 박근혜 대통령은 4월 16일 청와대, 그것도 청와대의 해명대로 관저에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이런 사실은 <한겨레21> 등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왜 업무 시간에 관저에 있었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아래에 나옵니다.

사실 2 :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실일 가능성이 낮다

<그것이 알고 싶다> 또 <뉴스룸> 같은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용 시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비공식적으로 들락거렸던 김상만 의사가 성형외과 의사고, 박 대통령이 과거에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적이 있고, 최순실도 그런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게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입니다.

일견 그럴 듯해 보이는 가설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명성, 또 <뉴스룸>이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보였던 활약 때문에 이런 보도에 많은 이들이 솔깃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이런 가설이 사실일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이는 전문가 몇몇과 상의해서 내린 결론입니다.)

첫째, 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할 때는 전신 마취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박 대통령이 설사 관저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세월호 상황을 비롯한 여러 국정 운영 상황을 체크할 수 있습니다. 이러면 4월 16일 오후 5시 15분에 갑자기 나타나 엉뚱한 말을 쏟아낸 박 대통령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드냐?")

둘째, 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할 때는 보통 다섯 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박 대통령이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게 오후 5시 15분입니다. 최소한 4시 정도부터는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 방문을 위해서 준비를 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면 그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12시 50분께 최원영 당시 고용복지수석과 기초 연금법 관계로 10분 동안 전화 통화도 했습니다. 물론 전신 마취를 한 상태가 아니었으니 치료 도중에 전화 통화를 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곧바로 앞에서 제기한 의문으로 연결이 됩니다. 치료 도중에 최 수석과 통화를 할 정도였다면, 세월호 상황을 파악 못했을 리 없잖아요?

셋째, 줄기세포 치료를 하려면 의사를 비롯한 외부 의료진이 청와대에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청와대 관저 내에 박 대통령 외에 다른 외부인이 그것도 여럿이 있었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청와대 경호실도 부인을 하고 있고, 의혹을 사는 의료진도 그날 자신의 행적을 밝히고 있고요. (<뉴스룸>이 21일 또 다른 의료인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지켜봐야 하겠지만,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관련자가 많을수록 비밀은 지키기 어렵습니다.)

가설 1 : 박근혜 대통령은 약에 취해 잤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은 불면증 때문에 전날 잠을 자지 못했고, 일정이 없는 4월 16일은 관저에서 오전 업무를 처리하고 눈을 붙일 계획이었을 거라고 '가정'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생각한 그가 관저에서 업무를 봤던 이유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지만, 박 대통령은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구조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바로 이 대목이 꼭 해명되어야 할 대목입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한겨레21>은 당시 청와대 상황을 이렇게 전합니다. (이미 제가 이전 기사에서 지적했던 내용입니다.)

"전 청와대 관계자는 (…) '오후 1시30분 전까지는 상황이 급박한 줄 아무도 몰랐다. 대부분 구조됐다는 보도와 보고가 있어 다들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청와대 보고라고 별다른 것이 없다. 언론 보도를 기초로 보고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에 앞서 청와대 보좌진조차 오후 1시 30분께까지는 상황의 긴박성과 중대성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1시 30분 이전까지는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겠죠. 그래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원영 당시 수석과 통화를 하고 나서인 1시 이후에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밤을 샜고 오전 내내 깨어 있었을 테니) 낮잠을 청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스틸녹스'로 알려진 '졸피뎀' 같은 수면제를 먹고서요.

가설 2 : 프로포폴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연예인 몇몇이 중독되어서 '마약'으로 인식되는 '프로포폴'을 맞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역시 프로포폴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프로포폴은 고작 30분 정도의 짧은 작용 시간을 가집니다. 그러니 수면을 유지할 수 있도록 30분 단위로 적정량을 정맥 주사로 계속해서 투입해 주어야 합니다.

