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본사인 레킷벤키저의 주주총회장을 방문하고 CEO와 면담한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옥시 영국 본사 최고경영자(CEO)는 항의 방문단에게 그리고 한국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주일 동안의 항의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옥시 피해자 가족 김종덕 씨는 11일 옥시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IFC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케시 카푸어 CEO가)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유감(profound regret)을 표현하고 개인적으로 미안하다(personally sorry)고 했을 뿐"이라며 "항의 방문단에게도 주주들에게 밝힌 유감을 반복해서 전했을 뿐"이라고 했다.
항의 방문단은 카푸어 CEO의 진정성 없는 태도에 대해 분개했다. 김 씨와 함께 영국 본사를 찾아간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응급실에 실려 간 지 4일 만에 사망한 덕종 씨 아이 사진을 CEO에게 먼저 주었는데, CEO는 보지도 않고 책상 위에 놓았다"며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당시 카푸어 CEO와 따로 면담한 자리에서 있었던 일들을 전했다.
"(카푸어 CEO가) 저하고만 다른 장소로 가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할 얘기가 있냐고 했더니, 개인적으로 CEO로서 피해자분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당신이 사과하는 것은 기업 대표로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을 안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얘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과받으려고 대한민국에서 영국까지 비행기 타고 온 게 아니라고요. 당신이 사과할 것이라면 대한민국에 와서 피해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했더니 대답을 회피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그는 이어 "취재진에게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사과했다', 즉 'apology'라는 문구가 있지만 실제 주총장에서의 발언기록에는 사과한다는 표현이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영국 본사의 책임을 다시 한 번 물었다. 최 소장은 "주주총회 자료집을 받았는데, 레킷벤키저가 한국 옥시를 100% 소유하는 관계이며, 수십 년 동안 레킷벤키저 본사는 한국에서 얻은 이익을 100% 가져갔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레킷벤키저의 책임 있는 경영진들을 한국 검찰이 불러 수사 받게 하고 피해자들 앞에 무릎 꿇게 해서 사과받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이슈가 돼 있고, 검찰이 현재 수사하고 국회와 정부가 나서 수습하겠다고 하는 상황임에도 레킷벤키저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 정부와 검찰, 국회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 4당의 원내 대표단은 레킷벤키저 사장을 불러내 사과를 받게 하고 제조 및 판매사들을 국회에서 무릎 꿇리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에 특위를 설치하고 피해자들과 공개 면담한 뒤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을 실시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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