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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의 차(茶)는 바로…

[김윤태의 중국은 하나?] 차(茶)의 정치경제학

푸젠의 우이산(武夷山)은 벽수단산(碧水丹山)의 별칭에 걸맞게 중국 최고의 명차(名茶) '따홍파오(大红袍)'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전통 시대 황제의 병을 치료하면서 유명해진 '따홍파오'는 우이산의 기암절벽 사이에서 자생하는 오래된 차나무에서 채취된 찻잎이다. 차나무가 마치 붉은 홍포를 걸친 것처럼 짙은 녹색과 자줏빛을 띠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홉 번을 우려내도 향과 맛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서 우이산 암차 중의 으뜸이라고 알려져 있다. 따홍파오를 포함한 우이산 암차(岩茶)는 우이산의 기암절벽에서 자생하는 차로서 절반 정도 발효한 차라는 의미로 청차(靑茶), 혹은 검붉은 색으로 가늘고 구불구불한 용의 모습을 닮았다 해서 우롱차(烏龍茶)로 분류된다. 우롱차는 타이완을 비롯하여 푸젠, 광둥 등 중국의 남부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중국 차의 역사와 문화

중국차의 발견은 이미 반만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중국의 시조라고도 불리는 염제 신농씨가 발견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신농씨는 사람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늘 깊은 산 속에서 약초를 캐었다. 직접 약초를 캐내어서 맛보고 그 효과를 감별하곤 했는데, 어느 날 그만 독초를 먹는 바람에 갑자기 어지러워 큰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바람이 불어 기대고 있던 큰 나무에서 향기 나는 녹색 나뭇잎 몇 개가 떨어졌고, 신농씨가 그 나뭇잎을 먹었더니 독초의 기운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졌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 나뭇잎을 우려먹게 되었는데 그것이 차의 시초라는 것이다. 차(茶)의 글자를 풀이해 보면 나무 위에 사람이 앉았고 그 위에 풀이 있는 형상이다. 전해지는 고사(故事)와 그 형상이 꼭 들어맞는다.

중국의 근대 사상가이자 푸젠 성 출신인 린위탕(林語堂)은 "차는 은자(隱者)와 같고, 술은 기사(騎士)와 같다. 술은 친구를 위해 있는 것이고, 차는 덕(德)이 있는 자를 위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차는 인간의 성정을 차분하게 만들기 때문에 잡다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할 때 가장 적절한 안내자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은 늘 차와 함께 생활한다. 북방이든 남방이든 차를 즐기는 모습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기차에서 만나는 중국인들은 대부분 큼지막한 차통을 들고 다닌다. 그 안에 수시로 뜨거운 물을 넣어서 차를 우려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국인에게 있어서 차는 생활의 일부분인 것이다.

그러나 엄격하게 구분한다면 차는 주로 창장(長江) 이남의 사람들이 많이 마신다. 북방 사람들은 차보다는 술을 즐겨한다. 동북 지역에 가면 맥주잔만한 크기의 잔에 고량주를 가득 부어 건배하는 것을 최고의 손님맞이로 여긴다. 그러나 남방에서는 굳이 술을 내어놓지 않아도 된다. 물이 많은 강남에서는 분위기 넘치는 호숫가 찻집(茶館)에서 좋은 차를 맛보는 것이 훌륭한 손님 접대이다. 쓰촨 성의 청두(成都), 저장 성의 항저우(杭州), 장쑤 성의 쑤저우(蘇州), 푸젠 성(福建省), 광둥 성(廣東省), 윈난 성(雲南省) 등에서는 호수와 차,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찻집의 넉넉함을 늘 만날 수 있다.

차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연평균 기온이 13도 이상, 강우량은 연평균 1400밀리미터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고온과 많은 비가 필수적인 셈이다. 따라서 차의 주요 산지는 물과 산이 어우러져 있고 기온이 적합한 창장 이남 지역에 형성될 수밖에 없다.