즉, 훈련된 의료진과 같은 제3의 인물 없이 박근혜 대통령 혼자서 프로포폴을 투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최순실 씨가 옆에서 정맥 주사로 프로포폴을 계속해서 넣어줬다고요?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말 그대로 엽기적인 상상 같습니다. 제가 프로포폴을 애초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입니다.

가설 3 : 왜 아무도 깨우지 않았나?

졸피뎀 같은 수면제에 취해서 자고 있더라도 누군가 깨우면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자고 있었더라면, 왜 오후 1시 30분 이후 끔찍한 세월호 상황이 청와대에 공유가 되고 나서도 아무도 박 대통령을 깨우지 않을까요? 이 대목은 저 역시 풀지 못한 수수께끼입니다.

하지만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한겨레21>은 '정호성 당시 제1부속실장이 세월호 상황 보고를 꺼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보좌해온 정호성 부속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저렇게 자면 일어날 때까지는 말 그대로 인사불성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게 아닐까요?

실제로 수면 유도제의 성격이 강한 기존의 졸피뎀에 더해서 수면 유지 기능을 강화한 수면제(스틸녹스CR)를 복용하거나, 졸피뎀과 함께 수면 유지제 디아제팜을 함께 복용하면 말 그대로 "시체처럼" 자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쯤해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한 마디가 섬뜩하지 않습니까?

"대통령은 깨어 있으면 집무 중이시고 주무시면 퇴근한 것."

결론 : 불면증도 낮잠도 죄가 아니지만…

이전 기사가 나가고 나서 '아니 잤으면 잤다고 말하지 왜 숨겼겠느냐'고 반론을 하는 이들도 보았습니다. 사실 불면증을 앓고 있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대통령이라도 낮잠도 잘 수 있습니다. 하지만 4월 16일 세월호가 바다 속에 가라앉은 그 시점은 분명히 대통령이 낮잠을 자기에는 부적절한 상황이었습니다.

더구나 저의 가설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그냥 잔 게 아니라 수면제에 취해서 정신을 못 차렸다면, 그래서 감히 보좌진도 깨울 생각을 못할 정도의 상태였다면 상황은 더욱더 심각합니다. 만약 그때 북한이 도발이라도 해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일분일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서너 시간 후에야 박 대통령이 막 자다 깬 얼굴로 이렇게 횡설수설한다면?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심한 불면증을 앓았고, 이를 극복하고자 수면제를 비롯한 여러 의료 처치에 의존해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그 과정에서 알레르기가 원인으로 생기는 증상인 '다크 서클'도 심했겠죠. 그리고 이것은 후보 시절 또 그 이전부터 자신의 콤플렉스였을 것입니다. (마침 변호인이 "대통령 전에 여성"이라고도 얘기했죠?)

이런 콤플렉스가 또 (자칫하면 자질 논란이 일 수 있는) 국가 원수의 민감한 건강 정보가 공론이 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지 않았을까요? (힐러리 클린턴도 이번 미국 대선 유세에서 공개 석상에서 쓰러질 뻔 한 일을 두고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면서, 상대 측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주요 공격 포인트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7시간의 '진실'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약 이 가설이 진실이라면, 이 역시 박 대통령이 애초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는 부적절한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에 그가 평소에 어떤 약을 복용하고 또 어떤 의료 처치를 받아왔는지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박 대통령의 의료 정보도 그 자체로 민감한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보호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의 의료 정보는 개인 정보이기 이전에 국정 운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적 정보이기도 합니다.

생각 : '대담한 해석'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겠습니다. 지난 기사도 그렇고, 이번 기사도 '사실'이 주가 되어야 할 통상적인 기사의 꼴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기자가 해야 할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주 작은 파편적인 사실 한두 개로 진실을 구성하는 '대담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처럼 공개된 정보(사실)가 극히 제한적이고, 또 관련자가 적어서 내부 고발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도대체 그 일곱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솔직히 고백하고,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에게 사죄하기를 바랍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