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4명을 포함해 41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세퓨(Cefu)'의 원재료가 덴마크가 아닌 중국에서 수입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PHMG는 옥시의 주 원료로 알려진 물질로, 그간 보건 당국은 세퓨의 주 원료가 PHMG가 아닌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닌(PGH)이라고 발표해왔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보건 당국의 부실 조사에 대한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2일 오전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일(현지 시각) 덴마크 현지에서 담 가드(Dam Gaard) 케톡스 전 대표를 인터뷰한 영상을 공개했다. 케톡스는 세퓨 원료를 공급했다가 2014년 폐업한 덴마크 회사다.
공개 영상에서, 담 가드 전 대표는 이 인터뷰에서 "한국에 PGH를 수출한 적이 없고 물질안전정보자료(MSDS)를 첨부해 40리터 이하의 소량 샘플만 보냈다"며 "(세퓨 제품 제조사인) 버터플라이이펙트는 덴마크가 아니라 중국에서 PHMG를 수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담 가드 전 대표는 "세퓨의 내용물이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닌(PGH)이 아닌 PHMG로 99% 확신한다"며, 이같은 사실은 중국의 생산 업체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농업용이나 물 살균 용도로 팔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는 절대 팔지 않았다"며 "현재 덴마크에선 정부가 PGH의 판매를 중지하고 모두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PGH를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하는 데 대해 "권고하지 않으며, 나도 가습기 용도로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SK케미칼이 케톡스에 200그램 정도의 분말 시료를 보내면서 유럽 시장 진출을 시도한 적도 있다고도 밝혔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담 가드 전 대표가 한 말이 사실인지 우리가 확인할 수는 없다"며 "검찰이 세퓨 제조사를 조사하고 덴마크 등 유럽 현지 수사를 통해 진위를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세퓨 제품 사용으로 아내와 태중의 자녀를 잃은 피해자 안성우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퓨는 임신부나 영아 자녀를 둔 사람들이 주로 가는 카페·블로그에서 주로 광고했기 때문에 사망자 수가 훨씬 많을 것"이라며 "사망자들이 주로 태아나 갓난아이여서 부검하거나 검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신고된 사망자 수가 적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퓨 제품 라벨에는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 시에도 안전하다'는 완벽한 거짓말이 적혀 있다"며 "세퓨 제품에 대해서도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에 PGH를 수출한 적이 없다"는 케톡스 전 대표의 주장과 달리, 검찰은 세퓨 제조·판매자가 덴마크에서 수입한 PGH를 원료로 사용했다고 가정하는 상황이다.
1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세퓨 제조·판매자 오모 씨가 2009년 세퓨를 처음 제조할 때 덴마크에서 수입된 PGH를 원료로 사용했으나, 생산량이 적어 구하기 어려워지자 PHMG를 함께 물에 희석해 제품을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오 씨는 이 과정에서 안전성 검사 없이 인터넷 등을 참조해 졸속으로 만들어 판매했고, 사망자 14명을 포함한 41명의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검찰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은 전날 세퓨 제조·판매자 오모 씨에 대해 옥시레킷벤키저 신현우 전 대표 등과 함께 영장 청구했으며, 13일께 구속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담 가드 케톡스 전 대표의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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