차는 색깔과 발효의 정도에 따라 녹차(綠茶), 백차(白茶), 황차(黃茶), 청차(靑茶), 홍차(紅茶), 흑차(黑茶)의 6대 종류로 분류된다. 녹차는 전혀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차로서 항저우 시후의 롱징(龍井), 쑤저우 동팅산(洞庭山)의 삐뤄춘(碧螺春), 황산 마오펑(毛峰)이 대표적이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모리화차(茉莉花茶)와 같은 꽃차 역시 녹차와 마찬가지로 발효하지 않은 차이다.

그 다음 약간 발효한 희끗희끗 털이 보이는 차를 백차라고 한다. 이 백차는 자연의 맛을 충분히 살린 차로서 푸젠의 바이하오인쩐(白毫銀針)이 대표적이다. 이보다 좀 더 발효한 차를 황차라고 하는데, 황차는 후난성 둥팅후(洞庭湖) 한가운데 섬인 쥔산(君山)에서 생산되는 쥔산인쩐(君山銀針)을 최고의 차로 친다.

중국차 중에서 가장 많은 종류를 갖고 있는 청차, 즉 우롱차는 중간 정도 발효시킨 차로서, 푸젠, 광둥, 타이완 등지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생산되는 차이다. 청차 중에서는 푸젠 안시현(安溪縣)에서 생산되는 안시 테꽌인(鐵觀音)을 으뜸으로 친다. 타이완의 아리산 우롱차도 그 맛과 향이 일품이다.

홍차는 거의 완전하게 발효시킨 차로서 안후이성 치먼현(祁門縣)에서 나는 치먼 홍차가 가장 유명하다. 흑차는 차를 오래 묵히면서 서서히 발효시키는 차로서 오래 보관할수록 그 맛이 더욱 훌륭해지는 차이다. 윈난의 푸얼차(普洱)가 가장 대표적이다.

굴욕의 근대사 촉발한, 차(茶)

차는 자연스럽게 중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수려한 인문 환경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차에 얽힌 이야기는 인문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차는 세계의 정치 경제적 역학 관계와도 큰 인연을 갖고 있다. 세계의 중심으로만 알았던 중국이 스스로의 문제를 자각하는데 이 차가 분명한 역할을 했다. 서방 세력에 처절하게 패한 굴욕의 역사에 아편과 차의 이야기가 얽혀있다.

청나라 말기 중국산 차가 지나치게 많이 영국으로 수입되자 영국은 무역 역조로 인한 은의 유출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그에 따른 방비책으로 영국은 아편을 중국으로 수출해서 무역 적자를 해소하려 했다. 아편의 중국 유입은 중국 백성들을 심각하게 병들게 했고 청나라 정부는 이를 간과할 수 없었다.

청나라 정부가 강력한 아편 단속 정책을 펼치면서 영국 상인을 쫒아내자 이를 빌미로 영국은 소위 아편 전쟁을 일으켰다. 결국 청나라가 처절하게 패함으로써 중화 사상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고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결국 차의 수출을 통한 중국 문화의 세계 진출은 거꾸로 화가 되어 서방 세력의 중국 침탈의 빌미가 된 셈이다.

최근 서방의 문화 상징인 커피가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집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이 추세라면 머지않아 커피집이 전통 찻집을 대체할 것이 분명하다. 서방의 문화 상징이 동방을 점령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옛날 차의 서방 세계 진출은 거꾸로 서방 세력의 동방 진출을 촉발했고,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작금 서방의 문화 상징인 커피의 동방진출은 어떤 결과를 잉태할 것인가? 혹시 동방의 서방 진출 시대, 즉 동방의 세력이 서방을 지배하는 동세서점(東勢西漸)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서곡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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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에서 중국 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외교부 재외동포정책 실무위원이며,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재중한인연구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국립대만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이슈뿐만 아니라 조선족 및 재중 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재중 한국인 사회 조사 연구>, <臺灣社會學想像>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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