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 집회' 민심을 확인한 새누리당이 분당 수순을 밟고 있다. 13일 새누리당 비주류에선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앞장서 '질서 있는 퇴각' '법에 따른 정국 수습' 등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을 언급했다. 당 지도부 사퇴와 대통령 탈당 요구도 그 어떤 때보다 거세게 쏟아졌으며 원외 당협위원장 5인은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를 보란 듯 친박계로만 구성된 당 지도부는 '1월 21일 조기 전당대회'와 '총리 협상을 마친 후 지도부 사퇴'를 쇄신책이라고 발표했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1월 귀국 시까지 '버티기'에 돌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새누리당 내부가 이처럼 강대 강 구도로 굳어지고 있는 만큼, 분당에 준하는 당 해체가 불가피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미래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와 직결된다. 이미 청와대는 여러 차례 '내·외치 구분 없는 대통령의 2선 후퇴는 없다'는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이정현 대표가 자리를 유지하는 이상 총리 및 거국 내각 협상은 없다고도 했다. 거국 내각 카드가 정국 수습책으로서의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비주류 내에서 '탄핵'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된 만큼 정국은 여야를 불문하고 박 대통령 탄핵 추진을 둘러싼 논의로 급속하게 빨려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도 이번 주 후반 예고되어 있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이번 주 최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이날 오후 새누리당 비주류는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비상 시국 회의'를 열었다. 새누리당 129명 의원 중 42명이 참석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당협위원장 등도 49명이 참석했다. 참석자 총 91명 중 28명이 발언 신청을 하고 연단에 나서 회의는 예상보다 장시간 이어졌다.
주목할 점은 새누리당 현직 의원들 입에서 대통령 탄핵, 또는 퇴진 등을 촉구하는 발언이 여러 차례 나왔다는 것이다. 특히 김무성 전 대표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 위배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 이후 장내는 술렁였다. 비주류 일부 의원들이 대통령의 퇴진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앞서 꺼내놓기도 했으나, 김 전 대표는 에두르지 않고 탄핵을 곧장 거론한 터였다.
김 전 대표는 회의 후 취재진에게 보낸 입장문에서는 "국정 마비 상황을 하루속히 질서 있게 수습할 헌정적 절차는 탄핵 밖에 없다"면서 "탄핵 추진의 법률적 요건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법률적 요건'에 대해서는 헌법의 최종적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위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1조 1항이 위배되었다는 지적이다. 김 전 대표는 "제3자 뇌물공여, 공무상 기밀 누설, 대통령 기록물법 위반 등 실정법을 위반한 혐의도 (박 대통령이) 받고 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헌법을 위배한 대통령을 그대로 둔 채 탄핵 추진에 따른 정치적 역풍만을 계산하며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며 다만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돼야 하는 만큼 탄핵 추진 시점은 검찰의 대통령 조사와 1차 수사 결과 발표가 있은 직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김무성 "탄핵 추진 역풍 계산은 직무 유기"…원외 5명은 단식 돌입
비주류 중진인 정병국 의원도 이날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한다면, 대통령이 질서 있게 퇴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은 우리 새누리당의 청산"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 마음에 없고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라면서 "우리에게는 딱 한 가지 선택이 있다. 질서 있는 퇴진이다.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으로 사임을 선택하기를 거부한다면 새누리당이 주도해서 질서 있는 퇴진을 할 수밖에 없다"며 탄핵 불가피를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순실 사태는 "특정인의 일탈이 아니다. 몸통이 대통령"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내치 외치를 떠나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했고, 이사철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임기 4년을 마치는 내년 2월 말쯤 하야한 뒤 관련 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유승민 의원은 이날 박 대통령 탈당과 탄핵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유 의원은 "이제는 대통령도 당도 모든 것을 던져버려야 할 때"라고 했지만 대통령 탄핵 및 탈당 입장을 취재진이 묻자 "거기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회의를 마치면서는 △ 새누리당 해체 추진 △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 국정 정상화 최우선 등을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아울러 현 지도부와 별도의 의사 결정 기구를 만들기로 해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당이 접어들었다.
김상민(경기 수원을), 김진수(서울 중랑갑) 이기재(서울 양천갑), 이준석(서울 노원병), 최홍재(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이날 국회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것도 주목된다. 이들은 이날 새누리당사를 찾아 최고위원회의를 진행 중인 당 지도부를 면담했으나, 즉각적인 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따라 단식 농성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당내 비주류 요구에 대한 이 대표의 이날 대답은 '1월 21일 조기 전당대회' 개최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 후 기자회견을 통해 △ 내년 1월 21일 조기 전당대회 진행 △ 총리 임명 및 내각 출범 즉시 당 대표직 사퇴 △ 대선 후보의 당권 도전을 보장하는 당헌 개정을 쇄신책으로 제시했다.
이를 두고는 이 대표가 1월 귀국을 예고한 반기문 사무총장의 당권 도전 포석을 깔아주며 정권 연장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의 조기 전대 계획안에 대해서 비박계에서 이미 "일고의 가치도 없는 꼼수"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 관련 기사 : 이정현, 반기문 귀국까지 '버티기'?…"1월 조기 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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