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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뱀을 사랑하는 종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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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뱀을 사랑하는 종족이 있다!

[김윤태의 중국은 하나?] 해외 화교의 뿌리, 푸젠(福建) 지역

중국 남동 해안에 위치한 푸젠(福建) 지역은 어떤 곳일까?

우이산(武夷山)과 같은 아름다운 산과 바다, 세계의 종교 박물관이라고 칭할 만큼 다양한 종교, 신비로운 지방 민속, 바다 건너 타이완(대만)과 같은 뿌리라는 점, 해상 실크로드의 기점, 이민 문화 등을 특징으로 하는 곳이다.

중국의 어느 곳이나 명산은 있게 마련이나 푸젠에 있는 우이산은 벽수단산(碧水丹山)으로 그 이름이 특히 높다. 벽수단산이란 푸른 물과 붉은 산이란 뜻이다. 중국에는 아름다운 강과 산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산이 아름다우면 물이 부족하고, 강이 수려하면 볼만한 산을 품어 안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이산은 바로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하다.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계곡 물이 아찔하게 솟은 바위와 산봉우리를 휘감아 돌고 있는 모습은 인문과 자연이 절묘하게 화음을 이루는 비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세계 자연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에 손색이 없는 수려함이다.

우이산은 녹색 식물과 동물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었다. 5000여 종의 곤충들이 서식하고 있어 곤충의 낙원이라 불릴 뿐만 아니라, 동물의 천국, 뱀의 왕국, 조류의 천당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푸젠(福建)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서롭고 복이 있는 지역이다. 명산과 바다가 같이 있으니 더욱 그러하고 숲이 우거지고 기후가 따뜻하니 만물이 생하기가 좋은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상고 시대에는 사람들의 출입이 적어서 이 지역을 시종 신비한 곳으로 여겼다고 한다. 심지어 중국 고대의 지리서적인 <산해경>에서 조차 푸젠의 지리적 위치를 명확히 그리기가 어려워서 그저 바다 속에 있다고 기술했다.

푸젠은 바닷길을 통한 해상 무역으로도 이름이 높다. 당나라 말기부터 시작해서 취앤저우(泉州)는 중국에서 가장 큰 무역 항구로 성장했으며, 원나라 말기에는 장저우(漳州) 항과 샤먼(厦門) 항이 그 뒤를 이었다. 중국이 해외와 연결되는 해상 실크로드의 기점으로써 무역 왕래가 가장 빈번했던 지역이다.

또 바다 건너 타이완으로의 진출을 비롯해서 해외로의 이민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광둥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해외 이민의 근거지였던 것이다. 해상 실크로드의 기점으로서 가졌던 찬란했던 명성을 이제 다시 회복하고 있다. 개혁 개방 이후 샤먼이 경제 특구로 지정되고부터 푸젠의 해양 경제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뱀을 토템으로 하는 민족이 살던 푸젠

푸젠에 가면 자동차의 번호판에 '민(閩)'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푸젠의 약칭이 '민(閩)'이기 때문이다. 한(漢)나라 때 허신(許慎)이 지은 자전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푸젠인(閩)은 뱀을 숭상하는 민족이라 풀이하고 있다. 뱀을 토템으로 하는 민족이 사는 곳이 바로 푸젠이라는 것이다.

푸젠의 기후가 따뜻하고 습도가 높으며 숲이 울창하여 뱀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인 것을 볼 때 이러한 해석이 틀리진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인지 오늘날에도 푸젠에는 뱀의 신을 모셔놓은 사당이 적지 않다

푸젠 지역은 고대에 월족(越族)이 거주하던 지역이었다. 월족은 신장이 비교적 왜소하여 북방사람들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또 얼굴이 짧고, 코가 넓고, 눈은 둥글고 크다. 이러한 특성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왔다. 푸젠이나 타이완 토박이들은 북방 사람과는 확연히 다른 체형과 용모를 갖고 있다.

푸젠의 남쪽 지역인 취앤저우, 샤먼, 장저우, 타이완을 민남(閩南)이라 한다. 민남에서는 중국어 표준말과 더불어 민남 방언을 사용한다. 타이완과 푸젠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체제를 달리하고 있지만 공통의 기억을 담고 있는 방언과 문화를 공유한다.

이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민남 문화는 중국의 중원 지역, 북방 지역과 확연히 다르다. 청나라 세력이 밀려내려 오자 푸젠 일대의 민남 사람들이 반청복명(反淸復明)을 기치로 내걸고 명나라의 재건을 위해 청나라에 저항했다. 그러나 세가 몰리자 타이완으로 후퇴하여 재건을 꿈꾸며 정착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민남인의 타이완 개척 역사다. 그러니 민남은 타이완과 같은 뿌리인 것이다.

민남 문화는 건축물에서도 독특한 양식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푸젠에서는 붉은 벽돌로 외관을 형성하고 지붕 끝이 제비꼬리처럼 하늘을 향해 치켜 올라간 전통 주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당연히 타이완에서도 이러한 양식의 전통 건축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과거 중원 지역의 전란을 피해 푸젠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이 많기 때문에 언젠가는 제비처럼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열망을 건축 양식에 표현한 것이다.

해외 화교의 뿌리, 푸젠

푸젠은 이민으로 특징 지워지는 지역이다. 중원의 사람들이 난을 피해 남쪽 지방인 이곳으로 피난해 정주하기를 거듭해 지금의 푸젠 사람들을 형성했다. 또 타이완을 비롯하여 해외로 재이주해 나간 사람들 중에도 이곳 출신들이 많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타이완의 대부분 인구는 명말청초(明末淸初)에 푸젠에서 이주한 사람들이다.

또 해외 화교의 상당 부분이 푸젠 출신이다. 푸젠 성 진장(晉江) 시의 경우, 현재 110만의 인구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이 지역 출신 해외 화교들이 이미 120만 명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로 이주한 인구가 더욱 많은 것이다.

또 미국 뉴욕의 차이나타운에 거주하는 중국인 중 상당수가 푸젠 출신이어서 푸젠 방언인 민남어만 할 줄 알아도 뉴욕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말도 있다. 이와 같이 푸젠 사람들은 외지로부터 이주해 들어왔고 또 이주해 나간 사람들이기 때문에 종족과 가족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하다.

일찍이 당나라 때부터 푸젠 사람들에겐 가족 경영의 전통이 있었다. 가업을 승계하고 돈을 벌게 되면 가족과 마을에 공헌하는 전통이 매우 보편적이다. 민남인들이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강한 가족 조직과 동향 조직 덕택이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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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에서 중국 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외교부 재외동포정책 실무위원이며,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재중한인연구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국립대만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이슈뿐만 아니라 조선족 및 재중 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재중 한국인 사회 조사 연구>, <臺灣社會學想像>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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